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평야, 강과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은 여럿 있어도 강원도 양양처럼 격 있는 땅이 또 있을까. 저 혼자 나는 것부터 씨 뿌려 키우는 것까지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 없이 고급 식재료가 되는 곳, 지나는 객이 물 한 잔을 청하자 급히 마셔 체할까 버들잎을 한 움큼 띄워 주었다는 이야기 속 처자처럼 이곳을 찾는 이가 풍성한 먹을거리 급히 먹다 탈 날까, 혹여 채신없어 뵈진 않을까 향기로 한 박자 숨 고르게 하는 고장이 양양이다. 한 발 들이는 순간부터 코끝으로 번지는 바다 짠 내와 송이 향만으로도 배부른 곳, 양양의 해송 사이로 가을이 분다.
숨바꼭질하는 송이, 보물찾기 하는 사람 송이는 ‘송이 밭은 딸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버섯이다. 송이 철이면 딸내미들 친정 나들이가 잦아지고, 송이 따서 망태에 넣어두고 낮잠 자는 사이 홀랑 도둑맞는 일도 많았다. 어디 그뿐인가. 다음 날이면 딸 것을 멧돼지가 헤집어놓아 못 쓰게 된 적도 흔했단다. 송이는 양력 9월 초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나는데,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에 민감해 딱 제 조건에 맞는 상태가 아니면 자라지 않는 그야말로 콧대 센 버섯이다. 송이는 숨바꼭질, 사람은 보물찾기 하며 가을을 지난다. 특히 양양 송이는 타 지역의 것에 비해 수분 함량이 낮아 육질이 두텁고, 특히 그 향은 세계 제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환절기엔 물을 자박하게 넣고 달여 마시면 기관지염이나 감기를 예방·치료하는 데 효과적이고, 요리에 사용할 땐 양념을 최대한 배제해 송이 향과 맛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