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하 '먹거리 X파일')'은 2012년 2월 10일 시작, 2013년 8월 17일까지 총 80회가 방송됐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먹거리 X파일'이 몰고 온 파급 효과는 상당했다. 이영돈(57·채널A 제작상무) PD의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멘트는 유행어가 됐고, 너도나도 좋은 아이템에는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식당을 찾을 땐 맛보다 재료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착한 먹거리'는 결국 '진짜 먹거리'라는 사실을 보여준 '먹거리 X파일'. 그 가운데 큰 반향을 일으켰던 X파일을 다시 들춰봤다.
FILE NO. 1 시판 손칼국수의 진실
어릴 때 어머니가 밀가루 반죽을 툭툭 치대고 밀대로 슥슥 민 다음 칼로 탁탁 썰어 끓여주신 손칼국수. 시원하고 든든한 그 맛이 생각나 '손칼국수'라는 이름을 건 가게에 들어서면 시판하는 면만큼이나 균일한 칼국수 면이 그릇을 가득 채워 나온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칼국수는 아무리 잘 썬다고 해도 구불구불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데 말이다. 알고 보니 공장에서 만든 면이나 반죽을 쓰면서 손칼국수라는 간판을 내건 것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공장에서 만든 면을 홍두깨로 눌러 손으로 반죽한 것 같은 면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반죽을 오래가게, 쫄깃하게 하기 위해 물과 밀가루, 소금 이외에 전분과 유화제 등 첨가물을 넣는 곳도 있다. 유통기간 동안 변질되지 않으면서 탱탱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착한 식당 | 가창 칼국수
한적한 도로변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의 식당. 건물 외벽도, 간판도 허름하지만 이 식당에는 힘이 있다. 주인 배교석·김월자 부부는 1년 동안 무농약 밀밭을 일구고, 그곳에서 난 밀로 정성스레 가루를 낸 뒤 손수 반죽해 칼로 탁탁 썰어 손칼국수를 만든다. 배추 농사도 직접 짓고, 통영까지 가서 멸치를 공수하며, 김장 김치도 직접 담근다. 이들의 노고를 보면 음식을 항상 감사하며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방송 직후 밀려드는 손님에 주인의 어깨가 크게 상해 먼저 양해를 구한 뒤 기계가 반죽을 대신하고 있지만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려는 마음만큼은 변함없다. 주소 대구시 달성군 가창로 57길 57(가창면 842-4) 가창삼성요양병원 인근 문의 053-767-9630(화요일 휴무)
FILE NO. 2 당신의 달걀은 건강한가요?
주부의 장바구니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달걀이다. 판매대에는 유정란, 영양란, 목초 먹인 달걀, 홍삼 달걀 등 다양한 달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당 1백원에서부터 1천원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저마다 몸에 좋은 성분을 포함했다고 광고하지만 검증해본 결과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먹는 달걀은 대부분이 좁은 우리 안에 가득 들어찬 닭들이 생산한다. 특히 크기가 커서 선호하는 왕란은 나이 든 닭이 만들어낸 달걀이다. 결국 우리는 건강하지 않은 닭들이 생산한 달걀을 먹고 있는 셈. 닭이 태어나 처음으로 생산한 달걀인 초란은 왕란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노른자의 탄력과 신선도는 월등하다. 또한 우리 안에서 기른 닭에 비해 방사해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이 비타민 A·비타민 E·베타카로틴 함량이 높고, 포화지방·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착한 식당 | 벽오리농장
"미안, 미안, 알 꺼내 간다. 미안, 미안." 닭들이 놀라지 않게 양해를 구하고 조심스럽게 산란 장소에서 달걀을 꺼내는 주인 박대수 씨. 그는 사람과 닭이 공존해 살아가는 관계임을 깨닫고 닭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습성을 고려해 닭장을 만들었다. 주인이 직접 만든 효소에 깻묵, 쌀겨와 왕겨, 바닷물, 우리 밀, 황토를 배합해 만든 사료는 신선한 노른자를 품은 건강한 달걀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주소 충남 서천군 마산면 한마로 678번길 57(벽오리 150-2)문의 041-953-2246 www.donongplus.com(도농더하기)
FILE NO. 3 시원한 냉면 육수의 비밀
더운 여름, 물냉면 한 그릇이면 뼛속까지 시원해진다. 하지만 일반 냉면집에서 맛볼 수 있는 냉면 육수는 사골이나 고기를 우려 만든 것이 아닌, '소고기 맛 조미료'를 넣는다는 사실. 4천만원을 내고 육수 비법을 배웠다는 한 사람은 들통에 소고기 맛 조미료와 설탕을 넣고 끓인 다음, 식힌 뒤 식초 한 바가지를 부어 파는 맛 그대로의 육수를 만든다. 유명 프랜차이즈 냉면집도 마찬가지. 이미 인공 조미료에 길든 혀는 자연 재료 육수보다 MSG가 들어간 육수에 쉽게 반응한다.
