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미술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날씨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라고 하셨는데, 그때 저는 쨍쨍한 햇빛 아래 친구들과 놀고 있는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을 다 그리고 친구들 그림을 본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혹은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을 그렸더군요. 그 기억이 생생한 까닭은 햇빛 쨍쨍한 날 말고는 다른 생각을 전혀 못 한 제 상상력 빈곤을 처음으로 절절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뒤 나이가 들면서 햇빛 쨍쨍한 날이 아니라 비 온 뒤 말간 날씨, 게다가 산허리로 구름이 걷히는 모습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비 온 다음 날 따뜻해지면 뱀이 몸을 말리려 동네를 돌아다녀 뱀을 조심해야 하죠. 시골 생활 10년이 넘도록 적응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뱀입니다. 웬만한 벌레에는 놀라지 않는데 뱀을 보면 거의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줄행랑을 치게 돼요. 남편은 그런 제 모습을 어이없어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변할 것 같진 않네요. 더욱이 연꽃을 좋아해 집을 짓자마자 마당에 큰 고무통 두 개를 묻고 연근 몇 뿌리를 심어놨는데, 그곳이 뱀의 단골 코스더라고요. 얼마 전 연꽃이 피었습니다. 꽃을 보러 갈 때마다 여간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아닙니다. 왜 하필 그쪽으로 뱀이 다니는가 했더니 연잎 위에 개구리가 있더군요.
아! 또 한 번 자연을 통해 배웁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연잎은 여름을 먹고 날이 갈수록 진한 초록빛을 띠고 있습니다. 저녁 상에 연잎으로 요리를 해볼까 싶어 마음 조리며 연잎 두어 장을 땄습니다. 연잎 향이 참 싱그럽습니다. 이 연잎으로 무슨 요리를 할까요?
와인에 재운 연잎돼지고기수육
"동네 아주머니께서 마당에 핀 연잎을 보시더니 돼지고기를 와인에 재우고 연잎으로 싸 수육을 만들면 각별한 맛이 난다고 알려주셨지요. 처음엔 와인이 과해 고기에서 술 맛이 났지만 이젠 제법 요령이 생겼어요. 조카들이 오면 개구리 왕눈이처럼 연잎을 우산으로 쓰고 줄기로 물총을 만들어 놀곤 하는데, 저는 옆에서 연잎 따다 돼지고기 삶아 낼까 합니다."
■준비재료
돼지고기 1kg, 양파2개, 마늘 12쪽, 커피 2큰술, 된장 1큰술, 레드와인 6큰술, 수삼, 대추 약간씩
만들기
1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붓는다.
2 ①에 양파와 마늘, 커피, 된장을 넣고 1시간 동안 삶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돼지고기를 연잎에 올린 뒤 와인을 붓고 무명실로 연잎을 묶는다.
4 찜통에 ③을 넣고 20분 정도 찐다. 수삼과 대추를 채썰어 올린다.
연잎보다 멋스러운 연잎 다포
"연잎 다포는 바느질하는 사람들이 꼭 배우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죠. 저도 연잎 다포를 처음 만들고 마음 설레던 기억이 나요. 연잎 다포는 보기보다 만들기 쉽고, 만들고 나면 폼 나서 선물용으로 좋아요. 다포로 쓰다 창가에 걸어 햇빛가리개로 사용해도 좋고요. 다포는 모시로 만들어요. 모시는 폭이 36cm가 일반적인데, 폭 60cm 모시로 만들면 사이즈가 넉넉하죠."
준비재료
모시나 삼베 45~60×45~60cm, 실, 모시 조각 약간, 뼈인두
만들기
1 모시는 폭을 지름으로 해 원을 그려 오린 뒤 뒤편에 연잎 줄기 모양을 초크로 그린다.
2 모시 뒤에서 연잎 줄기를 따라 늘어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뼈인두로 누른다.
3 모시 앞면에 그은 선을 집어 올려 1mm 아래서 홈질한다.
4 연잎 테두리는 0.5cm로 두 번 접어 감침질이나 홈질한다.
5 끈은 4면을 0.5cm로 접은 다음 겉에서 홈질해 다포 중앙에 단다.
6 박쥐매듭을 만들어 끈 위에 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