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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땀 냄새 물씬! 장터를 돌아보다

글쓴이: 앙큼꼬마  |  날짜: 2011-08-17 조회: 1365
http://cook.startools.co.kr/view.php?category=TUAYJQ%3D%3D&num=GRFGcg%3D%3D&page=138   복사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정수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이런 날이면 아침부터 더욱 분주해지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장터다.'도시인들은 재래시장이 많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짐작하지만 의외로 그 수는 참 많다. 세월이 흘러 사라질 듯 보이지만 그래도 우리 이웃처럼 가까이 그 존재를 드러내는 곳이 장날, 장터의 모습이다. 그 활기 넘치는 삶의 현장을 다녀왔다.


















부지런한 땀 냄새 물씬! 장터를 돌아보다



1일, 6일은 한산오일장 가는 날



"세상에 깜찍하기도 해라. 이걸 손수 만드신 거예요?" "그럼, 내가 만들었지, 누가 만들었겠슈(웃음)." 작고 앙증맞은 물조리부터 함석지붕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의미 없는 함석들이 제각각 이름을 가진 물건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한산초등학교 앞에 자리한 함석집 사장님은 찾아오는 손님에게 구수한 입맛과 함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함석으로 만든 여러 가지 물건을 구경시켜준다. 영차영차 물 긷는 양동이, 아주 오래된 우물에나 있을 법한 두레박, 예쁜 화단에 '조르르' 물을 주는 물조리 등 이런저런 생활용품에서부터 건축자재까지 없는 것 없이 모두 있어 보인다. 그뿐인가,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어물전이 있는데 그곳에 떡하니 자리한 호수목욕탕.
















부지런한 땀 냄새 물씬! 장터를 돌아보다



1 누군가의 자전거에 한가득 실린 꽃들. 지금쯤 마당에 꽃밭이 완성되었겠지.


2 "그냥 동네 목간통이다 생각하고 오셔유"라며 손님을 맞는 주인아주머니가 있는 호수목욕탕.


3 오늘 얼마를 벌었나? 손자 녀석 용돈을 줄까? 아니면 영감 탁주 한 잔 받아드릴까?

이곳은 따로 주인이 없는 듯하다. 아니 주인이 있어도 그림자처럼 그 존재감이 없다. 손님이 알아서 비누도 갖다 쓰고, 목욕비도 스스로 계산한다. 목욕탕 사장님은 이곳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곳이 아니라며, "장보러 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때도 밀고 머리도 감고, 그렇게 편하게 오가며 들릴 수 있는 옛날 목간통 같은 곳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슈"라며 소박한 꿈을 전한다.

그 외에도 한산오일장에서 볼 수 있는 풍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산에서 유일하게 남아 아직도 '탕탕탕' 하며 쇠를 두드리는 아성대장간, 한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막걸리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한산양조장, 효험 좋기로 유명한 경북한약방, 요즘 보기 드문 활자를 이용해서 30년 이상 인쇄만 하고 있는 대신인쇄소,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삼거리국밥집까지 모두 한산오일장을 지켜온 터줏대감들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만 들어도 1박 2일로는 부족할 듯하다.

한산오일장은 세모시로 유명한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에서 1일과 6일마다 서는 장이다. 흔히 한산오일장을 일컬어 한산모시오일장이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장날 새벽,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모시시장이 반짝 하고 열리기 때문이다. "아이구, 내가 이 넘을 몇 달 동안 공을 들여 맹글었는디, 좀 더 쳐줘유", "아니 시세라는 것이 있는디,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는가유" 하며 백열등 아래에서 싸움 아닌 흥정이 오간다.

최근에는 새벽 모시시장 건물에 시장 상인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들을 전시하는 '한다(韓多) 공방'이 문을 열었다. 공방에는 작고 깜직한 미니어처 도끼, 천연 모시로 만든 휴대폰 케이스, 솟대, 천연 모시 스카프 등이 전시·판매된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으니 기념품으로 하나씩 구입해도 좋을 듯하다.

한산시장에서 특별히 챙겨볼 음식은 한산섞박지이다. 섞박지는 1700년대부터 100여 년간 궁중은 물론 서민에 이르기까지 즐겨 먹어온 김치로, 한산을 대표하는 김치다. 일반 김치와 달리 심심하게 절인 배추와 큼직하게 썰어 넣은 무, 미나리, 쪽파, 마늘, 고춧가루 등을 넣고 시원하게 발효시킨 것이 특징이다. 섞박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삼거리식당(041-951-0206)과 오라리식당(041-951-0629), 향토회관(041-951-7668) 등이다.
















부지런한 땀 냄새 물씬! 장터를 돌아보다



"작가 양반, 나는 등판이 좋으니까 얼굴은 찍지 말고 등판만 찍어줘~."



아줌마! 웃음 한 바구니, 사랑 한 봉지 주세요
못골종합시장



"방송 몇 분전이지?" "5분 남았는데요." "이러다 오늘, DJ가 방송 '빵구' 내는 거 아냐?"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려한 외모의 꽃미남이 등장한다. 작은 얼굴, 오뚝한 코, 짙은 눈썹, 뽀샤시한 피부까지 예사롭지 않은 외모를 자랑하는 그에게서 연예인 '포스'가 느껴졌다. 그런데 웬걸, 그가 입고 있는 것은 하얀 반죽이 묻은 앞치마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DJ는 수원 못골시장에서 '보이는 라디오 온에어'를 진행하는 종로떡집의 이하나씨.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보이는 라디오'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오프닝 음악과 함께 감미로운 DJ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가게 구석구석 울려 퍼진다. 그래서일까, 음악이 흘러나오는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밝고 경쾌하다. 손님들도 시장통을 지나가면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채소, 콩나물, 두부 등 주로 먹을거리를 사러온다는 변경희씨는 권선동에서 30분이나 버스를 타고 올 정도로 못골시장의 단골이다. 이날 역시 안산에 사시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시장 구경을 나왔다. 못골휴식터에 들러 시장에서 산 떡을 나눠 먹다가 내친김에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현철의 '아미새'를 신청한다. 이윽고 시장에는 '아름답고 미운 새 아미새 당신, 남자의 애간장만 태우는 여자…' 구수한 트로트 멜로디가 전해진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1500원, 그 향과 맛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처음부터 못골휴게터를 운영했냐는 질문에 운영자 박선자씨는 이렇게 답한다,
















