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고, 멀리 가긴 싫었다. 편의점에서 7개의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왔다. <아레나> 에디터들의 입맛이 이렇게나 예민하지 몰랐다.
실험 대상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 |
실험 항목 향, 맛, 외모, 총평 |
평가자 천혜빈·조하나·조진혁(<아레나> 피처 에디터)
천혜빈 <아레나>의 미식가. 뭐든 짧고 깊게 먹는다.
조하나 믹스 커피를 추종하며, 그녀의 테이크아웃 커피에 대한 평은 야박하다.
조진혁 커피의 가치를 담배와의 궁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팝천혜빈
향 쌍화탕 같은 한방 향이 난다. 이걸 아로마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맛 달다. 그런데 어린이 감기약처럼 단맛이다.
외모 패키지 밑동에 초록색을 쓴 것이 왠지 S사 제품 같아 보인다.
총평 무난하지 못해서 대중적으로 많이 팔릴지 걱정스러운 맛.
조하나
향 사약처럼 진한 향이 처음부터 자극적이다. 그리 기분 좋은 자극은 아니다.
맛 설탕 몇 스푼 그득 넣은 듯 대놓고 달다. 일시적인 기분 전환엔 딱이다.
외모 부실한 내용물을 감추려 호들갑을 떨어'팝'스러운 느낌을 살리려 했으나 촌스럽다.
총평 편의점에 이것밖에 없다면 모를까, 굳이 고를 이유는 찾을 수 없다.
조진혁
향 합성 착향료를 많이 사용했는지 매우 달고, 진한 인공 커피 향이 난다.
맛 여자들은 단 걸 좋아한다지만, 이건 너무 달다. 예쁜 여자에게 주면 안 되는 맛이다.
외모 사각 얼음이 자홍색 물방울들을 튕기는 모습은 아이스 홍초 진액을 연상시킨다.
총평 너무 달아서 갈증이 난다. 그래서 또 마시면 갈증이 나고…. 뫼비우스의 커피다.
맥심 아라비카천혜빈
향 부드럽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익숙한 향이 난다. 맥심이니까.
맛 익숙한 맛이 난다. 맥심이니까.
외모 브론즈 컬러 패키지와 맥심 로고 역시 익숙한 느낌이다. 즉각적으로 골라야 한다면 무심코 이 제품을 들어 올릴 것 같다.
총평 믹스 커피 애호가라면 주저 않고 고를 듯한 제품.
조하나
향 익숙한 브랜드인 만큼 거부감이 없다. 인공적이기보단 자연스러운 향에 가깝다.
맛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지만 끝 맛은 살짝 씁쓸하다. 물엿 같은 달달함도 있고.
외모 무난하고 익숙한 색감과 디자인이다. 맥심 하면 떠오를 이미지들이 총동원됐다.
총평 굳이 커피를 고를 때 모험을 감행할 이유를 못 찾았다면 위험하지 않은 선택이다.
조진혁
향 LPG 충전소 앞 커피 자판기에서 맡던 냄새다. 택시 기사의 냄새다.
맛 진하고 풍부한 스위트 아메리카노라고 패키지에 쓰여 있다. 정직한 문구다.
외모 아라비아의 고급스러움과 사막을 닮은 금색을 시도했으나, 현실은 구리색이다.
총평 믹스 커피 두 잔을 한 팩으로 마신다. 효율적인가?
바바커피천혜빈
향 맥심과 비슷한 믹스 커피 향이 난다.
맛 연하고 부드럽다. 단맛도 강하지 않고 혀끝에 남는 맛이 개운하다.
외모 청량감을 강조한 패키지인데 잘못 보면 물티슈인 줄 알겠다.
총평 맛과 향, 끝 맛까지 모두 무난해서 잘 팔릴 듯한 제품.
조하나
향 후각으로 느껴지는 향 자체의 특별함은 없다. 오히려 다른 제품들에 비해 미미한 편.
맛 달달함과 씁쓸함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 오히려 특별한 개성을 찾을 수 없다.
외모 목마름으로 편의점에 들어선다면 가장 먼저 눈에 띌 시원시원한 겉모습.
총평 향도 무난, 맛도 무난, 외모는 시원. 편의점 커피의 스탠더드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조진혁
향 향이 약하다고 해서 가벼운 커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60칼로리로 가장 묵직하다.
맛 시고 씁쓸한 복합적인 맛이 혀에 닿는다. 목 넘김 뒤에 달달한 맛이 드러난다.
외모 아메리카노라고 쓰여 있지만, 사진은 카페라테가 분명하다.
총평 편의점에서 균형감 있는 커피를 찾고 있다면 이거다.
더치 아메리카노천혜빈
향 향이 확 느껴지지 않았다. 코가 막힌 것도 아닌데.
맛 무가당은 아닌데 아스라하게 느껴지는 단맛이 원두 맛과 적절한 배합을 이룬다. 끌린다.
외모 무광 패키지는 좋은데 낯선 얼굴의 여자 모델은 뜬금없어 보인다. 누구지 하고 포털에 찾아보게 만드는 효과.
