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년 전통 원조 고기집 온달
제기동 미도파 백화점(현재 먼지 몰르지만 공사중) 근처에 자리한 온달은, 새로 설치한 듯한 깨끗한 간판과 개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는 널직한 내부가 말끔한 인상을 주었다. 음식점의 기본은 청결이 아니겠나?
물론 메뉴와 가게의 분위기상 어리버리 해도 먹어주는 가게가 있기는 하다. 왜 지난 번 갈매기집 같은데.. 거기는 또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라도 먹어주거든.. 맛도 맛이지만.
하긴 고기집이 다 어수선하지 머, 서로 등에 기대어 먹기도 하구 말야.. 쩌어기 어디 방석집이나 간다면 모를까나.
암튼지우짜뜬지그래뜬지 오늘의 메뉴는 온달의 생등심과 특선갈비 되겠다. 등심.. 소의 갈비 위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사람들의 소괴기 인기메뉴 되겠다. 갈비.. 말 안 해도 다 알잖아.
에.. 고기 잘 못먹거나 비위가 약한 분덜은 보시기에 쫌 그렇겠지만, 쩜 먹는다는 분덜은 아마도 입에 침 좀 고이겠다. 본 기자 '고기의 세계' 에 이제 막 입문한지라.. 어찌 그 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쩜 의심스럽지만, 아무래도 등심의 맛은 살코기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저 희끄므레한 지방 성분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걸 또 업계 용어로 '마블링' 이라 그런다는데, 왜 있잖아 대리석의 그 불규칙한 무늬... 고기를 한 입 물어 씹는 순간에 진하고 고소하게 배어나오는 육즙의 맛을 익히 기억하는 분덜이라면 정육점에 전시된 살코기의 마블링만 보더라도 군침을 질질 흘릴 게다. 게다가 저 노란 떡심... 씹는 맛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냥 못넘어가지...
적당한 두께로 썰은 등심을 뜨거운 불판에 앞뒤로 한 번씩 지져주고, 표면에 핏기가 가실 무렵 가위로 한 입 크기로 썰어 준다. 원하는 만큼 익었을 때 기름장에 찍어 한 입 물면.. 그 등심 특유의 연한 육질과 고소한 육즙의 맛이 이를 타고 흘러 입안으로 침을 타고 퍼진다. 아마도 진정한 고기맛은 쌈장이나 여타의 다른 양념장보다는 소금장에 살짝 찍어 그냥 바로 먹어주는 것이 제 맛이 아닐까 한다. 물론 상추 쌈에다 싸먹는 맛 또한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먹으면 고기 특유의 맛을 느끼기엔 다른 맛들의 방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 입맛이 다 다른 거니깐 고추장을 발라드시든 쌈장을 발라드시든 깻잎쌈을 싸서 드시든 생고기를 날로 드시든 알아서 취향껏 만나게 드시면 장땡이겠다. 말인즉은.. 내 입맛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온달의 생등심은 보시다시피 마블링이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다. 약간 얼었다 풀린 탓인지 덩어리도 야물딱지지 못했지만, 등심 특유의 고소함을 느끼기엔 충분해서 핏기가 가시는가 싶으면 뚜벅영감이 낼름낼름 집어먹는 통에 충분히 익혀먹는 본 기자는 정말 맛만 봤다. 오히려 따로 시킨 외로운 염통구이만 잔뜩 먹었다. 너무 오래 구우면 고기맛을 버리니깐 적당히.. 하지만 소고기라도 반드시 익혀 드실 것을 권한다.
생등심 1 인분(약 150 g)에 11,000 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등심을 즐길 수 있다. 생등심 600 g 세트는 38,000 원, 아무래도 여럿일 땐 이걸 시켜드시다가 조금 모자랄 때 1 인분씩 추가로 드시는 게 알뜰이겠다.
소염통구이 1 인분 10,000 원, 양념에 버무린 염통은 연하고 맛은 좋은데 둘에 한 접시 이상은 안 권하겠다. 많이 먹으면 아무래도 염통내가 난다. 천 원 더 주고 등심 먹기를 권장한다.