부지런한 땀 냄새 물씬! 장터를 돌아보다



1 보이는 라디오 '못골 온에어'를 진행하고 있는 꽃미남 DJ 이하나씨. 잘생긴 외모만큼 진행 솜씨도 수준급이다.


2요즘 '불평합창단'에서 연습하고 있다며 임재범의 '너를 위해'와 '남자의 자격'으로 더 유명해진 '넬라판타지아'를 신청하는 시장 아주머니.

"원래 못골시장에서 밥집을 했어요. 그런데 식당을 그만둘 처지가 됐는데 때마침 못골휴식터가 나와서 제가 맡아서 하게 됐어요. 시장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다 보니 언니, 동생 하며 허물없이 지내야 하고, 커피 맛도 잘 기억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시장 사람들은 저처럼 아줌마가 더 좋은가 봐요(웃음)."

못골시장은 조선 정조가 화성에 만든 큰 못에서 유래했다. 이후 1975년부터 좁은 골목에 한두 명의 상인들이 전을 펴기 시작하다가 이윽고 시장이 개설되고 팔달문 인근 시장의 배후 시장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못골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은 상품 진열이 아주 깔끔하다는 것. 다른 시장에 비해 농축수산물과 반찬류를 많이 판매하는 시장 특성상 위생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주부들의 평가는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인주도형 프로그램이 있다. 먼저 5명의 DJ가 매주 월요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진행하는 보이는 라디오 '못골 온에어'가 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치고 노래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뭉쳤다. 이런바 '못골줌마불평합창단'과 '못골밴드'. 불평불만 가득 담은 노래 한 구절과 전문 록그룹처럼 강렬한 비트로 고음을 내며 연주하는 순간,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는 그들은 시장에서 주관하는 행사를 비롯해 외부 행사에도 초청받을 정도로 그 실력이 탁월하다는 소문이다. 오는 6월 28일에는 제2회 못골문화축제가 진행될 예정이니 그들의 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겠다. 또 못골시장의 입맛을 책임질 여인 4인방이 '못골 요리교실'을 개설했다. 6월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습도 실시할 예정이란다.

못골시장을 구경하는데 꼭 끼니를 먹어야 할 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처럼의 시장 나들이에 맛있는 시장 음식이 빠진다면 서운할 터. 꼭 챙겨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 것들이 있다. 한 끼 식사를 원한다면 국민냉면집을 찾아보자. 지장수로 반죽한 바지락칼국수와 채소 국물을 이용해 매콤·달콤·새콤한 맛을 낸 냉면을 맛볼 수 있다. 깔끔하고 청결한 식당 분위기는 서비스다. 여느 장터처럼 순댓국가게도 서너 곳이 있다. 주전부리로는 녹차와 울금가루를 섞은 반죽에 견과류를 잔뜩 넣어 만든 영양 호떡이 유명하다. 동판에 기름 없이 구워내기 때문에 맛을 본 사람들은 웰빙 건강 간식이라며 추천한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부지런한 땀 냄새 물씬! 장터를 돌아보다



버스를 타고 30분이나 걸려 장을 보러 온다는 변경희씨, 안성에 사시는 어머니와 함께 왔다며 "「레이디 경향」을 매달 보고 있는데 이제 제 얼굴도 나오겠네요" 하며 기뻐했다. 못골휴게터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못골이야기신문'. 이 소식지 역시 상인 기자단이 직접 만든 것이다.







찾아가는 방법



한다헌을 찾아가면 도움이 된다. 이곳은 한산오일장의 사랑방과 같은 곳으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소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168-14



문의 070-4103-1651

추천 주변 여행지



●한산모시관 우리 전통 천연 섬유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관람·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한산오일장에서 자동차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다. 특히 6월 4일부터 6일까지는 제22회 한산모시축제가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한산모시패션쇼·태모시 만들기 체험·그림자극장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문의041-951-4100, http://mosi.seocheon.go.kr

●신성리 갈대밭 그 규모와 풍광이 아름다워 우리나라 4대 갈대밭으로 선정된 곳.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갈대밭을 꼭 가을이나 겨울에 찾을 필요는 없다. 초여름인 6월에는 강바람을 타고 갈대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청량감을 준다. 일몰시간이면 금강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사진에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찾기도 한다. 한산오일장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찾아가는 방법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387-390



문의 031-246-5638, www.motgol.com



경유 버스 3, 4-1, 10, 10-5, 11-1, 27, 37, 46-1, 46-2, 58, 62-1, 65, 66, 66-4, 81, 82-1, 83, 83-1, 88, 311, 650, 720, 720-2

추천 주변 여행지



수원화성과 행궁 이곳은 효심 깊은 정조가 만든 드림 시티다. 당대 최고의 기술을 집약시켜 만든 수원화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성이나 미학적인 면이 뛰어나다. 물론 수원화성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정조의 발자취도 엿볼 수 있기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최적이다. 못골시장은 팔달문과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수원화성과 행궁의 관람시간은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수원화성운영재단(http://hs.suwon.ne.kr/, 031-251-4435)으로 문의하면 된다.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에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아웃도어 전문업체의 로드플래너 및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 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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