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호일에 둘러싸인 튜브 모양의 음식이 마치 치약을 떠올린다. 정체가 궁금해진다. 가운데를 쪽 빨아먹으니 예상치 못한 '초콜릿'이 입 안에 달콤함을 적신다. 싱그러움 가득한 초록색 샐러드도 평범하지 않다. 샐러드 위쪽에 살포시 얹어져 있는 건 다름 아닌 '거품'. 샐러드의 드레싱이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신기한 음식을 눈앞에서 보고 맛 볼 수 있다. 실험 정신 가득한 캐쥬얼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리고떼 키친'이다.
지난 2007년 광화문에 문을 연 알리고떼 키친은 청담동에 위치한 유명한 와인 & 다이닝 바 '알리고떼'의 2호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곳은 같은 듯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청담동의 알리고떼가 와인을 중심으로 음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면, 광화문의 알리고떼는 음식이 주가 되는 레스토랑이다. 이름 뒤에 '키친'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음식이 주가 된다고는 하지만 와인으로 유명한 '알리고떼'인만큼 다양한 와인 종류로 입맛을 돋워주는 건 기본이다. 사실 '알리고떼'라는 이름도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종류라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알리고떼 와인처럼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레스토랑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단다.
이곳에서 보유하고 있는 와인의 종류만 해도 모두 250여 종. 미국의 최연소 마스터 소믈리에인 이반 골드스탄인(Ivan Goldstein)이 직접 컨설팅 한 와인 리스트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곳의 음식은 보기만 해도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게 담겨져 나온다. 딸기 하나를 내놓더라도 꼭지 위에 금박지를 올려 포인트를 준다. 매니저는 "이태리 북부 피에몬테 스타일을 많이 따른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이태리에서 직접 요리를 배우며, 피에몬테 요리의 대가에게 직접 전수받았다는 주방장의 솜씨라고.
알리고떼 키친의 자랑거리인 다양한 '실험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저녁 세트메뉴를 맛보자. 질소로 얼린 셔벳, 재료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면서 형태를 변형해 새롭게 음식을 창조하는 분자요리, 선물 박스에 들어있는 과일 칩 등 톡톡 튀는 재미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세트 메뉴의 구성은 2~3달에 한번씩 새롭게 바뀌며 가격 또한 음식의 구성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보통 6만~7만원 정도다.
2~3명이서 부담 없이 와인 한 잔과 함께 즐길만한 음식이라면 모듬 안티파스토를 추천한다. 과일과 해물 등이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이 메뉴 또한 그날그날 포함되는 식재료가 달라진다. 가격은 2만3000원이다.
와인의 이름을 딴 때문일까. 요리에서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와인의 향이 느껴지는 듯하다. 하지만 그 맛이 과하지 않고 대체로 깔끔한 느낌을 주어, 격식 있는 자리의 비즈니스 다이닝으로 권할 만하다. 스테이크는 3만4000원에서 4만원 정도, 파스타는 1만원대부터 2만4000원 정도다.
위치: 시청역 5번 출구 코오롱빌딩 2층 영업시간: 11:30~15:00/ 17:30~24:00 연락처:02)3789-9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