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행복한 순간, 축하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케이크다.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구윤선·구도회 파티시에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축하를 보내는 일을 하다 보니 그들의 삶도 그러해졌단다. 선한 얼굴이 닮은 남매가 머무는 공간, '레미니스'는 위로받고 싶은 날 찾으면 좋은 곳이다.
1바삭한 머랭과 쫀득한 필링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곳의 마카롱은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2냉동실에서 하룻밤 지낸 케이크는 조각으로 잘라 진열대로 옮긴다. 홀케이크를 구입하려면 최소 사나흘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3이곳의 인기 메뉴인 감자 케이크. 홍차나 진한 아메리카노와도 잘 어울린다.
4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린 레미니스.
5소중한 추억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케이크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구윤선 씨가 꼽은 슈거 크래프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서울 한복판에 이토록 정겨운 동네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오래된 상점들과 한옥들이 콕콕 박혀 있는 계동길에 들어서면,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 느리게 걷게 된다. 그렇게 거닐다 보면, 진한 보라색 차양이 쳐진 작은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던 구윤선 씨와 호주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온 구도회 씨 남매가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레미니스'다. 이곳은 이들의 꿈을 실현한 공간이다. 슈거 크래프트를 취미로 배우다 케이크의 매력에 빠진 구윤선 씨는 르 코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에서 제과 과정까지 수료했고, 내친김에 디자이너가 아닌 파티시에로 사는 삶을 택했다. 그리고 조용한 계동길이 좋아 케이크 주문 제작과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공방을 이곳에 차렸다. 입소문을 통해 여기저기 알려지기 시작했고, 계동길에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자 3년 전부터는 공방을 확장해 케이크 카페로 꾸몄다. 여전히 슈거 크래프트 케이크와 주문 케이크도 제작하고, 베이킹 클래스도 운영하며, 열한두 가지 조각 케이크와 마카롱, 홍차와 커피 메뉴를 판매한다. 마카롱은 남동생 구도회 씨가 도 맡아 만들고 슈거 크래프트는 누나 구윤선 씨가 작업했지만, 구윤선 씨가 육아휴직 중인 요즘은 모두 구도회 씨의 몫이다.
레미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감자 케이크다. 구선 씨가 가장 애착 갖는 메뉴이기도 하다. 아삭한 감자 무스, 바삭한 다쿠아즈, 생크림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지만 당히 달면서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처음에는 화려하고 맛이 진한 프랑스 케이크가 좋았어요. 그런데 점점 친숙하고 편안한 일본풍의 케이크가 좋아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메뉴도 감자 케이크나 치즈 케이크류, 생크림 케이크가 주를 이루게 되 었고요. 내년 초에는 레드 벨벳 케이크나 당근 케이크처럼 묵직하고 든든한 케이크도 추가할 예정이에요."
동네에서 가장 빨리 하루를 여는 곳이 빵집이라지만, 케이크가 주메뉴인 이곳은 모든 작업을 오후에 시작한다. 케이크를 만들어 바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영하 17℃의 냉동실에 하룻밤 넣어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 꺼내 실온에 30~50분 정도 두었다가 조각으로 잘라 진열대로 옮긴다.이 과정을 거쳐야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맛이 깊어지기 때문이라고. 중간에 케이크가 소진되어도 절대 이 과정을 생략하는 법이 없다. 구도회 씨는 기본 원칙을 꼭 지키는 것이 바로 레미니스 케이크가 사랑받는 이유라고 믿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절대 마카롱을 만들지 않는 것도 그가 고수하는 원칙 중 하나다. 꾸준하고 편안한 케이크, 늘 변함없는 맛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심에 레미니스의 두 주인장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초심을 잊지 않는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계동 120-1
문의02-367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