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심사보조기구는 최근 김치와 김장문화에 대해 '등재권고'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2월 2∼7일 열릴 제8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등재 대상은 김치라는 유형의 음식이 아닌 김치를 둘러싼 문화이지만, 등재권고 판정을 계기로 김치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치는 건강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양적 가치를 정확히 꼽아보라 하면 막연한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 무심히 먹다보니 보양식처럼 유난스럽게 떠받들여지고 홍보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에는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혐의를 더 받는 상황. 인류무형유산 등재 결정을 앞두고 김치의 장점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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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건강에 좋은 재료로 담그는데다 풍부한 유산균과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항산화·항노화·항암 효과 등을 가진 건강식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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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로 만드니 항산화·항암·항노화…김치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배추·무·고춧가루·양파 등 원재료에 몸에 좋은 물질이 많다. 또 유산균이 다양하고 풍부한 데다 이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물질들 역시 건강에 이롭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에 ▲항암효과 ▲항산화 및 항노화 기능 ▲항동맥경화 및 항고혈압 효과 ▲면역활성 증진 효과 ▲항비만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김치 재료에는 다양한 기능성 물질이 들어 있다. 각종 채소와 향신료를 통해
카로티노이드 및 클로로필류, 페놀산, 비타민C, 식이섬유소,
캡사이신, 알리신 등을 섭취할 수 있다. 이 물질들은 독소물질을 제거하고 발암물질 활성화를 억제한다. 또 항산화, 항노화, 면역·식욕증진 등의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배추는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춘다. 마늘의 알리신은 지방산, 중성지질, 인지질,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비만을 늦춘다. 에너지 대사와 체지방질 분해 연소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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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보다 유산균 풍부… '건강식' 명성 그대로
채소에는 토양, 공기, 물에서 온 세균, 효모, 곰팡이 등 미생물들이 붙어 있다. 채소를 씻어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 내염성인 유산균이 다수 살아남는다. 이렇게 잘 익은 김치에는 1g당 유산균이 1억 마리 이상 존재한다. 풀무원 식문화연구원 민승기 책임연구원은 "김치의 유산균은 일반 발효유 제품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라며 "일반 발효유는 종균을 쓰기에 균주가 1∼3가지이지만 김치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락토바실러스 등 균주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김치를 바로 담갔을 때도 유산균이 있지만 잘 익었을 때는 유산균 수가 1만배 이상 많다"며 "pH(수소이온농도) 4.3∼4.5 정도의 김치가 우리가 잘 익었다고 느끼고 유산균도 가장 많은 숙성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로 숙성하려면 보관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 냉장고 기준으로 10∼15일이면 된다.
◆유산균이 만드는 대사물질도 한몫유산균이 자라면서 만들어내는 대사물질들 역시 유익하다. 유산균 중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와 락토바실러스는 발효작용과 대사를 통해 젖산, 유기산, 비타민 B 복합체, 비타민 C, 아세틸콜린,
덱스트란 등을 생성한다.
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김치의 유기산과 젖산균은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기산과 젖산균은 대장의 pH를 낮춰 장내 유익한 미생물의 생육을 촉진한다. 독성물질을 만드는 해로운 균은 억제한다. 이런 정장작용을 통해 대장암 발생에 결정적인 유해세균의 효소활성도를 낮춘다.
이처럼 원재료에 유산균과 대사물질이 어우러진 김치는 '건강식'으로 손색없다. 한 실험에서 토끼에게 12주간 김치를 먹인 결과 토끼의 혈장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질 등의 농도가 감소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끓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사라지는 김치찌개는 영양면에서 어떨까. 민 연구원은 "김치를 찌개로 끓이면 살아 있는 유산균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원재료의 영양과 유산균 대사물질은 그대로이기에 생김치만큼은 아니어도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트륨 섭취 우려에 대해 민 연구원은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 1회 평균 김치 섭취량은 70g 정도로 나트륨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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