총평 같은 가격대 제품 중에 단맛이 가장 적절하게 가미된 제품.
조하나
향 '야리꼬리'한 향에 갸웃하게 된다. 시큼한 커피 향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겐 거부감을 줄 수도.
맛 시큼하다는 전체적인 인상은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느낌으로 이어진다. 뒤에 남는 여운도.
외모 고급스럽고 세련된 커피라는 느낌을 주기에 최적화된 옷을 갖춰 입었다.
총평 나쁘지 않은 '다름'이다. 편의점 커피의 고루한 인상을 한 방에 바꿔줄 신선한 대안으로 추천.
조진혁
향 '쥬시후레쉬' 껌 냄새다. 향을 맡으면 치아가 간질거린다.
맛 신맛이 강해 산뜻하다. 여전히 이가 간지럽다.
외모 예쁜 모델이 있다. 하지만 얼굴 부분이 쉽게 구겨져 웃기거나 무섭게 변한다. 질리지 않는 패키지다.
총평 편의점 커피는 설탕 커피라는 오명을 벗겨줄 신선한 커피다.
루왁커피천혜빈
향 볶은 원두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맛 풍미가 부드럽고 묵직하다. 얼음이 녹아도 진한 맛이 유지된다.
외모 행여 밤에 볼까 무섭지만…. 섹시하다. 비싸 보이고.
총평 가성비가 훌륭한 제품
조하나
향 편의점 커피로 호사를 누릴 게 아닌 이상, 익숙하지 않은 향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맛 부드럽게 씁쓸하지만 이 또한 익숙지 않은 맛이다. ‘이게 뭐지?’ 하는 동안 얼음이 다 녹아버릴 수도.
외모 검은색 바탕에 고양이의 두 눈동자가 노려보고 있다. 편의점 커피에 너무 힘을 줬다.
총평 전체적으로 불편하다. 최상급 재료라는 ‘루왁’을 편의점 커피로 대중화하기엔 역부족.
조진혁
향 시큼한 원두 향이 난다. 진짜 커피다.
맛 신맛 살짝, 단맛도 살짝 그리고 고소하다. 커피 전문점 못지않다.
외모 왜 루왁커피라고 써놓고 뱀눈을 그려놨지?
총평 2천5백원으로 다른 제품들에 비해 1천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값어치를 한다.
칸타타 오리지날 천혜빈
향 시럽 향이 폐부를 찌른다. 맛이 어떨지 미리 예상될 정도.
맛 예상대로 시럽 맛이 강하게 난다. 혀끝에 남는 커피 ‘향’(맛이 아니다)이 아니었더라면 커피인지 모를 것 같다.
외모 이게 바바였나 칸타타였나… 기억에 남지 않는 디자인.
총평 ‘팝’에 이어 또 괜스레 걱정되는 제품.
조하나
향 깊고 진한 향이 인상적이다. 커피는 자고로 맛보단 향이라는 사람들이 좋아할 법하다.
맛 혀끝에 닿는 커피의 느낌 자체가 강하다. 그만큼 색도 짙고 자극적이다. 깊고 진한 맛이 오래간다.
외모 바바와 비슷한 외모. 시원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때 먼저 손에 닿을 듯한 디자인.
총평 편의점 커피 중 좀 더 진하고 깊은 맛과 향이 간절할 땐 칸타타를 택하리.
조진혁
향 달콤한 향이 옅게 난다. 풍부하지도, 진하지도 않다.
맛 달고 끝 맛이 씁쓸한 칸타타 캔 커피의 맛 그대로다.
외모 얼음, 원두, 커피 세 가지 이미지를 간단히 합성했으며, 폰트 또한 성의 없긴 마찬가지다.
총평 별다른 기대 없이 무난히 마실 수 있다.
쟈뎅 까페리얼천혜빈
향 쌍화탕 향이 나는 제품을 또 찾은 것 같다. 팝보다는 덜하다.
맛 인공 감미료 같은 단맛이 나고 커피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외모 요란하다. 묘하게 눈에 띄는 패키지.
총평 자극적인 매력이 있긴 한데, 쉬이 질릴 것 같다.
조하나
향 무난하지도, 독특하거나 개성을 갖춘 향도 아니다. 그냥 커피에 물 탄 향.
맛 전체적으로 올드한 느낌이 강하다. 지금은 맛보기 힘든, 10년 전쯤 경험한 맛.
외모 이탤리언 정통 방식을 강조하려는 의도인지 이탈리아 국기의 디자인과 색감을 전면에 배치해 오히려 촌스럽다.
총평 개성이 없어 아쉽다. 편의점에 쟈뎅만 있다면 차라리 다른 음료군을 선택하겠다.
조진혁
향 브라질과 콜롬비아 원두를 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시큼한 향이 강하다.
맛 달고 쓰다. 믹스 커피보다는 덜 달지만 그래도 달다.
외모 이탈리아 국기와 2006년 유행했던 감성 일러스트가 함께 있다. 정체를 모르겠다.
총평 천원대치고 무난한 맛이지만 계속 마시게 된다. 천원어치의 중독성이다.
* Editor 조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