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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먹을 일 없지요 … 혼자 즐기기 좋은 음식점

글쓴이: 햇님  |  날짜: 2010-05-12 조회: 35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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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먹을 일 없지요 … 혼자 즐기기 좋은 음식점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건 혼자 있을 때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혼자라는 것은 청승맞지도 주눅들 일도 아니다. 오히려 삶을 즐길 줄 아는 당당한 행동이다. ‘혼자 밥 먹기’ 역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선 자유로운 혼자만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고기촌 플러스바


'결못남'(드라마 ‘결혼도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은 고기 한 번 먹기 위해 견뎌야 할 것이 많았다. 4인용 테이블을 혼자 차지했다고 눈치 주는 주인, 다른 손님들의 비웃음 섞인 시선 등. 진즉 ‘결못남’에게 이 가게를 일러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곳에선 혼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고기구이를 맘껏 즐길 수 있다. 부스석도 좋지만 최고의 반찬은 ‘대화’라 했으니 바를 권하고 싶다. 바에서는 혼자 왔건 둘이 왔건 매니저를 바라보고 앉기는 매한가지다. 혼자 온 손님이라도 차지할 수 있는 돌구이판 크기 역시 똑같다. 거기에 ‘싱글 세트’로 나오는 차돌박이ㆍ생등심ㆍ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매니저가 “차돌박이 싫으시면 말씀하세요. 갈빗살로 바꿔드릴게요”라고 말을 걸어오는 순간, 내 집 같은 편안한 기분이 든다. “알맞게 구워졌으니 어서 드시라”는 말에 곱돌원석 구이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매니저는 “고기 맛을 천천히 음미해 보세요. 생후 34개월 된 한우 암소 고기만 내놓습니다”라고 자랑한다. 촉촉하게 남아 있는 육즙이 혀끝을 살살 녹인다. 그때서야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  'As time goes by', 냇 킹 콜의 ‘unforgettable’과 같은 친숙한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하우스 와인 한 잔을 홀짝이며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취하다 보면 어느 새 매니저와 옆 자리 손님이 오래 봐온 친구처럼 여겨진다. 고기와 함께 등심편채 샐러드ㆍ밀전병ㆍ달걀찜ㆍ버섯 모둠까지 먹고 나면 완벽한 코스 요리를 먹고 난 느낌이다. 오후 4시부터 새벽 3시까지 문을 연다. 싱글 세트 2만7000원, 하우스 와인 5000원.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뒤. 02-3141-2292.


그리다꿈

호젓한 나만의 공간, 가볍고 차분한 식사를 원한다면 ‘그리다꿈’을 권한다. 갤러리와 북 카페를 겸한 이곳은 카페를 내 집 서재처럼 여기는 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1인용 테이블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이 특별석에 앉는 순간 온전히 나 자신에 몰입하게 된다. 크림치즈와 양상추ㆍ파인애플이 들어간 상큼한 ‘꿈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손 가는 대로 집어 든 책을 펼친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를 다이어리에 옮겨 적고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해 두기도 한다. 알갱이가 톡톡 씹히는 자몽 에이드가 어느 새 바닥을 드러내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리필할 수 있어 아쉽지만은 않다. 잠시 책을 내려놓고, 카페 안 곳곳에 걸린 그림을 돌아본다. 그래픽 작가 권계희씨의 ‘개꿈’ 전시회가 한창이다. 깜찍한 단발머리 소녀와 개ㆍ고양이를 모델로 한 밝은 그림이다. 그런데 제목은 ‘봄은 오고 나는 한창 늙었고’ ‘마트를 다녀와도 오늘 저녁은 3분 카레’처럼 씁쓸하다. 6년간 큐레이터로 일했던 김보민(31) 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유아적인 느낌의 자유로운 드로잉을 통해 일상을 위트 있게 표현한 작품”이라 한다. 김씨는 “교대 근무인 직업적 특성상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며 “혼자서도 여유롭게 먹고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김씨는 직접 발굴한 젊은 신진 작가에게 ‘그리다꿈’에서의 전시회 기회를 주고 있다. 책장 넘기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아주 조용한 곳이다. 꿈 샌드위치 세트 1만1300원, 자몽 에이드 7300원. 서울 서교동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 방향. 02-3143-7650.


엘본 더 테이블


‘엘본 더 테이블’은 양식당으로는 드물게 대형 바가 마련돼 있다. 이 바가 더 특별한 이유는 오픈된 키친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혼자라도 위축되지 않는다. 바에 앉은 모두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조리 과정을 보느라 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바에 앉자마자 ‘훈남’ 셰프와 생기발랄한 남녀 서버들이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넨다. 주문을 하면 “3번 테이블에 새우커리 링귀니!”, “네, 셰프님!” 하는 외침이 이어지는데, 마치 뮤지컬의 대사처럼 리드미컬하다. 최현석(39) 수석 셰프와 10여 명의 셰프가 밀려드는 주문을 확인하며 분주히 움직인다. 튀기고 볶아지고 프라이팬에서 불꽃이 솟구친다. 도마질 소리가 울리고 지글지글 음식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레스토랑 주방을 무대로 한 경쾌한 공연을 보는 듯 흥미롭다. 맛있는 음식 냄새에 군침이 돈다. 주문한 요리를 정성스레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대접받는 흐뭇한 기분이 든다. 드디어 음식이 나오면 최 셰프가 요리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준다. ‘오리엔탈크림을 곁들인 녹차 링귀니’ ‘매콤한 맛의 새우커리 링귀니’ 같이 최 셰프의 창의력이 발휘된 파스타들도 훌륭하고 호주산 최고급 청정육을 사용하는 스테이크도 맛있다. 특별해진 느낌에 혼자라는 쓸쓸함 같은 건 까맣게 잊는다. 파스타 종류 1만5000~3만5000원, 그릴 안심 스테이크(150g) 3만6000원. (10% 부가세 별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스타벅스 옆 골목. 02-54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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