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흰자를 저으면 새로운 구조가 창조된다. 달콤한 달걀 거품 ‘머랭’의 환상적인 쿠킹 매커니즘.
달걀흰자에서 머랭이 창조되기까지…
달걀을 거품기로 저으면 새하얀 거품을 얻게 되는데, 이 거품(머랭)은 볼을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고 꼭 달라붙어 있을 만큼 응집력이 뛰어나다. 맥주의 거품이나 카푸치노의 포밍처럼 머랭 역시 액체(달걀흰자)와 기체(공기)의 혼합물이 고체처럼 형태를 유지한다. 이와 같이 안정된 달걀 거품은 물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단백질이 풀려 서로 결합하려는 경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품기로 흰자를 저으면 거품기의 철사들이 유동체 일부를 끌고 가면서 단단하게 접혀 있는 단백질 분자들을 푼다. 또한 액체(달걀흰자)와 공기는 물리적 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달걀흰자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접혀 있는 단백질들을 일그러뜨리는 힘의 불균형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동요되고 응집된 상태에서 단백질들은 서로 쉽게 달라붙는다. 그렇게 해서 연속적인 고형의 단백질 그물조직이 기포 벽 속으로 파고 들어가 물과 공기를 모두 그 자리에 고정시켜 오래가는 거품, 즉 기포벽들을 만들어내 머랭이 완성된다.
1 달걀 고르기 달걀흰자의 점도가 많이 떨어질수록 더 빠른 시간에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상온에서 오래 둔 달걀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선한 달걀은 알칼리성이 약하기 때문에 좀 더 안정된 거품을 만들 수 있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신선한 달걀도 전기 거품기를 사용하면 훌륭한 거품을 만들 수 있다.
2 볼과 거품기 달걀흰자를 저을 때 사용하는 볼은 부피가 8배로 늘어날 것을 감안해 충분히 큰 것을 사용한다. 손으로 젓는 거품기를 사용해도 충분하지만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공기를 끌어들이는 전기 거품기를 사용하는 것이 작업 시간을 단축시켜준다. 핸드믹서보다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볼 중앙에서 가장자리까지 소용돌이무늬를 남기며 도는 스탠드 믹서가 더 고르게 저으며 거품으로 변하지 않은 흰자를 덜 남겨 실패할 확률이 낮다.
3 설탕 설탕은 거품 형성을 도와주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한다. 거품을 낼 때 초기에 설탕을 넣으면 거품 형성이 지체될 뿐만 아니라 질감이 나빠진다. 하지만 나중에 첨가한 설탕은 거품의 안정성을 향상시켜 주고 응집력을 높인다. 또한 반들반들 윤기가 나 설탕을 많이 첨가할수록 바디가 좋아지며 구웠을 때 더 바삭해진다. 보통 설탕과 달걀의 비율은 2:1로 맞춘다. 달걀 거품에 넣는 설탕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을 기준으로 머랭의 유형이 달라진다.
프렌치 머랭
프렌치 머랭은 설탕을 넣는 시점만 잘 맞추면 실패하지 않고 쉽게 부풀릴 수 있다. 수플레, 스펀지케이크, 쿠키 반죽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1 달걀흰자를 볼에 담고 거품기로 살살 푼 뒤 세게 저어 거품이 일어나 부풀기 시작하면 설탕 ⅓을 넣고 계속 젓는다. 2 거품의 입자가 보이지 않고 약간 단단해졌을 때 설탕 ⅓ 분량을 넣고 계속 젓는다. 3 거품기로 거품을 들어 올렸을 때 한 줄로 흘러내리면서 끝이 리본 모양을 그리면서 떨어지면 나머지 설탕을 넣고 계속 젓는다. 4 거품을 거품기로 떴을 때 흘러 내리지 않고 끝이 새부리 모양을 내면 완성된 것이다.
이탈리안 머랭
시럽에 익힌 머랭으로, 설탕에 물을 부어 115~120℃까지 끓인 시럽을 달걀흰자에 넣고 젓는 것이다. 정확한 온도로 시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프렌치 머랭보다 만들기가 까다롭지만 한층 부드럽고 윤기 흐르는 머랭을 만들 수 있어 무스, 마카롱, 페이스트리 장식 등에 사용된다. 설탕 90g과 물 30ml을 열전도성이 좋은 소스팬에 넣고 118~120℃의 온도로 맞춰 끓여 시럽을 만든다. 온도계가 없을 때는 시럽을 얼음물에 떨어트렸을 때 껌과 같은 탄력이 있는 볼 상태가 되면 완성이다. 달걀흰자 60g과 설탕 30g을 준비해 프렌치 머랭의 만들기 순서 ③까지 완성한 뒤 시럽을 약간씩 부어가며 계속 젓는다. 거품을 들어 올렸을 때 끝이 새부리 모양을 내면 완성된 것이다.
MACARON
이탈리안 머랭으로 만든 대표적인 디저트 마카롱. 매끈하고 쫀쫀한 이탈리안 머랭이 겉은 파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SOUFFLE
달걀흰자 거품을 가볍게 반죽한 다음 오븐에서 부풀린 달콤한 혼합물인 수플레. 프랑스어로 ‘불룩해진’, ‘숨을 불어넣은’, ‘속삭이는’ 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보송보송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