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한적한 길가에 접어들면 '부엌98'을 만날 수 있다. 식사와 와인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타고난 솜씨를 가진 주인장이 그의 지인들과 즐기던 음식들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이름 속 98은 이곳의 번지수를 말한다.
선보이는 요리는 모두 따뜻한 '집밥'을 떠올리게 하는 한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한식당이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윤석민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탄생된 내부 공간은 한식이 세련되면서도 모던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반영됐다.
음식을 담아내는 접시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정길영 도예가의 손길을 거친 접시를 사용한다. 가마에서 하나하나 정성스레 구워진 장인의 작품이기에 가격이 제법 나가지만 정성이 담긴 먹거리와 예술의 어우러짐을 고려했다.
모든 음식에는 단 1g의 화학조미료도 첨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이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음식은 음식다워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이 담겨있을 뿐이다. 충북 진천 농가에서 생산되는 생거진천쌀을 사용하는 등 좋은 재료·착한 재료를 쓰고자 노력한다.
메뉴 구성은 계절에 따라 달리한다. 아무래도 와인이 있는 곳이기에 와인과의 마리아주는 메뉴 구성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포인트다. 와인과 한식의 궁합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에겐 각 카테고리별로 다양하게 선택해 맛볼 것을 추천한다.
해산물메밀샐러드는 홍합, 오징어, 조갯살 등 각종 해물과 메밀 면 위에 참기름·진간장·설탕·식초만으로 맛을 낸 드레싱을 올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닭다리살스테이크는 쫄깃한 닭다리살을 이용한다. 고기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 뒤 오븐으로 구워 기름을 쫙 빼고 밑에는 동일한 양념으로 간단하게 볶은 숙주를 깔아낸다. 소스는 닭갈비 양념에서 자극적인 맛을 최대한 배제해 순화시켰다. 옆엔 떡과 파인애플을 먹기 좋게 잘라 굽고 꿀과 계피가루를 뿌려내는데 색다른 두가지 요리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와인리스트는 50종 정도를 구비하고 있다. 다른 와인 바와 견주었을 때 가격대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덕에 와인 애호가들의 반응이 좋다.
그중 하우스와인은 맛과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단연 손꼽힌다. 하우스 와인은 미국에서 들여온 블렌딩와인으로 적당한 바디감과 탄닌감이 있어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초보자들도 무난히 따를 수 있다.
현재는 토요일까지 저녁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르면 6월 중으로 점심·주말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된다.
메뉴양동1교 삼거리에서 교육개발원 방향으로 가다가 우측 양재천로 진입해 두번째 골목에서 좌회전하면 왼쪽 건물 1층
위치해산물메밀샐러드 1만9000원, 닭다리살스테이크와시나몬흰떡구이 2만5000원, 멍게비빔밥 9500원, 땅콩소스삼겹냉채 1만9000원, 뚝배기해물도리아 1만7000원
영업시간17:30~1:00(일요일 휴무)
전화02-2057-0980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이보라다이어리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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