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과실주이기 때문에 마개를 연 후 다 마시지 않고 남기면 빨리 상하는 편이다. 먹고 남은 와인은 요리에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아르코 발레노'의 오너 셰프 오영화 씨가 제안하는 남은 와인 멀티 활용법.
오영화 오너 셰프가 제안하는 와인 활용법
이탈리아에서는 와인을 요리에 활용하기보다는 음식에 곁들여 마시거나 와인 그대로를 즐깁니다. 아무리 저렴한 와인이라도 그 맛이 매우 좋기 때문이죠. 보통 와인은 가정식보다는 고급 요리에 쓰이기 때문에 특별한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해요. 와인을 넣은 요리는 맛에 깊이가 있고 향이 좋아 요리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집니다. 만약 와인을 마시다 남았다면 요리에 활용해보세요. 평범한 요리에서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요리는 생선요리나 고기요리예요. 생선의 비린내와 육류의 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이죠. 육류는 돼지고기보다는 쇠고기가, 생선은 등푸른생선보다는 흰살생선과 맛 궁합이 더 잘 어울려요. 생선찜을 할 때 화이트와인을 뿌린 뒤 찌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촉촉한 생선살을 맛볼 수 있어요.
평범한 쇠고기갈비찜을 할 때도 간장양념장에 와인을 약간 첨가하기만 해도 깔끔하면서 색다른 맛의 갈비찜이 되죠. 와인과 설탕을 넣고 졸인 와인캐러멜은 견과류에 묻히거나 크림치즈와 곁들이면 와인 안주로도 좋아요. 피클을 만들 때 레드와인으로 절이면 색이 곱게 물들어요. 잘 알듯이 와인을 졸이기만 해도 스테이크소스를 만들 수 있으며, 연어회나 참치회 위에 뿌리면 간단하게 카르파초를 만들 수 있죠. 와인은 과일과 맛의 조화가 좋아 과일잼을 할 때 약간 넣으면 더 맛있는 잼이 완성된답니다. 우리네 배숙이 목감기에 좋다고 알려졌듯이, 외국에서는 배를 와인에 졸여 먹는데 이 또한 감기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사과를 화이트와인과 설탕에 살짝만 졸인 뒤 타르트를 만들 때 얹으면 디저트로도 즐길 수 있답니다. 이처럼 와인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요리에 사용하는 와인은 달콤한 와인일수록 좋아요. 또 와인의 향과 맛을 충분히 살리려면 뜨거울 때 넣지 말고 마지막 단계에서 첨가해 휘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을 주의하세요. 남은 와인은 실온에 3~4일 정도 두면 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밀봉해서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최대한 빨리 쓰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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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화 씨는 서울대 디자인과를 나온 뒤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가 우연히 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현재 초콜릿 패키지 디자인 제작과 함께 홍대 인근 '아르코 발레노'의 오너 셰프로서 홈메이드 스타일의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인다.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한 가지 식재료에 빠지면 수많은 실험적인 요리를 해보면서 독창적인 메뉴를 개발한다.
info.
아르코 발레노 메뉴 커피 5천원대부터, 브런치 1만5천원, 디너 2만5천원부터영업시간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1시, 일요일 오후 3시~10시주소 서울 마포구 상수동 71-9번지 문의 010-8003-7106 주차 불가
01 갈비찜에 활용하기
간장으로만 만든 갈비찜은 먹고 나면 입 안이 텁텁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와인을 넣으면 훨씬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와인과 간장, 물을 2:1:2의 비율로 맞춘 뒤 조청이나 물엿을 ½ 정도 비율로 넣어 섞는다. 소금을 약간 넣어 감칠맛을 내고, 이때 마늘과 파는 넣지 않는다.
02 와인에 졸인 배
배는 껍질을 벗긴 뒤 반달 모양으로 썰고 와인에 뭉근하게 졸이면 감기에 좋은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 이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그 맛이 한층 좋아지며, 너트메그나 시나몬, 클로브를 넣고 끓이면 향이 좋다. 또는 크랜베리주스와 설탕을 냄비에 넣고 80℃ 정도로 끓여 한 김 식힌 뒤 와인과 레몬즙을 약간 넣고 섞어 얇게 썬 배, 얇게 썬 사과, 딸기를 재우면 필링을 만들 때 쓰거나 얼음을 넣고 믹서에 갈아 셔벗으로 즐길 수 있다. 이때 와인과 크랜베리주스 분량은 2:1 비율로 한다.
03 매실와인청
매실이 한철일 때 사다가 매실청을 만들 듯 살균된 유리용기에 매실과 설탕을 번갈아가며 켜켜이 담고 레드와인을 넣어 1개월간 숙성시킨 뒤 3개월 내에 먹는다. 설탕이 들어갔지만 달지 않고 술맛이 강해 갈비찜이나 돼지고기조림에 넣으면 고기 누린내를 없애고 깊은 맛을 낸다. 또 와인에 절인 매실은 일본의 우메보시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오차즈케와 함께 곁들여 내거나 다져서 쌈장에 섞는다.
04 와인캐러멜
와인 향이 가득한 와인캐러멜은 설날에 먹다 남은 가래떡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와인과 설탕을 1:1 비율로 넣어 약한 불에서 120℃가 넘지 않게 끓인다. 이때 절대로 저으면 안 되며 열전도율이 균일한 동 재질의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캐러멜은 만들기 어려운데 끓이기 전 설탕에 물 1큰술 정도를 섞어 불에 올린 뒤 냄비 가장자리에 기포가 생기기 시작할 때 와인을 넣고 졸이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05 와인피클
양파나 백오이로 피클을 담글 때 와인을 활용하면 붉은색이 배어들어 맛은 물론 보기에도 예쁘다. 와인 1컵에 식초 4컵, 설탕 2컵, 소금과 레몬즙을 약간 섞은 뒤 둥근 모양을 살려 얇게 썬 양파를 절인다. 비트를 같은 모양으로 썰어 넣으면 붉은색이 더욱 선명해 함께 절이면 좋다. 보통 피클물을 만들 때 한소끔 끓이지만 와인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끓이지 않는 것이 특징. 모든 종류의 피클은 공기가 통하지 않게 유리병에 밀봉하고 하루 동안 냉장 보관한 뒤 먹을 수 있다.
06 와인블루베리그라니타
와인이 들어간 그라니타는 색이 예쁠 뿐 아니라 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블루베리와 블루베리주스(또는 포도주스)를 넣으면 맛이 한층 좋아진다. 와인과 블루베리, 블루베리주스, 설탕, 우유를 동량으로 준비한다. 블루베리와 우유, 설탕을 믹서에 곱게 간 뒤 와인, 블루베리주스, 레몬즙 적당량을 잘 섞어 냉동실에 넣고 얼린다. 얼리는 중에 포크로 가끔씩 긁으면 결정체가 굵어 씹는 맛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