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계피스틱, 정향 등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 만든 와인, 뱅 쇼를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의 뱅 쇼(vin chaud)는 프랑스 말이고, 독일에서는 글뤼바인(gluhwein), 덴마크나 스웨덴에서는 글뢰그(glogg)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나는 스웨덴식으로 끓인 글뢰그를 즐겨 만든다.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하지만, 내 글뢰그는 보드카와 생강을 넣는 것이 다르다.
12월이 되면 그해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골라 글뢰그를 만드는데 한 해에 만드는 것만 100병이 족히 넘는다. 이렇게 만든 글뢰그는 추위 뚫고 가게를 찾은 이에게 한 잔씩 쥐여준다. 따뜻한 와인을 양손에 들고 호호 불어 마시다 보면 이내 따뜻해진 손과 함께 마음까지 녹아내린다. 비워낸 와인 병에는 금색과 은색 래커로 내 맘대로 그림을 그리고 글뢰그를 담아 선물한다. 한 해 나와 함께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이를 한 병씩 안기는 것 역시 10년 넘게 해온 나만의 연말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