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을 탄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면 금천시장 입구가 바로 오른쪽이다. 시장으로 30m 정도 들어가면 길 오른쪽 간판도 없는 떡볶이 노점이 나온다. 설과 추석, 칠월칠석, 초파일 빼고는 연중무휴. 가래떡 15개 분량에 1000원. 한두 개 덤으로 얹어 준다. 전화는 없다.
떡볶이, 하면 으레 매운 고추장 양념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서울 토박이들이 기억하는 떡볶이는 간장에 볶은 가래떡이다.
옛 서울식 떡볶이 맛을 그대로 간직한 떡볶이집이 경복궁에서 멀지 않은 서울 종로구 금천시장 안에 있다. 떡볶이를 만드는 사람은 50여년간 금천시장을 지켰다는 김 할머니. 할머니는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알려고 그래”라며 끝내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떡볶이를 주문하자 할머니는 가운데가 오목한 둥그런 철판에 물과 기름을 조금 두르더니 손가락보다 가는 가래떡을 넣는다. 여기에 간장과 고춧가루, 다진 파, 통깨를 조금 넣고 살짝 볶는 게 전부다. 밀가루를 섞지 않은 100% 순쌀 가래떡이 쫄깃하고 간장은 감칠맛을 더한다. 가래떡 여기저기 붙어 있는 고춧가루에서 매운맛이 은근히 배어 나온다. 느끼하지 않고 칼칼하고 개운하다.
이 짐짐한 떡볶이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할머니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기사까지 딸린 차를 타고 와 떡볶이를 비닐봉지에 싸 가기도 한단다. 강남으로 이사간 단골들이거나, “옛맛 그대로인 떡볶이를 판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머리 희끗희끗한 중장년들이다. 새빨간 떡볶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실망할지 모른다. 매운 고추장으로 입맛을 잡아끄는 강렬함도, 단맛도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