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각종 비타민, 칼슘 등 영양제와 갖가지 건강 기능식품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이런 것들을 아침마다 한주먹씩 먹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효과는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은 위장에서 일부 소화가 되었거나 소화되기 좋은 상태로 바뀌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순서로 소장으로 넘어간다. 소장의 길이는 약 6~7m로 기능에 따라 세부분(십이지장, 회장, 공장)으로 나뉜다. 십이지장은 본격적인 소화가 시작되는 부위로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소화를 위한 소화효소가 쏟아져 들어오는 곳이다. 효소의 분비가 원활해야 음식물이 잘 분해되고, 인체 내로 영양소를 흡수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인체로 흡수가 안 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소장의 중요한 기능인 흡수를 위해서 소장 전역에 걸쳐 점막돌기인 돌림주름과 융모가 잘 발달되어 있다. 융모의 발달로 인해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장 내면의 표면적이 약 600배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소장의 길이가 6~7m나 된다는 사실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소화의 결과 생긴 영양소들이 흡수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길이가 필요한 것이다.
정상적으로 1시간에 10~15cm의 속도로 음식물이 이동한다고 하니 얼마나 느린 속도인가. 위는 보통 식후 3~4시간 이내에 완전하게 비워진다. 액체는 매우 빠르게 위를 통과하며, 고형물은 위액과 혼합되어 액체 상태로 전환될 때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소장에서 대장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음식섭취 후 3~4시간 후에야 시작되고, 총 5~10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대장으로 넘어간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은 대장 내에서 최소한 12시간 정도 체류하지만 3일 이상 씩 S상결장에 정체하는 경우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소장의 기능에 대해 소장16곡(小腸16曲)과 비별청탁(泌別淸濁)으로 언급하고 있다. 소장16곡이란 첩첩히 싸여 있는 소장의 모습을 말한다. 소장은 주역의 손풍괘에 해당하는데, 이는 골짜기 굽이굽이로 바람이 불어오듯 소장의 골짜기로 음식물이 지나가면서 흡수되고 소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이 소장은 수분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맑은 찌거기는 방광으로 보내고, 음식의 탁한 찌거기는 대장으로 보내므로, 비별청탁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분은 인체에 진액대사로 전신에 골고루 퍼진다. 방광은 진액지부라 하여 저수지에 해당하며, 대장은 진(津)을 주관해 피부까지 도달시키고, 소장은 액(液)을 만들어 각종 임파액 등 오장에 골고루 액을 배분한다. 인체의 모든 진액은 방광과 소장과 대장의 상호관계를 통해 운행되며, 이 진액이 원활할 때 그 결과로 소변과 대변, 그리고 땀이 원활해진다.
동의보감 소장부에 보면 '배꼽 위 한치 되는 곳이 수분(水分)혈로 소장의 아래 끝에 해당하고, 배꼽에서 아래로 세치 되는 곳이 관원혈인데 소장의 모혈이며, 등에는 척추 18추 아래에 소장수혈이 있는데 이 혈들이 소장에 해당하는 부위들이다'라며 배꼽 주변 상하전후를 설명하고 있다. 몸에 영양과 진액이 부족하다고 영양제를 과다하게 먹는 것 보다 배꼽 주변의 혈을 마사지하고 필요에 따라 침구치료를 하거나 복식호흡을 하며, 잘 발효된 소화효소(김치 젓갈 장류 등)로 소장을 건강하게 할 때, 온몸의 영양인 진액을 잘 흡수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