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브렉퍼스트(Breakfast)와 런치(Lunch)의 합성어 '브런치(Brunch)'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며 고급스러운 식문화로 떠올랐지만 사실 브런치는 우리 일상에 늘 있었다. 주말에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을 먹는 것은 어느 가정에서나 있는 일반적인 일이다. 몇년새 가로수길, 서래마을, 홍대 등 미식가들의 메카로 알려진 거리에는 브런치 레스토랑이 속속 생겨났고, 브런치 타임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찾는 음식이 됐다.
오가면서 들렀던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1층 폴(02-2070-3000)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 굽는 냄새에 반해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이다. 브런치 레스토랑이면서 1백20년 정통의 프랑스 베이커리인 이곳은 패션 부티크 못지않게 잘 꾸며놓아 마치 프랑스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가 소문난 베이커리에 가면 먼저 맛보는 메뉴는 크루아상이다. 식전빵인 캄파뉴도 담백하고 적당히 거친 텍스처가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크루아상이 인상적이다.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식감은 부드러우면서 느끼하지 않은 버터 향이 코끝을 찌른다. 빵을 구워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물으니 프랑스 본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운영하고 있고, 직원들이 프랑스에 가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한편에 앉아 통유리창으로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브런치를 즐기니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음식 맛은 배가 된다. 크레페, 오믈렛 등은 가장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
레몬드레싱을 뿌린 신선한 채소 샐러드가 결들여 나오는데, 한 접시로 갖가지 영양소를 조화롭게 섭취할 수 있다. 기름 없이 얇게 부친 크레페에 버섯, 치즈를 넣고 만 다음 반숙 달걀 프라이를 올린 '크랩 샹피뇽'은 담백하면서 달콤하고, 겉과 속이 촉촉한 오믈렛은 식감이 부드럽고 속을 든든하게 채운다. 수프 역시 강추! 카푸치노처럼 풍성한 거품이 올라간 버섯수프와 얇게 잘라 튀긴 감자를 곁들인 감자수프는 느끼하지 않고 고소해 먹을수록 속 깊은 곳까지 뜨거운 감동이 전해진다.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인 만큼 디저트 위력도 대단하다. 커스터드 크림으로 채운 밀푀유, 촉촉한 크림을 채운 에클라, 상큼한 과일과 부드러운 생크림이 올라간 와플 등은 눈은 즐겁게, 입안은 기분 좋은 달콤함으로 정리한다.
이태원 오텀인뉴욕(02-794-6888)은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정취를 자랑하는 뉴욕의 가을을 뜻하는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요즘 이곳이 근방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팬케이크, 프렌치토스트, 베이컨, 아메리칸 패티, 시즌드 포테토, 소시지, 스크램블에그, 버터, 생크림, 메이플시럽 등이 팬에 모두 담겨 나오는 스킬렛 때문이다. 가격은 1만원대지만 양이 푸짐해 식성 좋은 이들도 포만감을 느낄 정도다. 정통 미국식 레시피로 만든 콘비프와 페이스트라미 샌드위치도 베스트 메뉴다.
초코칩, 초코시럽, 슈거파우더, 메이플시럽, 버터, 생크림, 시즌드 포테토를 곁들인 초콜릿칩 팬케이크는 우울한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달콤함이 무기다.
친구들과 늦은 아침을 먹으며 한없이 수다를 떨고 싶을 때,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처럼 시크한 뉴요커가 되고 싶을 때, 매일 먹는 밥 대신 특별한 메뉴로 호강하고 싶을 때는 브런치가 딱~이다. 메뉴가 다양해서 좋다, 영양 밸런스가 잘 맞아 좋다, 천천히 먹어도 좋다 등 여러 장점을 꼽으며 난 오늘도 브런치를 맛보러 발걸음을 옮긴다.
홍석천씨는…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가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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