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야들한 생선 속살에 칼칼한 국물. 거나한 회식을 마친 다음날 지친 속을 달래는 데도 그만이고, 친한 이들과 조촐한 술자리에 안주 삼기에도 그만이다. 쌀쌀하게 찬바람 몰아치는 날이면 더욱 생각나는 생태찌개 전문점 '부산갈매기' 집을 찾았다.
이미 알 만한 이들은 다 안다. 번화한 서울 시청 뒷골목 굽이굽이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종로구 북창동 생태찌개 골목. 그 골목에서도 부산갈매기 집은 수십분씩 줄을 서야 할 만큼 유명한 곳이다. 꼬질꼬질한 간판과 허름한 식당 분위기가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는 익숙지 않을 수 있지만, 그 허름함 속에 23년이나 이 골목을 지켜 온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구수함을 더하는 건 식당 주인아줌마의 부산 사투리. "내가 부산에서 올라왔으이 '부산갈매기'지"라 말하는 주인아줌마는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유난히 추운 날 혹은 유난히 술이 고픈 날, 아줌마에게 애교 섞인 부탁 한마디만 건네 보자. 아줌마 기분만 잘 맞춰준다면 다른 때 보다 더 푸짐한 양의, 정이 듬뿍 담긴 생태매운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워낙 좁은 공간에 사람이 붐비다 보니 한참 맛있게 먹다 보면 "뭘 꾸물거리노. 빨리 일나라"는 주인아줌마의 핀잔이 날아오기 일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꾸준히 이 집을 찾는 건 생태매운탕의 얼큰한 뒷맛 때문일 것이다. 그날그날 바로 공수해 냉동 한번 거치지 않고 찌개 안에 들어가는 싱싱한 생태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의 비결. 무엇보다 곤지, 애 등 생태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가벼운 주머니에 배부르게 한잔 즐기기에도 좋다.
보글보글 빨갛게 끓어오르는 칼칼한 국물이 목구멍 깊숙한 데서부터 뜨거운 느낌이 올라올 만큼 개운하다. 조미료 냄새가 조금 강한 것이 흠이라면 흠. 그 위를 덮고 있는 초록빛깔 미나리는 자칫 맵고 자극적이기만 할 수 있는 매운탕에 독특한 맛을 더해준다. 생선 비린내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한겨울에 맛보는 나물의 상큼한 맛과 매콤한 국물 맛이 잘 어우러진다.
보통 찌개를 끓이다가 거품이 나오면 걷어내고 먹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생태매운탕의 경우 기름기가 별로 없는 생선을 주재료로 하고 있어 거품을 걷어내지 않아도 된다고. 오히려 그 거품 안에 생태의 진맛이 다 들어있다는 것이 주인아줌마의 귀띔이다.
점심시간에는 생태찌개 1만4000원(공기밥 포함), 저녁시간에는 생태매운탕 2~3인분에 2만원, 4~5인분에 3만원이다. 공기밥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그 외에 홍어찜, 간천엽 등의 술안주 메뉴는 1만원에서 2만원선이다.
위치: 시청역 7번 출구로 나와 북창동 골목 안쪽에 위치. 영업시간:11:30~21:30 연락처:02)773-8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