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감기에 걸리면 도통 먹지 못한 채 꼼짝없이 앓아누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엄마표 두부찌개만큼은 훌훌 넘어갔다.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멸치국물을 잘박하게 부은 다음 양념간장이 담긴 종지를 가운데 넣어 끓이는 두부찌개는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내게 만들어준 대물림 요리다. 찌개가 끓기 시작하면 국물이 종지를 드나들며 심심했던 국물에 간이 배어든다.
개운하게 우러난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뽀얗게 익은 두부살을 푹 떠 넣으면 아프던 목이 이내 가라앉았다. 여느 찌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양새지만, 지금도 으슬으슬 날이 춥고, 기운 빠지는 날이면 두부찌개를 찾게 된다. 불꽃이 일렁일 때마다 아래위로 춤추듯 보글보글 움직이는 두부가 마치 힘내라 파이팅을 외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