온달갈비는 이 곳 온달의 보급형 특선 메뉴로 양념갈비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양껏 제공하기 위하야 만들어놓았단다. 달짝지근한 양념이 잘 배어 별다른 장이 필요없이 그냥 구워서 먹기만 하면 되겠다. 아직 생고기에 맛을 들이지 못한 아가씨나 아이들이 함께라면 같이 시켜서 드시면 좋겠다.
온달갈비 200 g 에 11,000 원, 돼지갈비도 7 ~ 8 천원 하는데 조금 보태서 소갈비 먹어보는 것도 괞찮겠다. 생갈비를 즐기신다면 양념 안 한 갈비살만 따로 판다. 역시 1 인분 11,000 원.
소모듬구이(등심, 안창살, 갈비살, 염통) 600 g 도 38,000 원, 등심과 함께 소고기의 다양한 맛을 즐기시려면 이걸 택해도 좋겠다.
고기가 맛있다구 고기로만 끝을 보지 말지어다. 쩜 느끼한 속을 달래줄 물냉, 비냉과 온달의 인기 메뉴 양푼비빔밥이 있다.
습관적으로 우덜 고기 먹고나면 입가심으로 혹은 그래도 먼가 허한 배를 보충하려고 냉면을 먹는다. 아마도 고기만 먹고난 느끼해진 목을 가시고 또한 아무리 만난 음식도 그것만 먹으면 질리듯이 게다가 기름진 고기를 먹었으니 먼가 시원하고 담백한 것을 찾기가 십상일 것이다. 머 이런저런 이유는 여기서 논외로 하구 암튼지 먼가를 먹잖아? 아님 말구...
먼저 이집 냉면은, 보통 들러리 맛 수준에 머무는 여타의 냉면집과는 확실하게 비교가 될 정도로 전문집 수준이다. 면발도 아주 알맞게 익혀 나오고 육수도 매콤 달콤 시원하다. 비냉, 물냉 다 맛있으니 취향대로 골라드시라.
이제 이 집만의 일품 음식, 양푼 비빔밥 차례다.
여인네들이 옹기종기 모여 큰 양푼에 찬 밥 넣고, 김치에 이 나물 저 나물 넣어서 고추장에 슥슥 비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방금 식사를 했더라도 입안 가득 침이 한 다라이 고이는 경험, 다들 해봤으리라.
이 집 비빔밥도 이와 같이 양푼에 갖은 나물과 함께 계란후라이, 고소한 참기름 참깨를 뿌려 고추장으로 썩썩 비벼먹을 수 있게 나오는데, 함께 나오는 된장맛도 진국이고 이래 저래 실속과 맛을 골고루 갖춘 부록 음식이다. 주변 직딩들이 점심 때면 이것을 먹으러 줄을 선다나, 어쩐다나.
온달에는 소고기 외에도 돼지고기 또한 땅빠 준비되어 있다. 생삽겹살, 생목살, 갈매기살 공히 200 g 에 8,000 원으로 모신다. 가격은 일반 다른 음식점에 비하면 천원 정도 비싼데 OO 포크라는 브랜드 고기를 쓴다니 믿어볼 만 하겠다.
이제 총평이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로 괜찮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고 생각이 든다. 딴지내에서 입맛 까다롭기로 넘버원이어서, 어떤 음식이든 맛없으면 쳐다도 안 보는 뚜벅이 영감조차, 이 집 고기랑 악세사리 음식들은 졸라 맛있다고 하더라.
위치가 제기동이라 접근성이 강북권이 아님 가보기 힘들겠다. 하지만 지하철 1 호선 제기역과 매우 인접해 있으니 오가는 길에 생각나면 들려도 되겠다. 1 번 출구로 나오시면 되겠다.
자동차로 오실 량이면 지도에서 보이듯이 신설동에서 청량리 방향으로 제기역 다리 부근에서 유턴이 가능하다. 반대방향이면 공사중인 미도파를 지나, 다리를 건너자 마자 파출소가 보이면 그 골목으로 낼름 들어오면 이 집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