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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지영의 맛있는 음식이야기

글쓴이: 스위티  |  날짜: 2012-10-18 조회: 2339
http://cook.startools.co.kr/view.php?category=TUAYJQ%3D%3D&num=EBpPdxc%3D&page=89   복사
음식의 맛을 안다는 건 인생을 살아가며 즐길 수 있는 '멋'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를 아는 것이다.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다시 먹어 입가심해야 한다. 요리가 좋은 건 내가 차린 음식을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기 때문이다. 배우 박지영이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이유다.

박지영은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 < 장녹수 > 에서 욕망과 야욕이 넘치는 녹수 역을 맡았고, 올해 개봉한 영화 < 후궁 > 에서는 서슬 퍼런 카리스마가 있는 대비를 연기했다. 전작 영화 < 하녀 > 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녀는 작품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현실에서의 그녀 역시 작품에서처럼 까다롭고 성격이 강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그런 선입견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진짜 나를 보여주려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닌 건 저만 알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이미지 때문에 이유 있고 정당성 있는 악역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기본적으로 시크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걸 어떡하겠어요.(웃음) 그런 이미지 역시 '나'인걸요. 사실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아요.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죠. 사람의 말에 상처를 잘 받는 편이에요. 그래서 친구가 많지 않고요. 녹화장 외에는 늘 집이나 집 근처 동네에 있는 편이에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그런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함께 식사하고 싶으면 저희 집에 오거나 저희 집 근처 식당으로 함께 가서 밥을 먹어요.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주로 동네를 느긋하게 산책하고, 근처 서점에 가서 책을 읽어요. 인터넷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능숙하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책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게 지론이거든요. 시크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참 아날로그적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배우 박지영의 맛있는 음식이야기

그녀는 현재 베트남에 살고 있다. 베트남에서 2개월, 국내에서 2개월 정도를 보낸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은 언제나 아이들의 방학을 이용했다. 영화 < 우아한 세계 > 는 아이들 여름방학에, < 하녀 > 와 < 후궁 > 은 겨울방학에 촬영했다.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고, 특히 남편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결혼을 일찍 해서 큰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작은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에요. 아이들이 자란 만큼 결혼생활도 오래한 셈이죠.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결혼한 지 오래되면 남편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지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만 점점 높아진다고들 하던데요. 하지만 저는 제가 선택한 사람이 바로 남편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관심을 쏟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박지영에 대한 오해를 또 하나 풀었다. 또 그녀는 자신을 두고 "일머리가 좋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일머리'는 배우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살림하는 여자로서의 그것을 말한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는 먼저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 무엇이 있나 스캔해요. 그리고 문을 여러 번 열지 않도록 필요한 재료를 한 번에 모두 꺼내 사용하지요. 물론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지 않는다는 전제조건도 깔려 있고요. 음식 역시 뚝딱뚝딱 어려움 없이 해내는 편인데, 남편은 이런 제 모습을 보며 칭찬을 자주 해줘요. 배우로서 최고 주가를 올릴 때 결혼했기 때문에 요리나 살림에 대해서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의 저는 농담 조금 섞어 가스만 안 끊기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하나도 남김없이 사용해 음식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살림에 대해서는 일머리가 좋은 편이에요."

요리도 좋아하지만 그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건 청소와 정리정돈이다. 손이 빠르고 야무져 요리를 하면서도 설거지는 물론 주변 정리정돈까지 금세 끝낸다. 맏며느리인지라 명절 때는 시댁 설거지도 그녀가 도맡아 한다. 다른 사람이 느리게 손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요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설거지까지도 즐길 줄 아는 살림의 고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설거지를 하거나 욕실과 싱크대를 청소할 때는 구연산 세제, 베이킹 소다 등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물도 평소에 아껴 사용하는 편이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절약이 수돗물을 아껴 사용하는 것과 전기를 절약하는 거예요. 비용을 아낀다는 차원보다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죠. 가끔 깜빡 잊고 수돗물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저를 발견했을 때는 스스로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이 바보야!' 하고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곤 해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수돗물을 그냥 틀어놓는 것만큼 아까운 게 없더라고요."

