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라면 일단 젓가락부터 내려놓는 아이를 위한 엄마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언제나 고충이 따른다. 여느 엄마와 다를 바 없이 '우리그릇려' 박은숙 관장 또한 아이가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채소 내놓기를 언제나 궁리 중이다. 맛도 좋고, 영양도 챙기는 그녀만의 채소 상차림을 엿보기 위해 준비한 리얼 밥상 두 번째 이야기.
홈메이드 구운 햇감자와 검은콩 두유
"아이들은 그냥 쪄서만 내놓는 감자에는 여간해선 손을 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도록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담아주면 아이가 관심을 보여요. 여기에 감자만 먹으면 심심하니 김치를 옆에 두는데, 하나가 아닌 두 종류를 놓고 골고루 손이 가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담을 때는 한꺼번에 많이 쌓아놓지 말고 아이만을 위한 도시락처럼 세트로 함께 놓으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 간식으로 딱이죠. 여기에 견과류와 검은콩을 갈아서 만든 콩 국물을 곁들이면 감자를 먹을 때 목 넘김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먹게 돼요."
How to
제철인 햇감자는 모양은 투박하지만 그냥 찌기만 해도 맛이 좋다. 먼저 간을 위해 소금을 넣고 압력밥솥에 찌는데, 냄비에 찌는 것보다 수분 손실이 적어 더 맛있다. 찐 감자는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굴려서 다시 한 번 구워준다. 콩 국물을 만들 때는 먼저 견과류는 물에 불려놓고 검은콩은 이로 깨물어질 정도로만 살짝 삶아주는데, 너무 오래 삶으면 고소한 맛이 덜하다. 불린 견과류와 삶은 검은콩에 소금과 물을 넣고 갈아준다. 이때 단맛을 내고 싶다면 꿀이나 설탕을 넣어준다.
바질+토마토, 소스 없는 샐러드
"우리나라에선 샐러드를 드레싱 맛으로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사실 드레싱 없이 샐러드를 먹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힘들 수 있죠. 이때는 깊은 향과 맛을 내는 바질을 이용해보세요. 저는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바질 잎을 따다가 방울토마토와 버무려서 샐러드를 자주 만들어주는데, 다른 재료는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딱 두 가지만 넣어도 바질 잎이 드레싱 못지않은 새콤달콤한 맛을 내니까요."
How to
바질 잎을 먹기 좋게 잘라서 다진 후,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와 함께 버무린다. 이때 큰 토마토를 잘게 잘라서 함께 넣으면 자연스럽게 물기가 생기게 된다.
하나씩 뽑아 먹는 재미, 채소 샘플러
"채소 샘플러는 아이가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때 내놓는 채소 간식이에요. 당근이나 오이, 셀러리를 스틱처럼 길쭉하게 잘라서 꽂아놓으면 우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해요. 이때 채소의 알록달록한 컬러 조합도 중요하답니다. 우선 예뻐야 아이들은 좋아하거든요. 채소 샘플러는 뽑아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하니, 그냥 접시에 내놓지 말고, 컵이나 카푸치노 잔을 이용해서 재미있게 연출해보세요. 매일 보던 채소라도 그 재미로 자연스럽게 먹게 되더라고요. 되도록 드레싱은 뿌리지 말고 먹는 것이 좋지만 먹기 부담스러워 한다면 시판 드레싱 대신 유기농 채소들을 배합해서 홈메이드 드레싱을 만들어주세요."
How to
당근과 오이, 셀러리를 길쭉하게 자른다. 각각의 채소 색과 모양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방향을 다르게 해서 꽂는다. 셀러리 잎은 쓴맛 때문에 그냥 버리는데, 장식으로 사용해볼 것. 드레싱은 양파, 두부, 오이를 잘게 썬 후 레몬즙, 소금과 물을 넣고 함께 갈아준다. 레몬즙은 두부의 텁텁함을 없애주고 싶을 때, 토마토는 색을 내고 싶을 때 함께 넣어준다.
시금치를 넣은 아이리시 샐러드
"우리나라에서는 시금치를 나물로만 먹는데, 외국에서는 시금치를 생으로 넣은 아이리시 샐러드를 즐겨 먹어요. 시금치를 샐러드로 먹으면 양상추보다 훨씬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거든요. 아이를 위한 아이리시 샐러드를 만들 때는, 구운 고구마나 삶은 달걀을 넣어 단맛을 더해주는 것이 포인트예요. 생버섯과 양파가 들어가서 아이들이 처음에는 잘 안 먹으려고 하는데, 고구마나 달걀과 함께 먹으면 맛이 색다르거든요.
구운 고구마 때문에 특별한 드레싱 없이도 충분히 달아요. 그런데 이렇게 같이 먹다 보면 꼭 나중에는 밑에 시금치만 남더라고요. 드레싱은 이때를 위한 것으로 남은 시금치를 드레싱에 찍어서 먹게 해요. 처음부터 무작정 채소를 먹이려 하지 말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맛을 가미해서 먹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만든 피넛버터 드레싱은 아이리시 샐러드와도 잘 어울려요. 이때도 오이를 꽂아서 스푼처럼 사용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보세요. 채소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만들 수 있답니다."
How to시금치를 넓은 접시에 깔고, 그 위에 양송이버섯과 양파를 생으로 올린다. 고구마는 살짝 구운 후 잘게 썰어서 뿌려주고, 삶은 달걀을 먹기 좋게 잘라서 올린다. 피넛버터 드레싱의 경우 시판되는 유기농 피넛버터와 꿀, 마요네즈를 2:1:1 배합으로 넣어 잘 섞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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