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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오방색 야채쌈. | 고기 먹는 일이 흔하거나 피해야 할 일이 되었지만, 1970년대에 태어나 3저 호황의 시대에 유년을 보낸 그 남자의 어린 시절, 외식이라면 당연히 불고기를 먹는 것이라 생각했다. 언젠가 가수 김C는 '나이키 운동화에 오렌지 주스를 먹었다'는 말로 유복했던 시절, 자랑을 들었지만, 화창한(꼭 화창해야만 한다!) 일요일, 택시를 타고 불고깃집에 가서 식구 4명이 3인분만 시켜도 양도, 행복도 충분했던 그 남자 역시, 무척 다복한 집에서 자랐음을 자랑했다. 한국 사회에서의 고깃집이란 그런 행복이 있는 곳이다. 그것은 불고기가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음식이며, 슬프고 아린 기억보다는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 있는 음식이란 말과 같다.
생각해보라. 혼자 불고기를 먹는 사람을 본 기억이 얼마나 있던가? 고깃집이란 그렇게 최소한 같이 고기를 뒤집으며 소주를 나눌 수 있는 누구라도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세상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면, 불고깃집은 그 행복을 완성하는 소중한 공간에 다름아니다. 아, 그래서 그 남자에게, 황동불판이나 석쇠 위에 지글지글하던 불고기 한 판을 먹는다는 것이 여전히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교동에 있는 불고기 전문점 '불고기브라더스'에 다녀왔다. 체인점이긴 하지만 체인점 냄새보다는 깔끔한 전문식당의 느낌이 더한 곳이다. 추억 속의 불고깃집 같은 왁자지껄 대신 재즈 선율이 흐르고, 오로지 불고기만 팔던 단출한 메뉴와 다르게 다양한 부위의 고기와 일품요리들이 있지만, 여전한 황동불판이 있고 무엇보다 식구들과 친구들과 동료들이 함께 먹는 풍경이 그대로인 곳이다.
언젠가 음식점의 로망이 홈메이드라고 쓴 기억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음식점의 로망은 체인점이고, 체인점의 로망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유일한 음식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불고기브라더스'는 그런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곳이다. 계속되는 신메뉴 개발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모든 체인점을 직영으로만 운영하는 까닭에 음식 맛과 서비스에 주인장의 깐깐함이 살아 있다. 음식점에 주인장이 없다는 느낌은 안방에 마누라가 없다는 느낌(이건 좋은 건가?)이나, 친구 없는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따금 프랜차이즈 전문점에 가서 밥을 먹을 때 뭔가 헛헛한 기분이 드는 때가 있는데 무엇보다 '불고기브라더스'에서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아 좋다.
요즘 대부분 고깃집이 와인 서비스를 하는 데 비해 한국 전통주의 라인업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점도 '강추'의 이유다. 와인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불고기에는 소주나 전통주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불고기브라더스'에는 무려 13가지의 전통주가 준비돼 있어 외국인을 접대하는 데도 손색이 없다. 고기를 먹은 후에 빠지면 서운한 냉면과 비빔밥, 찌개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고 육회와 쇠고기, 오방색 야채 쌈 같은 일품요리들도 무척 삼삼하다.
불고기 브라더스 서교점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74-6, 23 문의 02-335-72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