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감각적인 상차림을 원한다면 색과 무늬에 좀 더 과감해질 것을 권한다. 흔히들 대담한 그릇은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 편견이다." 디자인 강국으로 유명한 핀란드. 이곳에서도 국민 브랜드로 추앙받는 '마리메꼬(Marimekk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나 케멜 쿠트보넨(Kutvonen)이 지난달 29일 한국을 찾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처음으로 문을 연 단독매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마리메꼬는 1951년 작은 의류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엌 그릇과 식탁보, 거실 인테리어 소품 회사로도 유명하다. 쿠트보넨에게 올가을 화사하게 식탁 꾸미는 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자잘한 꽃무늬가 새겨진 그릇도 좋지만 올가을·겨울엔 대담한 원이나 줄무늬가 새겨진 그릇을 쓰는 게 트렌드"라며 "추상적인 무늬가 새겨진 제품일수록 오히려 자연친화적인 소품과 더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무늬가 너무 강렬한 그릇을 쓰면 음식이 그 무늬에 묻히지 않나?
"세밀한 무늬, 복잡한 그림이 들어간 그릇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단순한 원이나 줄무늬, 물결무늬가 반복되는 제품은 오히려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 또 의외로 이런 무늬가 동양 문화권에 더 어울린다. 일본 고객들은 앉은뱅이 나무 탁자에 이런 강렬한 그릇을 배치하면 특히 좋아한다."
―식탁보 색깔은 어떤 것을 골라야 하나?
"개개인의 취향이 다 다르지만 올가을·겨울엔 검정과 흰색이 대세다. 아예 새까만 식탁보를 깔고 흰색 그릇을 올려놓아도 좋고, 패턴이 들어간 제품을 섞어도 세련돼 보인다. 물결무늬, 원무늬 등은 언제 어떻게 사용해도 실패하지 않는다. 어두운 빨강이나 초록도 유행할 것 같다. 이때 그릇은 식탁보와 반대 색을 골라야 눈에 띈다."
―가장 좋아하는 그릇이 빨강인데, 식탁보도 빨간색이라 치자. 이럴 땐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대부분 가정엔 흰색 접시가 있지 않나. 빨강 그릇 아래 그 흰 접시를 깔아주면 된다. 그릇 색깔도 돋보이고, 제대로 차린 효과가 나서 일석이조다."
―식탁보를 바꿀 돈이 없다면?
"아예 안 깔면 된다(웃음). 원목 탁자는 테이블보를 깔지 않아도 괜찮다. 정 섭섭하다면 테이블을 가로지르는 천 '러너' 하나 정도 넣어주면 된다. 그릇에 포인트를 주면 테이블보가 없어도 그렇게 심심하지 않다."
―또 신경 쓸 건 없을까?
"높낮이다. 흔히들 식탁을 꾸밀 때 그저 평평하게만 꾸민다. 식탁보를 깔고 그 위 매트를 깔고 접시를 놓으면 다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생기가 없다. 이럴 때 목이 긴 촛대, 키가 크고 독특하게 생긴 물컵을 군데군데 놔주면 입체감이 생긴다. 그마저도 없다면 그냥 조그만 그릇이나 컵을 장식처럼 구석에 탑처럼 쌓아놔도 좋다. 큼직한 국그릇이나 수프 그릇도 그냥 놓지 말고 접시 한두 개 위에 포개서 놓으면 높낮이에 변화가 생겨서 더 멋스럽다."
―음식으로 장식하는 법도 있나?
"블루베리나 토마토를 흰 그릇에 쌓아서 군데군데 놔둔다면 웬만한 장식보다 깜찍하지 않을까? 디자인이 세련된 제품일수록 그렇게 색깔이 강렬한 음식이 꽤 잘 어울린다."
―이 모든 방법을 뛰어넘어 식탁을 꾸밀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철칙이 있다면?
"'웃음'이다. 핀란드가 디자인 강국이 된 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폐허가 된 나라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제품도 사실 그렇게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에 웃음을 주기 위해 대담한 색채와 무늬를 넣은 옷과 식기를 만들면서 출발했다. 식탁 앞에 앉는 가족이나 손님을 활짝 웃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식탁을 꾸미면, 어떻게 차려도 일단 성공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