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점심 식사를 배달 피자로 해결한 뒤 남은 피자 2조각은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 냉동실에 넣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언젠간 먹을 것 같아 넣어둔 '이것'은 어쩌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냉동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냉장실에서는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각종 재료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고마운' 냉동실이 언제부터 이처럼 주방의 블랙홀로 변한 걸까. 효율적인 냉동 보관법과 함께 당장 해동해 쓸 수 있는 재료를 골라 요리에 활용했다.
정지연 기자 집 냉동실 리얼 공개
큰맘 먹고 냉동실 정리를 하기로 했다. 하나씩 차근차근 꺼내어 확인하니 각종 냉동식품부터 명절에 먹다 남은 전과 떡, 모둠 해물, 잡곡은 물론 검정 비닐봉지들 속에 숨겨진 생선과 육류까지…. 기억 속에선 이미 사라진 식재료가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1 바지락 2주 전 된장찌개에 넣으려고 구입해 10개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넣어뒀다. 2 고등어 한 달 전 3마리씩 묶어 파는 것을 구입해 조림에 사용하고 한 마리가 남아 있다. 3 삼겹살 언젠가 찌개에 사용하려고 남겨뒀는데 쓰려니 해동이 힘들어 새로 장을 봤다. 4 식빵 '이걸 언제 넣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구석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던 듯하다. 5 각종 채소 미리 손질해 넣어두면 요리할 때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넣어뒀다.
효율적인 냉동실 정리를 위한 아이디어
냉동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보관하기 전 계획이 필요하다. 어떻게 먹을 것인지 계산해 한 번 해동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만 투명한 용기에 밀폐해 보관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1 진공 팩에 넣어 완벽하게 밀폐해 넣으면 식품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냄새가 배지 않는다. 생선, 육류, 채소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2 조금씩 사용하는 다진 마늘은 아이스큐브에 넣어 한 개씩 꺼내어 쓴다. 같은 방법으로 채소나 육류를 우린 국물을 보관해도 유용하다.
3 요리 국물은 조금씩 만들기 어려우므로 투명한 우유병이나 생수병 등을 활용해 얼린다. 만든 날짜를 적어두면 더욱 좋다.
4 말린 나물을 매번 데치기 번거로울 때는 여러 번 먹을 양을 살짝 데친 뒤 한 번 먹을 양만큼씩 랩에 감싸 보관한다.
5 생선은 물론 채소 역시 물이 고이면 쉽게 상하고 무른다. 바닥에 굴곡이 있거나 채반이 받쳐 있는 용기에 넣어두면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고 떼어내기도 쉽다.
만들기 1 식빵은 실온에서 해동해 모서리 부분을 잘라내고 각각 한쪽 면에 버터를 바른다. 2 버터를 바른 면이 안쪽으로 가도록 식빵-슬라이스 햄-슬라이스 치즈-식빵 순으로 켜켜이 쌓는다. 3 ②의 윗면에 모차렐라치즈를 올리고 파슬리가루를 뿌린다. 4 20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치즈가 노릇해질 때까지 5분간 굽는다. 5 ④를 접시에 담고 계핏가루를 뿌려 낸다.
만들기 1 고등어는 해동해 4~5cm 두께로 어슷썬다. 2 무는 4~5cm로 큼직하게 썰어 모서리를 다듬는다. 우엉은 껍질을 벗겨 3cm 길이로 썰고 대파는 어슷썬다. 당근은 1cm 두께로 썰어 모양을 낸다. 꽈리고추는 꼭지를 떼어 손질한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조림 양념장을 만든다. 4 냄비에 무와 우엉을 깔고 고등어와 대파를 올린 뒤 양념을 끼얹어 중간 불에 조린다. 5 한소끔 끓으면 불을 약하게 줄여 국물을 끼얹어가며 졸이다가 국물이 처음 양의 반 정도가 되면 꽈리고추와 당근을 넣는다. 6 은근하게 졸이다가 국물이 자작해지면 불에서 내린다.
만들기 1 삼겹살은 실온에서 해동해 3cm 길이로 썰고 파프리카도 크기를 맞추어 썬다. 홍고추와 대파는 얇게 어슷썬다. 2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한입 크기로 뜯고 마늘은 편으로 썬다. 3 볼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고 섞은 뒤 ①의 채소를 넣어 버무린다. 4 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향이 오르면 ③을 넣어 볶는다. 5 고기가 익어가면 데친 브로콜리를 넣어 버무린 뒤 불에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