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레스토랑이 있다. 점심에 아버지의 주특기 음식을 먹고 저녁엔 아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1951년에 오픈한 경양식집을 이어받은 사카키(原)씨와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집이다. 이 부자는 2002년 경양식집을 리뉴얼해서 점심에는 일본풍 양식으로 에비후라이(새우튀김)정식, 카레라이스 등을 팔고 저녁은 똑 부러지는 정식코스의 프랑스음식을 차려내는 레스토랑으로 바꾸었다. 상호는 예전과 동일한 '사카키(原)'이다. 현재는 연세 지긋한 아버지가 서빙을 하기에 구수한 아저씨의 미소까지 받으면서 편한 밥상에서 멋진 프랑스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식당 안에서 채소까지 키우는 식당도 있다. '농가의 부엌'이란 뜻의 '노카노다이도코로 (農家の台所)'. 생산자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붙은 계약농가의 채소를 취급하고, 식당 내 한쪽에는 채소를 키우는 미니하우스까지 있다. 생으로 먹는 호박·옥수수·가지 등 흔한 채소지만 지금까지 느꼈던 맛과 다르게 천연 단맛이 뭔가를 알게 해준다. 또 하나의 묘미는 메뉴구성이다. 코스로 먹을 때, 메뉴에서 [야채6 : 생선2 : 고기2]라는 것을 고르면 야채는 많고 생선과 고기가 같은 비율로 나오는 방식으로 각자 기호에 맞춰 식단 구성 비율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유기야채의 무한 리필 코너, 특수채소로 만든 다양한 칵테일도 눈에 띈다.
나이가 들수록 밥 자체의 매력에 빠져든다. 맛있다는 일본 밥, 그 중에서도 '고메후쿠(米福)'의 밥은 미식가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단지 주인장이 좋은 쌀 하나를 구해다 밥을 지어주는 집이 아니다. 고정 산지 6곳에, 절기마다 추가되는 쌀의 산지까지 합치면 보통 10여 산지의 쌀 중에서 고객이 선택해 밥을 먹을 수 있다. 한국에 비유하면 철원오대미쌀, 땅끝마을 해남쌀, 이천쌀, 부안쌀 등에서 원하는 쌀을 고르는 것이다. 주문하면 그때부터 20여분 걸려 토기에 지은 밥이 나온다. 밥에 정성을 이렇게 쏟을 정도니 안주의 내공도 흔한 이자카야 수준을 넘는다. 무나 오이 절임인 쓰케모노, 스지(소고기근육)가 들어간 소고기맑은국, 제철생선구이 등은 밥맛을 뛰어넘지는 않지만 밥맛을 더욱 살리게 하는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분식 마니아'라면 '모가미'를 빼놓지 말자. '구시아게'는 원래 간사이(m西)지방의 서민음식으로 포장마차에서 싸게 팔던 꼬치튀김이다. 이를 도쿄의 긴자(銀座)로 가져와 모던한 인테리어 레스토랑의 메인 메뉴로 격상시켰다. 와인과의 매칭에도 손색없다. 당연히 구시아게의 가격도 긴자답게 높다.
이곳의 꼬치튀김은 채소·생선·고기 등 제철의 수많은 재료를 모두 꼬치에 끼워서 튀긴 것으로 36가지가 있다. 튀김을 찍어먹는 소스는 네 가지(간장류·참기름류·머스터드·소금). 소스 용기도 독특하다. 구시아게는 한 개씩 먹을 때마다 가격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새우 한 개 500엔부터 시작, 36가지를 모두 먹으면 9700엔이 된다. 배부르면 언제든지 '스톱'이라고 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