착한 식당 | 양반댁 함흥냉면
물에 사태와 생강을 넣고 1시간 30분 정도 끓인 뒤 고기를 건져내고 식힌다. 조미료 없이 육수 맛을 내기 위해 고추씨, 감초, 대파, 파 뿌리, 무, 양파 등 천연 재료를 넣고 또 한 번 끓인다. 끓인 육수를 면 보자기에 붓고 기름을 걸러 완성한다. '양반댁 함흥냉면'은 처음 검증 당시 착한 식당이 되지 못했지만 명태회를 절일 때 넣던 빙초산을 '세 배 양조 식초'로 바꾸고, 냉면 반죽 재료에 들어가는 고구마 전분을 새롭게 개발하는 등 지적 사항을 개선했다. 2013년 여름 재검증을 받아 32호 '착한 식당'으로 선정됐다.주소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반로 302(금호동 482-329) 문의 033-636-9999
FILE NO. 4 신선한 기름으로 튀긴 노릇한 간식
오징어, 고구마, 새우, 달걀, 김말이 등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한 국민 간식 튀김. 그러나 분식집 상당수는 이를 식재료 유통 업체에서 받아다 데워서 판매한다.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에서다. 공장의 재료 상태도 엉망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름이다. 재탕, 삼탕을 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까만 기름에 튀겨낸다. 오래 사용한 기름은 산소를 흡수하며 과산화지질이라는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국민 건강에 위협적이다. 공장도 그런데 분식집이라고 다를까. 분식집 역시 식약처 안전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기름으로 튀겨내고 있었다. 기름을 자주 교체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착한 식당 | 요요미
주문과 동시에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가게. 즉석에서 조리하다 보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김말이 튀김은 가게에서 직접 당면을 삶아 말아 만든다. 오징어 튀김 역시 마른 오징어 다리를 불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산 오징어 몸통으로 만든다. 따끈하게 나온 튀김에서는 신선한 기름 냄새가 난다. 매일 기름을 교체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사용한 기름을 빼내고 세제를 묻혀 꼼꼼히 닦는 등 튀김기도 깨끗하게 관리한다. 튀김을 만들 때도, 재료를 손질할 때도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는 부부의 마음은 착한 튀김으로 재탄생된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은평로 11길 3-1(응암동 87-36) 문의 070-4321-5985
FILE NO. 5 빛깔 고운 떡
맛 좋고 영양 많고 속 든든한 떡. 주재료인 쌀뿐 아니라 찹쌀, 팥, 검은콩,
흑임자 등 재료만으로도 입에 넣으면 금세 건강해질 것 같지만 천연 재료는 찾아보기 어려운 떡도 있다. 윤이 반지르르해 먹음직스러운 진홍색·쑥색 꿀떡, 바람 떡은 천연 재료 대신 인공 색소로 색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적은 양으로도 손쉽게 고운 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간장과 참기름만으로는 진한 색을 낼 수 없어 캐러멜 색소를 넣는다. 그뿐 아니라 오래 판매할 수 있도록 유화제를 넣는 일은 예사다. 유화제는 오래도록 쫄깃한 식감과 모양을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잘 쉬지 않고 굳지도 않게 만든다.
착한 식당 | 떡의 미학
약식에 들어가는 찹쌀은 직접 재배를 주문, 전량 매입해 필요할 때마다 도정해서 사용한다. 단맛은 설탕 대신 꿀을 이용해 내고, 인절미는 기계 대신 직접 절구로 치대 만든다. 녹두편에 들어갈 녹두의 껍질을 직접 골라내고, 호두도 떫은맛을 내는 속껍질을 손으로 벗겨 사용한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주인 김명순 씨의 고집으로 자연 재료로만 만든 건강한 떡이 탄생한다. 조카 세 명이 전통문화로서 떡의 명맥을 잇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뜻이 대물림된 셈이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25길 95(연희동 89-50) 문의 02-324-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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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동아일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