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단 입 안에 뭔가를 넣어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네 인생사. 하지만 가만 관찰해보면 스트레스를 받은 후 사람에 따라 섭취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장님의 호출을 받은 뒤, 자리에 오면 여지없이 서랍 속 초콜릿을 꺼내 먹는다는 박 모 양, 회사 일로 울화가 치밀 땐 무교동에가서 꼭 낙지볶음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김 대리의 사례뿐이 아니다. 라면이나 짭짤한 과자, 튀김과 같은 고칼로리 음식, 여러 종류의 빵을 무한대로 섭취하며 사람들은 각자 입맛 당기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보통 우리 몸이 특정한 음식이나 맛을 원할 경우 이것은 나트륨, 칼슘과 같은 체내의 무기질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난히 당기는 음식이 있다면 그 맛을 통해 일정한 자극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송재철 교수는 사람마다 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다르므로 선호하는 맛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람의 혀에는 맛을 감지하는 접수체가 있는데 단맛을 더 잘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개개인에 따라 짠맛, 매운맛 등 일정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대개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고 편안함을 주는 미감은 단맛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땐 각자의 혀 접수체가 더 잘 감지해 강한 자각을 느낄 수 있는 맛을 선호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맛의 감별과 자극은 자주 섭취하거나 나이가 들수록 퇴화하기 마련. 흔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게 되는 ‘맛’은 엄연히 말해 감각이 아닌 음식 자체에 대한 욕망인 식욕이므로 무절제한 섭취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