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뿌리와 잎, 줄기를 모두 먹는 채소로 초봄부터 초여름이 제철이다. 예로부터 국이나 탕에 풍미를 더해주는 부재료로 사용되어왔지만 봄 미나리는 뭐니 뭐니 해도 생으로 즐겨야 제맛이다.
미나리는 흔히 논미나리와 돌미나리로 나뉜다. 논미나리는 주로 습한 논에서 재배하는데 우리가 시장에서 구입하는 미나리는 바로 논미나리의 개량종. 각종 탕의 고명으로 많이 쓰인다. 반면 돌미나리는 밭에서 재배한 미나리를 통칭하는 말로 줄기는 질기지만 향이 강해 무침이나 생으로 즐겨 먹는다.
"산에는 도토리, 들에는 녹두, 논에는 미나리, 바다에는 문어"라는 옛말이 있다. 도토리묵과 청포묵, 미나리가 들어간 해물탕, 문어무침이 있는 잔치 음식을 먹으면 뒤탈이 없다는 뜻으로 이는 미나리가 맛뿐 아니라 약용 효과도 높음을 알려준다.『동의보감』에는 미나리에 대해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술 마신 뒤의 열독을 다스린다"고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대장과 소장을 편안하게 해주고 월경 과다나 냉증에도 좋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뭐니 뭐니 해도 미나리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은 30~40대 남성들이 아닐까 싶다. 음주 전 마시는 미나리 즙의 효능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단, 간을 보호하고 체내 독소를 중화시키는 미나리의 효능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미나리의 섬유질까지도 함께 섭취할 수 있도록 통째로 갈아 먹는 것이 좋다. 복어탕에 미나리가 빠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
취재를 위해 경기도 안성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미나리를 도내 학교에 급식 재료로 공급하고 있는 한 농원을 찾았다.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선 비닐하우스 재배가 필수. 노지에서 재배하면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물이나 흙의 출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나리의 진짜 맛을 보려면 뿌리 끝 생장점 부분을 먹어보아야지요!" 농원 대표의 말에 그 자리에서 뜯어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입 끝에 봄의 향이 느껴졌다. 그의 말을 빌리면 미나리는 줄기가 곧고 적당히 굵은 것이 맛있으며, 만졌을 때 말랑말랑하기보다 살짝 단단하고 마디 부분이 붉은빛을 많이 띠는 것이 연하고 향도 좋다고. 거기에 뿌리 단면을 보아 속이 꽉 차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미나리비빔밥 (왼쪽)
재료 미나리 20g, 구이 김(큰 것) 1장, 밥 1공기
양념 (간장·참기름 1큰술씩, 맛술·매실청 1작은술씩, 깨소금 2작은술)
만들기 1_미나리는 깨끗이 씻어 2cm 길이로 자른다.
2_김은 잘게 부순다.
3_볼에 양념 재료를 넣고 섞은 뒤 미나리를 버무려 잠깐 둔다.
4_그릇에 밥을 담고 김과 양념한 돌미나리를 올려 비벼 먹는다.
미나리오징어전 (오른쪽)
재료 미나리 50g, 오징어 1마리, 부침가루 1/2컵, 물 80ml, 식용유 3큰술
만들기 1_미나리는 깨끗이 씻어 3cm 길이로 자른다.
2_오징어도 미나리와 같은 길이로 잘라 가늘게 채 썬다.
3_부침가루에 분량의 물을 넣고 잘 개어 1과 2를 넣고 섞는다.
4_팬에 기름을 두르고 3의 반죽을 한입 크기로 떠서 동그랗게 부친다.
5_중간 불에서 속까지 은근히 익혀 겉이 노릇해지면 접시에 담는다.
최소한의 양념으로, 미나리 요리
채소 중에서도 유독 향이 강한 미나리를 포함해 쑥, 냉이 등은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재료다. 며칠 전 에디터는 이들 채소로 맛국물을 만들었는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 국물에 해산물을 넣고 끓이면 밑간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담백한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다. 미나리 요리 중 가장 흔한 것을 손꼽자면 살짝 데쳐 돌돌 말아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미나리강회일 것이다.
전통적인 봄 밥상 차림에서 '봄삼첩'이란 미나리가 지닌 씹는 촉감과 향취를 최대한 살린 미나리강회와 함께 흰밥에 무장국, 나박김치, 간장 그리고 청포무침과 조기조림을 말한다. 이 조화만 봐도 생선 요리에 향긋한 향취로 비린 맛을 중화시키는 미나리가 필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달 미나리 요리에는 맛이 강한 초고추장 대신 미나리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양념만 사용했다.
미나리비빔 밥의 경우 뜨거운 밥과 조미 김, 간장으로 양념한 미나리의 담백한 조화는 직접 맛을 봐야 알 수 있다. 또 지방에 서는 멸치액젓으로 간을 한 미나리무침을 즐겨 먹는데, 그 양념을 기본으로 하되 미나리를 생으로도 또 숙으로 도 무쳐보았다.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손꼽기 힘들 정도로 둘 다 한 끼 반찬으로 부족하지 않았다. 미나리오징어 전에 간장 양념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미나리무침을 곁들여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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