섹시하게 생긴 여자는 살림을 잘 못할 거라는 오해 역시 풀렸다.


배우 박지영의 맛있는 음식이야기


배우 박지영의 맛있는 음식이야기

매일 똑같은 메뉴를 먹는 것이 싫단다. 특히 늘 비슷한 메뉴로 먹기 쉬운 아침마저도 밥, 빵, 인절미, 가스파초같이 다양한 요리로 번갈아가며 먹는다. 음식에 대한 관심과 추억이 많고 솜씨도 좋은 박지영은 자신의 음식 이야기를 담은 《밥꽃》이라는 책을 곧 출간한다.

"사실 무엇이든 거창하게 표현하는 걸 싫어해요. 음식에도 거창한 이유를 붙이는 게 낯간지럽다고나 할까. 이번에 출간하는 책도 그냥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먹어왔던 음식 이야기를 잔잔하고 과장되지 않게 담은 거예요. 저는 책을 살 때 꽤 신중한 편이에요. 그래서 두껍기만 하고 내용 없이 비싼 책이 될까 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제가 책을 낼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왕 낼 책이라면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가격 역시 합리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맛을 즐길 줄 알고 요리 역시 잘하는 박지영이다. 그녀는 손맛 좋은 친정어머니에게서 솜씨를 물려받았다.

"전라도가 고향이에요. 아시겠지만 전라도는 밥 한 끼에 김치만 세 가지 이상 나오는 곳이잖아요. 친정어머니 역시 밥 한 끼를 차리시는 데 소홀함이 없으세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공직에 계셔서 집에는 늘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누가 오든, 아무리 많은 사람이 오든 어머니는 싫은 내색 한 번 하신 적이 없어요. 손님이 오는 걸 겁내지도 않으셨고요. 손도 빠르시고 솜씨도 좋아 부엌에서 뚝딱뚝딱 하시면 푸짐한 상이 금세 한 상 차려지곤 했죠. 또 아무리 바빠도 밑반찬만으로 상을 차리는 법이 없으셨어요. 따끈한 국이나 찌개 한 가지는 꼭 올리셨죠. 재료가 없으면 달걀말이라도 따뜻하게 만들어 상에 내셨어요."

박지영뿐만 아니라 두 딸 역시 요리 솜씨가 제법이라고 한다. 특히 베트남에 살고 있는 큰딸은 된장찌개는 물론 뚝배기 밥도 만들 줄 안다. 평소는 베이킹을 즐겨하는데, 예쁜 케이크도 곧잘 만들어 식구들에게 시식시키곤 한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맛있으면 레시피를 가르쳐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하지만 실력이 뛰어나 전공으로 살려보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제안에 그녀는 "아직은 어리니 하고 싶은 걸 충분히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대답한다.

"음식을 즐길 줄 알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을 줄 아는 멋을 안다는 건 인생에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음식을 즐기는 멋을 안다는 게 좋아요. '남들이 줄 서서 먹는 브런치 카페니까 나도 한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은 너무 재미없잖아요."

음식에 대한 선입견은 없지만 유독 한식을 좋아한다. 베트남 집에 갈 때마다 김치를 가져가기 때문에 이제는 포장의 달인이 되었단다. 김치와 된장, 고추장 그리고 청국장까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밥맛 없을 때 해먹으면 좋다며 귀띔한 김치지짐이는 그녀가 즐겨 해먹는 음식 중 하나다. 잘 익은 김치에 멸치를 통째로 몇 마리 넣고 들기름을 부어 오랜 시간 지진다. 김치가 푹 익고 멸치의 감칠맛이 국물과 김치에 배면 완성. 김치지짐이 하나면 그녀는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우울할 때는 스팸을 구워 깻잎에 싸서 매콤한 고추장을 올려 먹는데, 그야말로 특효약이란다. 사소한 음식 하나로도 마음의 우울을 덜어낼 수 있기에 그녀에게 음식은 일상이자 삶의 활력소일 수밖에 없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어떤 시간에 누구와 먹느냐도 제겐 참 중요해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 그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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