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조들은 겨울이 되면 추위에 대비해 옷을 겹겹이 입었는데, 그 때문에 피부 호흡이 원활하지 못해 열이
오장육부(五臟六腑)에 쌓여 속에 화가 많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며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동치미를 한겨울에 즐겨 먹었다. 그와 같이 무는 겨울이 제철이기도 하지만 건강을 챙겨주는 약이기도 하다.
< 동의보감 > 에는 '오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씻어 내고 폐가 위축되어 피를 토하는 것과 허로로 여윈 것, 기침 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적혀 있다. 즉 소화기와 호흡기에 좋다는 의미다. 생무는 하기(下氣)하는 성질이 강한데, 이는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한 것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다. 무의
디아스타아제 성분은 소화를 촉진하고, 리그닌이라는 식물성 섬유는 변비를 개선하며 장내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무의 매운맛은 기운을 소통하는 동시에 거담(祛痰)하는 작용이 있어 기침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있어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질 좋은 제철 무를 썰어 햇볕에 말린 무말랭이는 수분이 빠지고 햇볕을 통해 철분과 비타민 B₁, 비타민 B₂, 비타민 D, 칼슘이 크게 늘어난다. 활동량과 일조량이 적어 햇볕을 잘 못 받는 겨울철에는 뼈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무말랭이를 섭취하면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한 무는 해열과 진통 효과가 있어 치통이나 잇몸이 갑자기 부울 때 무를 갈아 잇몸에 붙이면 통증이 완화되므로 응급 처방약으로 사용하면 좋다.
무는 부재료로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여러 식재료와 궁합이 잘 맞아 조력자 역할을 한다. 생선과 함께 조리하면 식중독 예방과 함께 비린내를 제거하고, 육류와 함께 조리하면 소화를 촉진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한다. 밀가루 음식과 함께 먹으면 무의 소화효소가 밀가루가 지닌 단백질 성분을 분해해 소화에 도움이 되어 체하는 것을 예방한다. 무엇보다 겨울이 다가오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가 찾아오는데, 김장철에 준비해둔 무와 생강으로 감기 예방 차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무와 생강을 함께 원액기에 넣고 착즙해 따뜻한 물에 희석하고 여기에 꿀을 약간 첨가하면 감기로 인한 기침 가래와 인후통, 몸살로 인한 근육통을 완화한다. 송년회 겸 회식이 잦은 요즘 기름진 음식으로 과식을 했다면 후식으로 과일 대신 시원한 생무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의사 왕혜문 씨는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약선 과정을 이수했다. 요리하는 한의사로 잘 알려진 그녀는 < 참 쉬운 약선 요리 > 책을 집필했으며, 올리브TV의 프로그램 '홈메이드쿡 : 밥상닥터'를 통해 전문적인 한방 지식과 뛰어난 요리 솜씨를 바탕으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글 왕혜문 | 포토그래퍼 최해성 | 에디터 양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