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학원으로 어른보다 더 바쁜 요즘 아이들. 지친 오후 시간,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린 간식 한 접시는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에 빼앗긴 아이들의 입맛을 되찾아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제철 재료 ‘원 푸드 간식’을 연재한다. 이 달의 재료는 고구마다.
아이의 방학과 동시에 엄마는 꼼짝 마라 모드다. 하루 세끼 식사에 오후 간식까지 챙기다 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저문다. 아무리 요리하는 직업을 가진 엄마라 할지라도 유난히 긴 겨울 방학엔 지친다. 방학이라 해도 여전히 하는 일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점심 먹고 돌아선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뭐 먹을 것 없어?’ 한다. 이럴 때 짠하고 내놓기 좋은 간식거리가 바로 말린 고구마다.
겨울이면 어느 집이나 베란다 한 켠에 두고 먹는 고구마. 삶아서 먹다 보면 이상하게 꼭 몇 개가 남아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요렇게 남은 삶은 고구마를 껍질만 솔솔 벗겨 납작하게 썰어 채반에 널어 말려보자. 볕살만 좋으면 이삼일 만에 꾸덕꾸덕해진다. 말리는 과정이 귀찮거나 맘먹고 시작했는데 날이 흐리다 싶으면 오븐을 100℃ 정도로 맞추어 한두 시간 정도 넣어 둔다. 이렇게 말린 고구마는 언제든 바로바로 간식으로 내어줄 수 있으니 겨울방학 간식 걱정을 덜어주는 기특한 아이템이다. 바구니에 담아 식탁에 올려두면 아이가 오다가다 집어 먹을 수 있으니 좋고, 기름 없는 팬에 인절미 굽듯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어도 맛있다.
씹을수록 달콤하고 구수하고 쫄깃쫄깃해서 긴 겨울밤 어른들의 주전부리로도 좋다. 빵 굽는 솜씨가 있는 엄마라면 쫑쫑 썰어 빵 반죽에 넣어도 별미다. 거창하게 빵까지 갈 것 없이 핫케이크 반죽에만 넣어도 된다. 고구마로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별미 간식은 스위트포테이토. 일본 베이커리에선 겨울철 시즌 상품 중 인기 넘버원 메뉴다.
고구마는 바나나랑 맛 궁합이 좋아 바나나를 으깨어 섞어주면 더욱 향이 좋다. 치즈 좋아하는 아이라면 스위트포테이토에 슬라이스 치즈를 한 장 송송 다져 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