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찌는 흔히 초가을 갈무리에 담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철마다 다양한 채소가 나는 우리나라는 예부터 계절별 다양한 장아찌가 발달했다. 특히 봄이면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봄나물과 새순으로 장아찌를 담그는데, 그 맛이 가을 장아찌 못지않다.
사계절 중 으뜸인 봄나물을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장아찌 담그는 비법을 전통요리연구가 박종숙 선생에게 배웠다.
한국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발효를 통한 저장 음식은 김치, 장류, 젓갈, 장아찌 등으로 나뉜다. 그중 장아찌는 제철 채소가 자라지 않는 비철에 그 채소를 먹기 위한 방편으로 발달한 저장 방식이다. 장과(醬瓜)라고도 불리는 장아찌는 장을 의미하는 '장(醬)'과 절인 채소인 '지'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단어로 채소를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장에 절여 오랫동안 저장해 먹는 조리법이 이름에 그대로 담겨 있다.
수분이 적고 섬유소가 많은 채소를 손질해 장과 함께 담그면 삼투압과 효소의 작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장아찌가 완성된다. 원재료의 맛을 오랜 시간 지켜줄 뿐 아니라 채소의 저장성을 높여주는 장아찌는 계절에 상관 없이 다양한 채소를 즐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장아찌의 저장성과 맛의 보존을 위해서는 밑손질과 장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밑손질을 잘해야 장에 물기가 생겨 맛이 변하는 것을 막고 장이 맛있으면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아도 재료의 맛과 영양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장맛은 장아찌의 깊은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다. 장과 함께 제대로 숙성된 장아찌는 재료 속까지 맛이 배어 장을 씻어낸 뒤 그대로 먹어도 장맛이 우러나와 독특한 맛을 완성한다.
박종숙 전통요리연구가는 "되도록 시판 장이 아닌 재래식으로 담근 장으로 만들어 먹을 것"을 권했다. 특히 봄에 담그는 장아찌는 재래 간장의 맛이 중요하다. 봄나물은 잎이 연하고 향이 강한 재료가 많아 식재료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간장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특히 살이 좀 있는 두릅이나 엄나무순 같이 물러지기 쉬운 재료에는 간장이 좋다.
억세고 쓴맛이 나는 나물은 된장에, 뿌리까지 먹는 향이 강한 나물은 고추장에 담그면 더욱 맛있는 장아찌를 즐길 수 있다. 금방 먹는 장아찌도 있지만 담근 뒤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 먹는 장아찌는 먹을 만큼만 꺼내 장을 씻어낸 뒤 들기름이나 참기름, 깨, 매실청 등의 양념에 무쳐 먹어야 더욱 맛있다.
◆ 두릅간장장아찌 봄의 새순보다 4~5월에 자란 조금은 억센 두릅으로 담근다. 부드러운 줄기와 서걱거리는 밑동 부분의 전혀 다른 식감과 짭조름하고 향긋한 맛이 좋다.
재료 두릅 1kg(손질한 양), 북어머리 우린 물 2컵, 진간장·국간장·매실청·식초 1컵씩, 설탕·매실주 ½컵씩
1 두릅은 끝부분을 잘 다듬어 씻어 물기를 뺀다. 끓는 소금물에 밑동부터 넣고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북어머리 우린 물, 진간장, 국간장, 매실청, 식초, 설탕, 매실주를 넣고 끓여 장물을 만든다.
3 깊이가 있는 그릇에 손질한 두릅을 담고 식힌 장물을 붓는다.
4 뚜껑을 꼭 덮어 냉장 보관한다.
5 3~4일 뒤 장물만 냄비에 따라 한 번 끓인 뒤 식혀서 부어 보관한다.
◆ 어린머윗잎간장장아찌
쌉싸래한 맛과 향이 강한 머윗잎이 간장과 어우러져 특유의 아린 맛은 줄어들고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더해진다.
