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 우동 한 그릇 > 속 훈훈한 우동이 아니더라도, 뜨끈한 김이 솟아오르는 우동 한 그릇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다.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줄 입소문난 한.중.일 알짜배기 우동만 모아 소개한다.
◆ 한국식 돌냄비 우동 '장수분식'
오래전, 동경 우에노에 있는 한 우동집들의 국물을 작은 박카스 병에 소중히 담아 여러가지 시도에 시도를 거듭한 장수분식의 오너는 이 육수를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개량해 지금의 한국식 돌냄비 우동을 탄생시켰다. 이 맛은 장수분식이 무려 34년이라는 세월 동안 돌냄비 우동 한 그릇으로 명성을 날릴 수 있게 해준 원동력. 가쓰오부시와 멸치 국물을 베이스로 파뿌리, 생강, 마늘 등 25가지 재료를 넣어 팔팔 끓인 육수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데, 여기에 통통한 어묵과 달걀, 밤과 대추 등을 넣어 음식의 영양 밸런스까지 고려하고 있다.
먹어 보니_
오랜 시간 팔팔 끓여 진한 맛이 우러나는 사골국처럼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장수분식 돌냄비우동의 특징. 국물 따로 면발 따로 놀던 인스턴트 우동과는 차원이 다른 '보양식'같은 느낌이 든다. 그 비결은 바로 국수 면발에 사리와 육수가 깊이 배도록 오랜시간 은근하게 끓는 돌냄비의 힘이다.
장인정신이 없으면 만들기 힘들다는 사누키 우동은 밀가루 속 공기를 빼는 발포 과정과 반죽, 숙성 과정을 통해 면발이 쫄깃한 것이 특징. 여기에 가쓰오부시와 멸치, 간장으로 국물을 내 깔끔하고 시원한 맛으로 유명하다. 홍대 가미우동에서는 일본에서도 흔치 않다는 이 사누키 우동의 오리지널을 맛볼 수 있다. 일본인 주방장이 수타로 뽑아내는 면발은 보는 재미와 함께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쫄깃한 식감을 제공한다.
먹어 보니_
퉁퉁 불은 일반 우동 면발에서 느껴지는 허전함과 달리, 쫄깃하게 씹히다 못해 탄력이 넘치는 굵은 면발이 육수가 지닌 특유의 개운함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그 때 그 때 바로 튀겨낸 치쿠와(원통 어묵 튀김)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위치 및 문의_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46-31 , 02-322-3302
◆ 중국 정통 우동 '태원'
맛 칼럼니스트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추천을 날린 이곳은 수도권에 있음에도 지방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곳. 본래는 옛날 짬뽕으로 전국에 이름을 날렸는데, 우동 맛도 그에 못지않아 알음알음 찾아와 주문한다. 이제까지 먹던 담백하기만 한 중국식 우동과는 달리 속이 뻥 뚫리는 개운함과 고소한 맛을 동시에 내는데, 그 비결은 바로 닭 육수를 첨가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은 살리고 푸짐한 해산물과 청양고추로 칼칼한 맛을 더했기 때문.
먹어 보니_
이 우동의 묘미는 중국집 우동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반전'에 있다. 푸짐한 해산물과 고소한 참기름 향내가 후각과 미각을 사로잡는 것도 잠시, 칼칼하고 얼큰한 뒷맛에 속이 개운하게 뚫리는 느낌이다.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먹게된다는 소문은 진짜였다.
위치 및 문의_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1동 68-3, 032-662-5298
◆ 한국식 메밀 우동 '오목골 즉석 메밀 우동'
차가운 메밀만 접해왔다면, 속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따뜻한 메밀 우동 한 그릇에 도전해보자. 먹고 나면 속에서 퉁퉁 불어 간혹 소화가 쉽지 않은 밀가루와 달리, 소화가 잘되고 포만감이 있어 훌륭한 한 끼 식사로도 먹을 수 있다. 본래 잘 끊기는 메밀면이 뜨거운 국물에 담겨도 탄탄한 이유는 반죽을 오랜 시간 정성껏 치대 끈기와 쫄깃함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먹어 보니_
메밀 특유의 고소함이 면발에 묻어나 자꾸 젓가락을 들게 된다. 육수의 맛이 범상치 않다 싶어 물어보니 사골, 황태, 다시마 등 25가지 재료를 푹푹 끓여 깊은 맛을 살린 것이 비결이라고. 숟가락으로 푹푹 퍼서 곁들여 먹는 튀김가루는 카레가루와 생강, 마늘 등을 일정 비율로 배합해 고소한 메밀 우동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