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자려고 누우면 개구리 소리가 요란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처음 시골에 왔을 때는 몰랐지요. '겨울잠 깬 개구리들이 밖으로 다 나온 모양이네'라고 무심코 생각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모내기하기 위해 논에 물을 대고부터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랬습니다. 논에 물을 가득 채우니 개구리들이 모여들어 밤마다 '개골개골' 노래를 했던 거지요. 시골 생활의 가장 큰 일인 모내기를 끝내고 나면 마음 한켠이 편해서인지 밤마다 들리는 개구리 소리가 마치 한밤의 음악회 같습니다.
마당에는 몇 년 전 삼밭골 할머니가 주신 딸기가 뿌리를 제대로 내려 열매가 하나둘씩 달리고 있어요. 왕앵두나무에도 앵두가 제법 달렸는데요, 새들이 그 주변을 서성대는 걸 보니 맛이 있으려나 봅니다. 마트에는 딸기가 들어가고 이제 수박이나 참외 같은 여름 과일이 넘쳐나겠지만, 햇볕 받고 자라는 이들은 이렇게 느립니다.
천천히 조금은 천천히.
아마도 시골에서 사는 법은 이렇듯 천천히 가는 길을 알아가는 건가 봅니다.
오래된 시골집의 부엌문 두 짝을 떼어다가 집 짓고 남은 자투리 나무를 연결해 만든 식탁 또한 저희 부부가 시골에서 사는 법 중의 하나입니다. 요즘 흔하고 널린 게 상품이라지만 시골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것도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웬만한 것은 대충 만들고 고쳐서 쓰는 거지요. 모양새가 조금 이상하고, 커피 향도 김치 국물도 저희 손때도 묻어 반질반질하지만 나무 식탁은 아주 오랫동안 시골에서 함께할 것 같아 애틋한 맘이 들어 한 번 더 쓰다듬어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