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온난화로 인해 북한과 러시아에서 주로 잡히지만,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25년 전만 해도 지리 교과서는 동해안의 특산물로 오징어와 함께 명태를 손꼽았다.
당시 명태에 관해 배운 것 중 잊히지 않는 것이 가공 방법에 따른 명태의 다양한 이름이다. 얼리지 않은 것을 생태, 말려서 수분이 말끔히 빠진 것을 북어, 반쯤 말린 것을 코다리, 겨울철에 잡아 얼린 것을 동태라고 부른다는 사실….
명태의 새끼를 선생님이 '노가리'라고 부르자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막 웃었던 기억도 새롭다. 군부 출신 유력 정치인의 별명이 바로 '노가리'였기 때문이다.
이때 배운 명태의 또 다른 이름이 황태다. 한겨울에 명태를 일교차가 큰 덕장에 걸어 놓고, 해가 지면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히며 얼렸다가 해가 뜨면 따사로운 햇살 아래 녹이는 일을 스무 차례 이상 반복해서 말린 북어다. 더덕처럼 말랐다고 '더덕북어'라고도 한다.
색깔이 누래서 이름 붙여진 황태는 살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쫄깃한 육질과 함께 맛이 깊은 편이다. 숙취 해소와 간장 해독, 노폐물 제거 등의 효능을 자랑하며 무침, 구이, 찜, 국, 찌개 등 요리방법도 무궁무진하다.
이런 황태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미시령과 원통 사이 국도변에 위치한 '다리골 황태덕장 가든'(033-462-9366)이다.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는 황태구이 정식, 황태 해장국, 황태찜, 황태 청국장, 황태탕 등 갖가지 황태요리다. 이 중 대표메뉴인 황태찜은 쫀득쫀득한 맛이 속속들이 배인 황태를 콩나물과 함께 고추장에 버무린 찜요리다. 매콤하면서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서울에서 먹는 아구찜을 떠올리며 절반 이상 콩나물일 것이라 짐작하면 오산이다. 콩나물 보다 어쩌면 황태가 더 많은 듯하다.
주인 아주머니한테 "이거 황태찜 맞나요? 콩나물 찜 아닌가요?"라고 농담처럼 푸념을 하면 황태를 듬뿍 넣어준다. 서울과는 또 다른 인심이 느껴진다.
황태탕은 겉보기에 국물이 빨간 듯해 자칫 맵지 않을까 걱정하기 쉽다. 하지만 시원하고 편안한 맛이 자꾸 숟가락을 넣게 만든다.
제대로 푹 끓여 내오는 황태가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설악산에 쌓인 눈을 먹는 기분이랄까. 찰진 밥도 좋고 밑반찬도 풍성하고 정갈하다. 가게는 60석 규모로 널찍하고, 대형버스를 여러 대 주차할 수 있을 만큼 주차장도 넓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