재료 머윗잎 1kg, 북어머리 우린 물 2컵, 진간장·국간장·매실청·매실주·식초 1컵씩, 설탕 ½컵
1 어린 머윗잎을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북어머리 우린 물, 진간장, 국간장, 매실청, 매실주, 식초, 설탕을 끓여 장물을 만든다.
3 손질한 머윗잎을 깊이가 있는 그릇에 담고 끓인 뜨거운 장물을 붓는다.
4 장물이 식으면 뚜껑을 덮어 냉장 보관하고 하루 이틀 지나면 먹는다.
Tip 오래 두고 먹을 경우 4~5일 후 간장물만 냄비에 따라 끓인 뒤 식혀서 붓는다.
◆ 씀바귀고추장장아찌
특유의 쓴맛이 까칠해진 입맛을 달래주는 씀바귀. 잎이 붙은 줄기와 뿌리를 분리해 장아찌를 담가두면 매콤하고 부드러운 잎과 쓴맛이 빠져나가 꼬들꼬들한 뿌리 맛을 각각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재료 씀바귀 잎이나 뿌리 1kg, 고추장 5컵, 소금물(소금 50g+물 1L)
1 씀바귀 잎이나 뿌리를 깨끗이 씻는다.
2 분량의 소금물에 씀바귀를 담가 일주일 정도 삭힌다.
3 삭힌 씀바귀를 찬물에 3~4시간 정도 담가 소금기를 뺀 뒤 물기를 없앤다.
4 짜지 않은 고추장에 물기를 뺀 씀바귀를 고루 버무린다.
5 깊이가 있는 통에 씀바귀를 담고 윗면을 잘 누른 뒤 비닐을 덮는다.
6 한 달 정도 냉장 보관한 뒤 물기가 생기면 고추장을 훑어내고 새 고추장에 다시 한 번 버무려 담는다.
7 3~4달 또는 일 년 정도 지난 뒤 먹을 만큼 꺼낸다.
8 찬물에 담가 고추장을 헹군 뒤 물기를 빼고 먹기 좋게 잘라 들기름이나 참기름, 매실청, 깨소금을 넣고 버무린다.
Tip
슴슴한 소금물에 삭힌 씀바귀를 짜지 않은 고추장에 담근다. 고추장은 한두 번 이상 새로 바꾸고 맛이 충분히 들었을 때 씻어서 무치면 짜지 않고 맛있는 씀바귀고추장장아찌를 먹을 수 있다.
◆ 마늘종고추장장아찌 5~6월이 제철인 마늘종은 봄에 담그는 대표적인 장아찌 재료 중 하나다. 밑손질만 잘하면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어디에 담가도 맛있다. 완성되면 먹을 만큼씩 덜어 장을 씻어낸 뒤 물기를 닦고 먹기 좋게 썰어서 들기름, 매실청, 깨소금으로 양념하면 새콤달콤하면서 짭조름한 장아찌를 먹을 수 있다.
재료 마늘종 1단(1kg), 소금물(소금 100g+물 2L), 물엿 2컵, 짜지 않은 집고추장 5컵
1 마늘종은 분질러 보아 꺾이는 연한 부분만 잘라 준비한다.
2 깨끗이 씻은 마늘종을 분량의 소금물에 담가 3~4일이나 일주일 정도 노랗게 삭힌다.
3 잘 삭은 마늘종은 3~4시간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뺀다.
4 깊이가 있는 통에 물기를 뺀 마늘종을 담고 물엿을 부어 10시간 정도 절인다. 5시간 정도 지나면 위아래를 뒤집어준다.
5 마늘종을 꺼내 찬물에 깨끗이 씻어 여분의 물엿을 없앤 다음 물기를 뺀다.
6 마늘종을 고추장으로 고루 버무린 뒤 통에 꾹꾹 눌러 담고 윗면에 비닐을 눌러 덮는다.
7 한두 달 뒤 고추장을 훑어내고 새 고추장에 박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Tip
마늘종을 소금물에 삭힌 뒤 물엿으로 물기를 잘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고추장이 맛있어야 아삭하고 쫄깃하면서 맛있는 장아찌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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