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씨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면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두부 생각이 난다. 불린 콩을 맷돌에 넣어 갈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던 소리, 가마솥에 불을 피워 콩물을 끓여내던 냄새 등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캄캄한 겨울밤에 뜨끈한 두부를 간장에 찍어 먹던 그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요즘은 다이어트 때문에 두부를 즐겨 먹는다. 두부는 저칼로리인데다 고기보다 우수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고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해서 다이어트에는 최고 식품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TV를 보니 요즘 두부에 기름이 들어갔네 안 들어갔네 말이 많다. '두부에 기름이 들어가나? 왜 들어가지? 그런데 두부에 기름이 들어가면 안 되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기름을 넣는 두부도 있었다. 이유는 끓인 콩물에 응고제를 넣으면 두부가 매끈하게 균일한 모양이 나오지 않아서 응고제의 반응 속도를 늦추기 위해 올리브오일 등을 넣는다는 것이다. 올리브오일이 몸에 나쁜 것이 아니니 들어가도 상관은 없지만 두부에 다른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기름 넣지 않은 두부'라고 강조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기름보다도 신경 써야 할 첨가물은 오히려 소포제나 유화제 종류였다. 콩을 갈아 끓일 때는 거품이 많이 생기는데 이것을 일일이 걷어내기 어려우니까 거품을 없애는 약품인 소포제를 쓴다는 것이다. 또 비지를 잘 분리되게 하고 모양이 예쁜 두부가 만들어지도록 유화제를 쓰기도 한단다.
화학물질인 식품첨가물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민영씨는 얼른 냉장고로 가서 포장 두부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소포제·유화제 무첨가'라고 쓰여 있었다. 이제까지는 살 때 별 생각 없이 집어 들었지만 앞으로는 첨가물 유무도 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반찬으로 두부조림을 준비했다. 민영씨가 남편에게 두부의 첨가물 이야기를 하자 남편이 말했다. "첨가물도 첨가물이지만 어떤 콩으로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앗, 그런가? 수입 콩은 대부분 유전자 조작 콩이기 때문에 두부의 원료가 국산 콩인지 수입 콩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안전하다고 증명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민영씨는 되도록 유전자 조작 식품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도 유통과 보관을 잘못해서 식품이 상한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 민영씨는 두부를 사면 용기 안에 있는 물을 버리고 새로 물을 받아 보관한다. 먹다 남은 두부를 보관할 때도 물에 담근다. 두부 담근 물을 하루에 한두 번쯤 갈면 두부의 신선함이 더 오래간다는 것도 경험으로 배웠다. 장을 볼 때도 두부, 우유 등은 맨 나중에 카트에 집어넣는 것도 민영씨의 장보기 기술이다. 장보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내내 두부를 상온에 방치하면 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반드시 냉장 상태로 유통되는 두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할인해주거나 덤을 준다고 해서 많이 사기보다는 먹을 만큼씩 소량으로 구입하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는 걸 알고 있는 민영씨. '이 정도면 주부 몇 단 정도는 되지 않겠어?' 매콤하게 조린 두부조림을 입에 넣으며 민영씨는 흐뭇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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