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사전적 의미는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이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취향, 하고 싶은 것이 같은 것이 1순위가 아닐까? 자연 속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나무와 꽃을 키우며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부부가 있다.
강원도 삼척 산속에 나무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22년째 살고 있는 부부가 있다. 아내 장인숙(54) 씨는 요리를 하고 꽃을 키우며 손으로 흙을 주물러 소품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남편 김재인(53) 씨는 와인을 만들고 잔디를 가꾸며, 물레를 돌려 그릇 만드는 것이 취미이자 생활이다. 부부는 얼핏 보면 취향이 달라 보이지만 찬찬히 보면 참 닮았다.
"산골에 살다 보니 먹거리는 자급자족해야 해요. TV에서 본 별미나 여행 중 맛본 요리가 생각날 때는 제가 직접 만들어요. 신혼 시절 12명의 시댁식구 밥을 하던 내공이 있어 2인분 요리 정도는 눈 감고도 뚝딱 만들지요."
요리가 취미인 아내는 매일 저녁 와인을 마시는 남편을 위해 요리한다. 요즘은 산나물로 샐러드나 무침, 전을 만들고 불판에 구워 기름을 쪽 뺀 훈제오리구이를 곁들인다. 산과 산 사이에 집이 있어 한여름에도 오후 5시면 해가 산으로 넘어가 저녁상을 조금 일찍 차리고 한두 시간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분위기에 따라 다른 장소에 상을 차리는데, 바람이 시원할 때는 마당이, 비가 올 때는 2층 다락방이,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거실이 다이닝룸이 된다. 마당에 피고 지는 꽃과 잎은 식재료가 되기도 하고, 장식 소품이 되기도 하며, 그릇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남편은 7년 전부터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들고 있다. 직접 와인을 만들면 술값이 덜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노하우가 쌓여 프랑스 명품 와인 부럽지 않은 맛이 난다. 1년 된 와인은 포도 향이 진하며 단맛이 많이 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줄어들면서 풍미가 더해지는데, 아내는 햇와인을, 남편은 숙성된 와인을 좋아한다.
신록이 푸르러지는 요즘은 집안일이 많아진다. 잔디 사이로 자라는 잡초를 뽑고, 이른 봄 심은 꽃이 잘 자라는지 보살펴야 하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찾아오는 손님도 늘어 청소도 부지런히 한다. 잔디는 남편의 영역이고, 꽃과 나무는 아내의 영역이다. "얼마 전에 꽃이 잔디에 피었다고 남편이 뽑자는 거예요.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그냥 두기로 했죠. 봄에 제가 꽃을 심으려고 하면 옆에 딱 붙어서 잔디에 꽃씨가 뿌려지지 않나 감시한다니까요."
부부의 취미는 도예다. 마당에 장작 가마를 만들었을 정도로 부부의 도예 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내와 남편의 분야가 나뉜다. 아내는 손으로 빚어 만드는 장식품을, 남편은 물레를 돌려 빚는 그릇을 주로 만든다. 집 안 곳곳에 있는 조형물은 아내의 작품이고, 주방 가득한 그릇은 남편의 작품이다. 하지만 조형물은 남편이 사랑하는 잔디밭에서 그 빛을 더하고, 남편의 그릇은 아내의 요리가 담길 때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아내의 요리가 남편이 만든 와인과 함께할 때 풍미가 더해지듯, 아내의 취향과 남편이 취향이 22년 동안 자연과 버무려져 부부만의 취향이 됐다.
아내의 취향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하는 아내는 요리와 꽃 가꾸기, 도예와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다. 마당과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과 그림은 아내의 작품이다. 매일 저녁 와인을 마시는 남편을 위해 만드는 요리는 아내의 1순위 취미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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