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넛 전문점은 ‘던킨 도너츠’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에 외국 도넛 브랜드들이 각자의 색깔을 달리하며 젊은 소비자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어릴 적 먹었던 엄마표 도넛과 비교해볼 때 지금의 모습은 놀랄 정로도 달라졌다. 트랜스 지방 제로에 천연 성분 재료를 이용한 웰빙 콘셉트가 대세로, 크리스피 크림, 미스터 도넛, 도넛플랜트뉴욕시티, 도노스튜디오, 서던메이드 도넛 등 외국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론칭되면서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전문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도넛 전문점들은 본토에서는 50년 이상 된 전통 있는 브랜드들이지만, 던킨 도너츠를 제외하곤 국내에선 모두 아직 5년도 안 된 어린 브랜드들이다.
크리스피 크림은 매장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따끈하고 폭신한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을 무료로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혀가 얼얼할 정도의 달디단 도넛을 최대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는가를 내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보통은 5개 정도 먹으면 입이 달아 그만 먹고 싶다가도 묘한 중독성이 있어 다시 손이 간다.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일본 도넛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스터 도넛은 가장 한국적인 맛을 지녔다. 크리스피 크림과 미스터 도넛은 매장에서 직접 도넛을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나, 크리스피 크림은 자동화된 기계를 통해 도넛을 만들고, 미스터 도넛은 마스터가 도넛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 다르다. 도넛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다. 미스터 도넛은 각 도넛별로 당도 레벨 표시가 되어 있어 입맛에 따라 단맛을 선택할 수 있다. ‘폰데링’ 도넛은 쫄깃함에 반해 찾는 이가 많고, 폰데링 가운데로 귀여운 사자 마스코트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폰데링라이언’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 매장은 일본 매장에 비해 캐주얼한 콘셉트로 꾸며져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도넛플랜트뉴욕시티는 웰빙 트렌드에 맞는 도넛 브랜드이다. 합성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 농산물을 재료로 쓴다. 한국 사람보다 양이 큰 미국 사람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사이즈가 크다. 사실 도넛은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이지만, 도넛을 아침 식사로도 즐겨 먹는 미국의 경우 건강까지 신경 쓴 도넛플랜트뉴욕시티의 도넛이 인기 있을 수밖에 없다.
모든 도넛 전문점이 명동에 몰려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유일한 국내 브랜드 도노스튜디오는 역삼동 테헤란로에 1호점을 오픈했다. 타 브랜드와 경쟁해야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아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 브랜드의 장점만 모았으므로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맛과 특별한 콘셉트를 가져야 한다.
편안한 간식거리가 생각날 땐 미스터 도넛, 갑자기 도넛이 먹고 싶을 땐 달콤한 크리스피 크림,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는 도넛플랜트뉴욕시티, 이것저것 버라이어티한 도넛 파티를 하고 싶다면 도노스튜디오로 가라. 도넛은 매일 먹기엔 부담스럽지만 그 달콤한 유혹은 사실 힘든 세상에서 고생하고 있는 자신에게 내리는 상으로 받아줄 만하다. 갓 튀겨내 속까지 따끈한 도넛이라면 더욱더 참기 힘들지 않을까? 따뜻한 봄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도넛을 경험하기 위해 집을 나서보자.
보스턴에서 시작했지만 일본에서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국내 진출한 도넛 브랜드 중 가장 한국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GS에서 론칭한 도넛 전문점으로 ‘핸드메이드 프레시’라는 콘셉트에 맞게 캐나다산 밀가루와 엄선된 오일 등으로 매일매일 마스터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도넛을 맛볼 수 있다. 아이 딸랑이처럼 생긴 폰데링은, 첫맛은 달콤하나 씹을수록 쫄깃한 맛에 반하게 된다.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홍대·부평·광화문 지점 등 현재 6호점까지 오픈했다.
추천 폰데링, 프렌치 크룰러, 올드 패션, 녹차 폰테
가격 1천원대
위치홍대 서교호텔 별관 지하 1층
문의 02·2088-8720(홍대점), www.misterdonut.co.kr
CJ푸드빌에서 론칭한 수제 도넛 전문점. 케이크처럼 도넛 위에 다양한 토핑을 장식해 보기에도 예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도넛들이 가득하다. 사이즈는 일반 도넛보다 조금 작은 편. 역시나 달지만 다른 프랜차이즈점의 도넛보다는 덜 달다. 3가지 원두커피를 골라 섞어 마실 수 있는 디자인 커피 메뉴가 독특하다. 이곳 도노스튜디오에서는 모든 메뉴를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데, 오더 메이드 서비스가 있어서 주문하면 갓 구운 도넛을 맛볼 수 있다. 벽면에서 테이블까지 온통 옐로 컬러에, 붙박이석은 도넛 모양으로 컬러감 있는 등받이를 설치해 경쾌하다.
추천 발로나 다크 초코, 오리엔탈 그린티, 호두가나슈
가격 1천원대
위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역삼역 방향으로 직진하다 왼쪽 1층
문의 02·562-4282(역삼점), www.donostudio.co.kr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핸드메이드 도넛으로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크기가 크고, 단맛이 적은 홈메이드 빵처럼 곡물의 고소함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합성 첨가물과 달걀을 일절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다. 20여 종의 기본 도넛 메뉴와 매월 시즌 메뉴를 선보이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뉴욕 팩토리 콘셉트의 인테리어가 캐주얼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장난감처럼 놓인 의자, 물수건, 앙증맞은 오거닉 포크와 나이프로 기본 세팅된 스테인리스 트레이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도넛을 공수해온다.
추천 도넛 발로나 초코렛, 바닐라 빈즈, 에스프레소
가격 1천6백~3천5백원 선
위치 명동 롯데백화점 맞은편 휘닉스빌딩 1~2층
문의 02·3789-1109(명동 1호점), www.doughnutplant.co.kr
크리스피 크림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갓 구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을 서브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듯 부드러운 식감의 이 도넛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메뉴가 굉장히 달고 빵 자체도 부드러운 편. 해바라기유를 사용해 포화지방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도넛 극장이라는 오픈 주방은 유리 전면에 만드는 과정을 친절하게 붙여놓아 마치 공장에 견학 온 듯하다. 굉장히 자유롭고 캐주얼한 분위기로 젊은 고객이 많은 편이다.
추천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뉴욕 치즈케익 도넛, 파우더 스트로베리 필드 가격 1천원대
위치 명동CGV 맞은편 건물 1, 2, 3층
문의 02·775-1470(명동점), www.krispykreme.co.kr
작년 6월 압구정동에 ‘르삐에’라는 프랑스 식당을 오픈한 부부. 이미 유명한 성신여대 앞 프랑스 레스토랑 ‘마미인더키친’의 주인이기도 하다. 오너 셰프 권수영 씨와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태정 씨 부부는 맛집을 찾아다닌 지 10년째, 사적으로 이들 부부를 몇 차례 만난 기자가 판단컨대 상위 10%의 맛을 구별하는 미식가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