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인의 감각을 보려면 그릇 매무새를 보라 했던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식기에는 그 집의 가풍이 담겨 있다. 라이프스타일 멘토들이 자신의 그릇장을 열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0년 묵은 그릇 보관하는 적송 찻장
한경화(한식 갤러리 카페 다미안 대표) 세월이 흐르면서 멋스런 본새가 드러나는 물건이 있다. 한식 그릇이 그러한데, 좋은 그릇, 비싼 그릇 모시기 전에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묵은 그릇부터 가까운 곳에 꺼내두면 어떨까. 우일요에서 우리 그릇을 모아온 다미안 한경화 대표는 얼마 전 분당 외곽에 갤러리 카페를 오픈했다. 그중 가장 공을 들인 차실에는 흥미로운 찻장 하나가 있다. 그 안엔 카페와 갤러리 살림살이를 맡아주고 있는 그녀의 이모이자 화가인 김시정씨가 30년간 모아온 국내 도예가들의 찻잔, 주전자, 차통이 여백 없이 가득 차 있다. 붉은 소나무인 적송으로 만든 나무 찻장은 인사동에서 차를 판매하던 중국 교포가 10년 전 ‘중국 다도 전시’를 위해 공방에 제작을 의뢰해 만들었던 물건. 그 교포가 3년 전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그녀에게 약간의 답례비만 받고 선물했다. 유리문이 달려 있어 그릇 전시 효과를 내는 적송 찻장의 맨 아래 칸은 창호지를 발라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는 차통과 도구들을 보관한다.
한식 그릇과 찻잔은 벽에 다는 선반에 크기나 색깔별로 올려두면 급할 때마다 찾아 사용하기 편리하고 디스플레이 효과도 낼 수 있다. 김시정씨가 그간 모아온 한국 도예가들의 응용 자기를 하나씩 모아서 올려두었다. 자세히 보면 그릇 모양새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매끈한 백자보다 도예가의 손맛이 그대로 담긴 투박한 작품들이 좋아 모아온 것이 차실을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