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봄철에는 낙지와 문어보다 주꾸미를 먼저 쳐 주곤 한다. 주꾸미보다 훨씬 비싸고 훨씬 맛있다는 낙지지만, 봄만큼은 절대 주꾸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오죽하면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다 있을까? 주꾸미가 봄에 특히 더 많이 주목받는 이유는 산란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5~6월이 산란기인데, 그 산란기를 앞둔 3~4월이야말로 주꾸미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쫄깃하면서도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 영양분도 가득하다. 주꾸미 맛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주꾸미 머리 속의 주꾸미 알 맛 역시 이맘때가 절정이다.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오도독 씹히는 알들은 물론이요, 입 안에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단맛과 말캉거리며 씹히는 식감도 최고다. 그래서 예전부터 주꾸미는 봄의 별식으로 유명했다. 타우린과 비타민B2, 철분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빈혈 예방에도 효과적인 주꾸미는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나지만, 서울에서도 주꾸미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전문점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그 전문점들 중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맛집은 역시 ‘충무로주꾸미불고기’라고 할 수 있다. 33년 전통을 자랑하는 ‘충무로주꾸미불고기’는 서울에서 가장 먼저 주꾸미 전문점을 표방한 곳으로 이 집의 주꾸미는 모두 전남 순천에서 잡은 것들이다. 1, 2, 3층을 통틀어 전체 좌석 규모는 100여 석으로 1층과 3층은 홀, 2층은 방으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이 집에서 인테리어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주꾸미 맛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호사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무로주꾸미불고기’의 대표 메뉴는 역시 ‘주꾸미 불고기’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주인 내외가 직접 담근 고추장에 참기름 간장 설탕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으로 벌겋게 버무린 주꾸미를 달군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낸 주꾸미 불고기 맛은 이미 먹기 전부터 입 안에 침이 고이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게다가 양념할 때 막걸리를 살짝 더해 향은 물론이요, 주꾸미의 육질도 한결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자아낸다. 이렇다 할 다른 반찬들도 없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돌산갓김치 등 몇 가지 가정식 반찬이 전부일 정도로 단출하다. 하지만 달군 석쇠 위에서 탱탱하게 오그라들어 구워진 주꾸미를 맛보면 그 얼큰한 매운 맛 외에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손님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매운맛의 정도를 달리해 양념해 주기 때문에 얼마든지 입맛에 맞는 주꾸미 불고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꾸미 외에 키조개와 낙지 맛도 훌륭하다. 퇴근길 소주 한잔과 함께하는 별식이 그리운 이들이라면, 봄철 영양 가득한 주꾸미 맛이 당기는 이들이라면 ‘충무로주꾸미불고기’로 발길을 옮겨보자. 33년의 전통이 지켜 온 주꾸미 맛에 충분히 만족하게 될 테니 말이다. 영업시간: 런치 12:00~22:30 메뉴: 주꾸미불고기 1만6000원, 키조개불고기 1만8000원, 낙지불고기 1만6000원, 모둠불고기 2만6000원 위치: 지하철 2, 4호선 충무로역 5번 출구 문의: (02)2279-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