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격스럽게도 한국 최초로 김기덕 감독의 작품 '피에타'가 최고상인 '황금 사자상'을 수상, 대한민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었다.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류는 이제는 K-POP, K-Movie, K-Food까지 한국의 모든 것이 이제는 한류라고 일컬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한국의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보게 되며, 한국의 음악채널 그 순위가 마치 우리가 어렸을 적의 빌보드 차트마냥 해외에 알려지고 있다. 어렸을 적 소니의 미니 카세트 워크맨 등을 보고 일본의 전자제품에 동경해 온 지 얼마 안된듯한데, 이제는 세계최고의 IT 기업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구도이기도 하다. 세월이 시대를 이렇게 까지 변하게 할 수 있는지, 가만 생각해 보면 무척 놀랄 일이다. 방화라고 일컬으며 스스로 낮게 보던 우리 국민은 이제는 잘 만들어진 한국영화야말로 가장 주목하는 영화 장르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편견 속에 바뀌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막걸리다. 음식점에서 5천원만 넘어가도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 막걸리란 술이다. 잘 생각해보면 그런 편견을 가질 만하다. 필자가 대학을 다녔을 시절만 해도 막걸리에는 뚜껑이 없었다. 오직 부직포 등으로 되어 있는 종이덮개만 있을 뿐이며, 재료가 무엇인지, 언제 만들었는지조차도 관심이 없는 가격도 저렴, 마음도 저렴하게 즐기던 술이었다. 오직 시큼함과 밀이 주는 든든한 뱃속과 탄산, 그리고 과음했을 시의 숙취도 기억 속에 아련하다.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막걸리
이러한 상황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발생을 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막걸리에 대한 저렴한 이미지로 똘똘 뭉쳐있을 때, 저 멀리 일본에서 막걸리에 대한 재조명이 일며, 인기를 타기 시작했다. 일본의 불고기집(야끼니꾸)를 중심으로 수출하기 시작한 막걸리는 2005년 처음으로 이동 막걸리가 텔레비전 CM을 방영, 이후 2010년 진로, 2011년 산토리, 2012년 CJ등 대기업들의 진출로 일본 내 시장규모는 약 2,000억을 넘게 되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저렴한 재료로 만들기만 했던 막걸리는 좋은 재료와 숙성기간, 그리고 더 나은 패키지로 세계시장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막걸리와 가장 잘 맞는 음식은 피자? 치킨? 서양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막걸리에 대한 편견이 없는 국내의 서양사람들은 막걸리 역시 즐기는 술 중 하나가 되었다. 이유는 역시 마시기 편하다는 것이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달콤하고, 저렴한 것들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뜻밖에 이들이 잘 맞는 안주로 추천한 것은 피자, 그리고 치킨이다. 한국에서는 막걸리가 배가 부르다고 하여 칼로리가 높은 피자 및 치킨은 피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편견이 없는 외국인은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음식에 피자와 치킨을 올린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다채로운 칵테일 막걸리의 등장, 하지만 결국은 쌀 막걸리가 제일 중요
외국인들과 막걸리 시음회를 하면서 흥미 있게 본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흔히 외국인은 과즙이 함유된 칵테일 막걸리 보다 일반 쌀 막걸리를 더욱 좋아하는 것이었다. 과즙이 함유된 막걸리는 처음에는 마시기 쉬우나 계속 마시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즉 칵테일 막걸리는 막걸리에 대한 시장을 열어주는 역할은 하지만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는 쌀 막걸리의 품질과 맛에 대한 향상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막걸리에 대한 편견, 추억이 되길 기대하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은 한때 대한민국만의 것이었다. 즐기는 사람도 대한민국 사람들이었고, 만드는 사람도 모두 대한민국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쟁력이 약했는지, 국민 스스로도 방화, 가요란 이름 하에 외국영화 및 POP보다 한 단계 낮다고 스스로 인식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를 일부러 낮게 본 이유도 있었다. 막걸리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여전히 팽배하다.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국내외를 포함해 모두가 바뀐 것처럼, 언젠가 막걸리는 머리가 아프고, 배가 부르고 예쁘지 않다는 인식이 추억의 저편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