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온 그해 겨울이 끝나갈 즈음 옆집에 사시던 작은할머니가 삶은 나물을 한 뭉치 주셨습니다. "무슨 나물이에요?" "개맹이추. 오늘 뜯어서 삶았는데 밤에 울궈놨다가(물에 우리다의 강원도 사투리) 내일 무쳐 먹어. 꼭 흐르는 물에 밤새 울궈야 한다." "네에? 무슨 나물요? 개맹이추요?"
산나물을 많이 알지는 못해도 취나물, 두릅, 개미취 등은 들어봤는데 '개맹이추'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지요. 개맹이추가 뭔지 궁금해서 집에 있는 식물도감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봐도 '개맹이추'란 나물은 없었습니다. 명이나물이 산마늘의 다른 이름이니 산마늘과 비슷해서 개명이추인가? 얼마 뒤 밭둑에 노랗게 꽃 핀 '산괴불주머니'가 개맹이추라는 것을 알게 됐지요. 그런데 식물도감에서는 산괴불주머니는 독초라 먹을 수 없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지요. 도대체 왜 독초를?
겨울 끝 무렵 먹을 것이 궁할 때 산나물로 생명을 이었다고 해 산마늘이 명이나물로 불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 산괴불주머니도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괴불주머니가 겨울 끝자락에 먼저 올라오니 독초라 해도 물에 충분히 우려 나물로 먹었던 모양입니다. 어려운 시절을 묵묵히 견뎌온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 생각에 들판에 핀 노란 산괴불주머니 꽃을 보고 괜스레 가슴 한켠이 아릿해졌답니다.
산괴불주머니를 삶아주셨던 작은할머니는 몇 해 전 세상을 달리하셨지만 올해도 그 노란 꽃은 밭둑가에 흐드러지게 피겠지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남편이 회화나무 꽃으로 곱게 물들여준 무명에 산괴불주머니를 수놓아 작은 가방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우리 동네 대표 음식 김치곰치국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유명 음식을 먹는데 삼척의 대표 음식으로는 곰치국이 꼽힙니다. 이름도 생소한 곰치는 생김새가 우락부락해 처음 보는 이들은 쉽게 도전하지 못하더라고요. 하지만 묵은 김장김치를 넣고 끓인 곰치국을 맛보고 나면 시원한 그 맛에 반할 겁니다."
■준비재료 곰치 1마리, 배추김치 400g, 물 적당량
■만들기 1 곰치는 껍질을 벗기고 알맞은 크기로 썬다. 2 냄비에 물과 김치를 넣고 끓이다 곰치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특별히 하지 않아도 맛있지만 싱겁다면 김치 국물을 조금 넣는다.
산괴불주머니가 소복히 핀 무명 가방 · 파우치
"어릴 적 할머니는 바지춤에서 빨간 주머니를 꺼내 용돈을 주시곤 했어요. 그 주머니가 두루주머니라는 것을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알았습니다. 쌈짓돈을 꼬깃꼬깃 넣어두셨던 할머니의 두루주머니를 응용해 가방과 파우치를 만들었어요. 옛 추억이 있는 산괴불주머니도 수놓고요."
■만들기 1 겉감 앞에 산괴불주머니 꽃을 수놓은 뒤 덧천을 수 아래에 사선으로 박음질한다. 2 겉감 두 장은 겉면끼리 마주대고 옆선과 바닥에 시접 1cm 남기고 박는다. 이때 겉감의 윗부분은 손잡이를 감싸 뒤로 넘어가므로 옆트임 아래까지만 박는다. 3 안감 두 장은 겉면끼리 마주대고 옆선과 바닥에 시접 1cm 남기고 박는다. 4 겉감, 안감 모두 둥근 부분에 가윗밥을 주고 겉감을 뒤집은 뒤 안감을 겉감 속에 집어넣는다. 5 안감과 겉감 위를 시침한 뒤 겉감 천으로 손잡이를 감싸 뒤로 넘긴다. 박음질로 마무리한 뒤 옆트임을 감침질한다.
■만들기 1 앞판에 수를 놓은 뒤 그레이와 베이지 겉감 조각을 잇는다. 2 겉감과 안감의 겉면끼리 마주대고 주머니 윗부분을 각각 박는다. 3 ②의 시접은 가름솔로 하고 겉감은 겉감끼리 안감은 안감끼리 마주 보게 한다. 안감에 창구멍을 두고 양 옆선에 시접 1cm 남기고 박는다. 이때 주머니 끈이 들어갈 겉감 양 옆 끝 2cm는 박지 않는다. 4 창구멍으로 뒤집은 뒤 안감을 겉감 속으로 집어넣고 끈이 들어갈 부분을 겉감과 안감 함께 박는다. 5 창구멍을 공구르기로 막고 끈을 넣는다.
김희진씨(41)는…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