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어디로 떠날까'만큼이나 고민되는 것이 '무엇을 먹을까'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148-58번지에 터를 잡은 '봉포 머구리집(033-631-2021)'은 이미 여행객 사이에서는 꼭 들려야 할 맛집으로 통한다.
속초 시내를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동명항 속초 등대전망대,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는 동명항 활어센터도 포기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항상 넘쳐난다. 동명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이곳의 점심시간은 100번이 넘는 대기표를 받고 문 앞에서 서성이는 남녀들로 진풍경을 연출한다.
5년밖에 안 된 이 식당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싱싱한 재료에 있다. '머구리'는 철로 만든 무거운 장비를 쓰고 공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배 위에 연결된 호스 하나 의지한 채 깊은 물속으로 내려가 해산물을 채취해 오는 잠수부라는 뜻이다. 주인 이광조(55)씨는 30년 머구리 경력을 자랑한다. 날만 좋으면 매일 아침 아야진 앞바다로 나가 수심 30m 안팎의 바다 속을 뒤져 멍게· 해삼·성게·문어 등을 잡아 올린다. 입구에는 남자 잠수부 옷과 장비가 전시돼 있다.
워낙 손님이 많아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간격이 좁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수저를 맞대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모든 테이블에는 바로바로 식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얀 비닐이 수백 장 겹쳐져 있다. 그 위로 밑반찬 순두부, 겨자 소스에 무친 콩나물, 곤드레 나물, 김치, 옥수수 범벅, 감자, 오징어 무침, 성게 미역국 등이 차례로 깔린다.
대표메뉴는 성게모둠물회(1만2000원)다. 물회는 원래 뱃사람 음식으로 통했다. 조업 중 출출하면 잡은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초장을 물에 타서 먹던 음식이다. 흔들리는 배에서 짧은 시간에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어느덧 즐거움을 주는 별미로 손꼽히게 됐다.
감칠맛 나는 물회에는 초장 소스도 한 몫 한다. 사과와 배즙, 매실, 키위 등 과일 소스를 기본으로 이곳만의 비법으로 만든 초장을 풀어 살얼음 상태로 보관한다. 그릇에 양배추와 부추, 청양고추에 다진 마늘을 넣고 살얼음 상태로 보관했던 초장소스를 채운다. 다시 상추를 넣고 빙수기에 갈아낸 얼음을 상추 위에 얹는다. 그 위에 해산물을 얹으면 한눈에 물회의 재료가 눈으로 들어와 신선함을 확인할 수 있다. 물회에는 광어, 방어, 가자미, 해삼, 멍게, 개불, 오징어 등 7~8가지 재료가 넉넉하게 들어간다.
새콤달콤하면서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는 물회 소스는 입안에서 씹히는 갖가지 해산물과 어우러져 황홀한 맛을 선사한다. 바다의 맛을 입안에서 다 느꼈다면 미리 준비된 소면을 넣고 비벼 먹으면 새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성게모둠물회만큼이나 성게비빔밥(1만원)도 인기 메뉴다. 다른 곳과 달리 푸짐한 성게알과 김 가루, 깨, 콩나물 등이 담긴 그릇에 공기밥이 따로 나온다. 밥을 3분의 2 정도로 덜어 쓱쓱 비벼 먹으면 고소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나 깔끔함을 더한다. 성게는 맛이 뛰어나 날것은 날것대로, 익힌 것은 익힌 그대로 음식과 잘 어울려 '봉포 머구리집'의 대표적인 음식재료로 사용된다.
속초의 대표음식 오징어순대(1만원)를 비롯해 홍합섭죽(1만원), 회덮밥(1만원)도 맛볼 수 있다. 2인분 이상은 포장도 가능하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문을 열며 주차공간은 넓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다.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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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70호(3월3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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