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획] 외식(2183mg)이 집밥(1489mg)보다 나트륨 섭취량 1.5배
조미료가 짠맛 가려 싱겁게 느껴지기도서울 삼청동에서 제법 유명한 삼겹살집에서 고기를 구웠다. 아내와 둘이서 생삼겹 2인분을 시켰다. 두 사람 앞으로 개별 소금그릇이 딸려나왔다. 상추 바구니와 쌈장 한 접시도 나왔다. 찬으로 배추김치, 열무김치, 장아찌가 차려졌다. 식사로 청국장찌개를 시켰더니 비벼먹으라며 고추장과 콩나물무침이 세트로 나왔다. 짜고 쿰쿰한 청국장을 바닥까지 긁었다. 삼겹살 1인분을 추가하며 쌈장도 더 달라고 했다. 한국 사람한테는 기본이다. 때로는 소금을 더 달라고 ‘이모’를 부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참았다. 삼겹살에는 소금을 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88mg의 나트륨(1인분 200g 기준)이 들어 있다. 저녁을 외식으로 해결했더니 한국인이 나트륨을 섭취하는 주요 식품인 소금·김치·쌈장 등을 앉은자리에서 다 먹었다.
국물 음식 한 끼가 하루 섭취량 넘어밖에서 밥을 사먹으면 일반적으로 짜게 먹게 된다. 다 큰 어른이 저녁을 먹는다고 할 때, 외식(2183mg)이 집밥(1489mg)에 견줘 나트륨 섭취량이 1.5배 많다고 한다(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조사). 밖에서 사먹는 국물 음식 상당수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2천mg)을 가볍게 제친다. 특히 면류 일품식이 짠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 컨설팅을 하는 한솔외식연구소 창업아카데미 쪽 설명을 들어봤다. 답은 조미료에서 찾아졌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맛을 내려고 조미료를 사용하는데, 조미료의 화학적 성분이 짠맛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라면의 매운맛이 짠맛을 가려주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러다 보니 손님들은 싱겁다고 하고, 음식점에서는 짠맛을 내려고 소금을 적정량보다 더 넣게 된다. 맛을 내려고 조미료를 쓰게 되고, 그만큼 소금을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솔외식연구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집에서는 조미료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금도 필요한 만큼만 쓰게 된다. 반면 음식점에서는 소금을 넣어도 간이 안 들어간다. 수치로 재보면 훨씬 짠데 사람들은 간이 안 됐다고 느낀다”고 했다.
탕요리를 먹고 물을 마시는 이유음식점에서 탕요리를 먹고 나서 물을 많이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탕요리일수록 조미료 사용 빈도가 높고 냄비로 들어가는 양도 많다. 소금 사용도 덩달아 높아진다. 게다가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땀 흘리는 식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짜게 먹었으니 그다음은 물이다. 한솔외식연구소 쪽은 “학원에서 가르칠 때는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음식점을 영업하게 되는 사람들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식약청은 매끼 국물 1컵(200ml)을 덜 먹으면 나트륨 700mg씩을 줄일 수 있고,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식약청은 ‘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도 지정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