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온 것이 정설이라고 하는데 수천년 전부터 고추가 우리 식탁 위에 올라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이 맞나?
A. 고추는 1492년 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페루의 '아히(aji)'를 유럽으로 가지고 온 것이 세계로 퍼졌으며, 우리나라에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이 통설(通說)이었다. 콜럼버스가 가져온 '아히'가 일본을 거쳐 한국과 중국, 인도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전래설'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사학자 최남선이었다. 1978년 이성우 전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
지봉유설'을 보면 '고추가 일본에서 와서 왜개자(倭芥子)라고 한다'고 쓰여있다"며 최남선과 같은 주장을 했다. 이후 "일본(倭)에서 들어와서 왜초(倭椒)라 한다"(
성호사설), "남만초(南蠻椒)가 임진왜란 후 담배와 함께 들어왔다"(
오주연문장전산고)고 적힌 문헌이 속속들이 제시되면서 고추가 일본에서 왔다는 일본 전래설은 '통설'로 여겨지게 됐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이런 통설과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책임연구원과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팀이 "고추는 임진왜란 전부터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1400년대부터 국내에서 고추를 음식 재료로 사용했다는 문헌 기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경란 연구원은 "임진왜란 전부터 여러 문헌에 '고쵸'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일본 문헌의 대부분은 '고추는 조선에서 왔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일본 문헌인 '대화본초'에도 "일본에는 고추가 없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정벌 때 그 나라에서 종자를 가져왔기에 고려호초라 한다"고 적혀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전래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고추가 발견되기 전의 '고쵸'는
초피나무의 열매인 천초나 후추를 뜻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하고 있다. 고추의 유래에 대한 정설(定說)은 아직 없는 셈이다.
※도움말: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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