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정집 을지로에 직장을 둔 아버지들의 점심을 책임져온 지 벌써 23년째다. 복정집의 '해물통오징어'는 1인분도 주문할 수 있어 점심시간에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일단 투박한 냄비에는 국물을 시원하게 만드는 무가 수더분하게 들어가 있다. 그 가운데를 차지한 건 이 집 해물탕의 맛을 좌우하는 오징어. 살아 있는 오징어가 통으로 들어가 맛의 균형을 이룬다. 여기에 해물 다섯 가지로 세 시간 동안 푹 고아낸 육수가 국물 맛을 낸다.
자작하게 끓인 국물에 큼직한 오징어 한 토막을 골라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더없이 행복해진다. 고춧가루 팍팍 들어간 얼큰한 국물은 어느새 다 먹고 금세 텅텅거리는 냄비 소리만 남는다. '밥 한 공기 뚝딱'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함께 담긴 미더덕, 곤이, 새우, 조개 등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한 번 더 채운다. 속이 확 풀리는 한국의 맛이 복정집 해물통오징어에 담겨 있다. 멀리 떨어진 시청 앞 직장인의 맛까지 책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