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햄버거 하면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통한다. 건강함보다는 MSG가 다량 함유된 '살찌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수제 버거가 한국에 상륙한 몇 해 전부터는 점점 그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제 버거의 원년 멤버라고 할 수 있는 K버거가 한국에 상륙했을 무렵만 해도 1만원이 넘는 햄버거가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인식이 바뀌었다. 햄버거는 더 이상 끼니를 대충 때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외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델리하인츠버그는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버거를 선보인다. 한입 베어 물면 두꺼운 패티와 소스 그리고 맛의 정점을 찍는 쌉싸래한 오이피클이 어우러지며 입안에 뉴욕의 향이 한 가득 차는 느낌이 난다. 이렇게 맛있는 햄버거집 사장님은 누굴까 궁금해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김현수 사장을 만났다. 예상외로 요식업은 처음 시도하는 새내기 사장인 그는 경영학을 전공한, 음식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해 대뜸 물었더니 "달나라에 가는 우주선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매일 먹는 음식인데 누구나 만들 수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속내를 들어보니 메뉴 개발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빵부터 소스, 패티, 그리고 햄버거 속 재료를 얹는 순서까지 그냥 대충 하는 법이 없다. 개발하는 동안 햄버거를 주식으로 삼아 매일 만들어 먹고, 만들어 버리고, 만들고 바꾸기를 반복한 끝에 델리하인츠버그의 햄버거가 탄생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이곳 버거는 다른 곳의 햄버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 오픈 키친과 깔끔한 플레이팅은 청결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어린 조카가 있는 김 대표는 아이들이 먹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신념을 지녀 더욱 안심할 수 있다.
테이블 수가 적고 공간이 넓은 편이 아니라 대규모 모임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오붓한 데이트를 하거나 소수가 모이기엔 적당하다. 단, 몇 번 만나지 않아 아직 어색한 사람과 가는 것은 피하도록. 델리하인츠버그의 햄버거는 나이프를 사용해 예쁘게 먹는 것보다 꾹 눌러 두 손으로 잡고 입을 크게 벌리고 먹어야 제맛이기 때문이다. 가끔 사이사이로 뚝뚝 떨어지는 소스를 손가락으로 훔쳐가며 말이다.
1 프이마베라는 파니니 샌드위치. 익힌 채소가 햄버거와 입안에서 어우러지며 만드는 담백한 맛이 특징. 햄버거의 고기 패티가 부담스럽다면 파니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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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햄버거는 맛이 강하다. 두툼한 패티를 한입 씹으면 입안 가득 육즙이 퍼지고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과 아삭한 피클이 식감을 더한다. 더 강한 맛을 원한다면 함께 나오는 스위트 칠리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3 혼자 오는 싱글족을 위해 바에 자리가 마련돼 있다.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 먹느라 회사에 지각하기 일쑤다.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할 예정. 광고대행사 TBWA KOREA에 근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