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회식 장소로 체인점 고깃집이나 횟집 같은 대규모 업소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편하게 먹고 빨리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회식의 목적은 평소 업무를 진행하면서 말하지 못한 불만이나 감정을 표출, 서로 소통함으로써 업무 능률을 높이는 데 있지만 요즘 회식은 너무 획일화되고 정형화되어서 재미도, 즐거움도 없는 게 현실이다. 넓고 화려한 음식점에서 회식을 하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겠지만 작아도 옛 추억을 맛볼 수 있는 정감어린 노포에서의 회식도 즐겁다.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에도 최적이고 말이다.
↑ [조선닷컴]닭찜
↑ [조선닷컴]황평집 내외부
↑ [조선닷컴]닭무침과 닭곰탕
↑ [조선닷컴]송영민(케케케) 맛집 블로거
흔히 충무로라고 하는 서울 인현동에 위치한 <황평집>은 닭고기 전문 음식점이다. 서울 시내 전반적으로 닭고기만 전문으로 요리하는 집이 거의 사라지고 없어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집은 닭고기 요리로만 무려 40여 년간을 한 자리에서 전문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메인 메뉴 중 하나인 닭찜은 우리가 흔히 집에서 해먹는 스타일로 회식하면서 간단하게 술 한 잔 곁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닭곰탕 같은 부메뉴로 몸보신까지 하면서 회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남성 직장인에게 회식 장소로 선호도가 높다. 오래된 곳이다 보니 큰 룸이나 단체 손님을 수용할만한 공간이 없어 10인 이하의 소규모 회식에 알맞지만 음식과 운치까지 더할 수 있어 회식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POINT 1. 저렴한 가격에 맛보는 푸짐한 닭요리
<황평집>은 닭요리 전문점이다. 닭찜과 닭무침, 닭전골이 메인 메뉴인데 맛이 정말 기가 막히다. 특히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닭전골의 경우 2만원에 한 마리를 온전히 제공한다. 양이 성인 남자 4명 정도가 술안주로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여기에 서비스로 같이 내주는 닭곰탕 국물은 1인당 한 그릇씩 제공할 정도로 인심도 넉넉하다.
닭찜을
애피타이저로 술을 곁들여 회포를 풀다가 닭무침까지 먹으면 정말 이 집의 내공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고추장 양념으로 닭을 무치는데 아주 맵지도 짜지도 않게 간을 잘 맞춘다. 닭고기 본연의 담백한 맛은 거스르지 않고 무침 특유의 감칠맛은 살아 있다. 닭무침까지 먹었는데 배가 안 부르다면 닭곰탕을 추천하고 싶다. 닭곰탕은 일체 첨가물 없이 오로지 닭만 넣고 육수를 낸다. 담백한 국물에 닭고기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다. 이 집은 닭을 삶거나 요리할 때 직장인들 퇴근 시간에 맞춘다. 그래야 가장 맛있는 상태의 닭고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은 이른 저녁부터 손님들이 그야말로 물밀듯 밀려온다.
POINT 2.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
이 집은 40여년의 공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실내 분위기를 보면 마치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의심될 만큼 정말 오래된 노포다.
그래서 이 집 손님의 대부분은 남자 직장인들, 그것도 40~50대 직장인들이 참 많다. 이런 운치 있는 분위기는 결국 술자리나 회식 분위기를 좋게 하고 회식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특히 두 개의 출입문을 낸 이 집만의 독특한 구조를 처음 온 손님들은 상당히 신기해하며 구경한다. 처음 오픈할 때 한 집이었던 것을 이후 옆집을 인수해 점포를 확장하면서 생겨난 모습이다. 그런 모습마저도 정겹고 왠지 이곳에서는 직장인들이 모여 회식을 하면 맘 편히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느낌이 든다.
POINT 3. 종업원의 친절한 서비스
이곳은 종업원이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 닭곰탕 국물을 기본적으로 서비스해주는 기초적인 친절함이 있지만 이 집은 찾아가는 서비스가 있다. 필자도 매번 느끼지만 이 집은 서비스로 내준 닭곰탕을 다 먹으면 바로 리필을 해준다. 또한 종업원이 먼저 손님 테이블을 살피고 곰탕 국물이 식었으니 다시 뜨거운 국물로 바꿔주겠다고 할 정도로 세심한 서비스를 보여준다. 여기에 오랫동안 이 집을 지키고 있는 주인도 손님들에게 메뉴를 강권하는 일이 없다. 그 날 요리 재료가 없거나 다 팔리면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 이런 친절한 서비스는 대규모 음식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오래된 노포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정(情)이 살아 있기에 가능하다.
POINT 4. 소규모 회식 장소로 적합
이곳은 10명 이하의 소규모 회식에 적합하다. 엄밀하게 말해 뜻 맞는 직원들이 아주 소규모로 오래된 노포에서 맛난 걸로 회식을 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곳이다. 별도의 룸이 없고 모두 입식 테이블로만 이루어져 대규모 회식은 불가능하다. 이런 곳은 연령대가 제법 있는 높은 직함을 가진 상사를 모셔와 서너 명이 팀별 단위로 회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황평집>은 40여년의 내공을 갖추고 있는 닭요리 전문점이다. 오랜 공력을 내포한 노포가 어떤 건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불허전 강북 맛집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닭곰탕과 닭찜, 닭무침은 저렴한 가격과 푸근한 맛에 직장인 회식 메뉴로는 아주 적격이다. 특히 세심하고 친절하게 신경써주는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더 기분 좋은 회식 자리를 만들어 준다.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라 접근성도 편리하다. 다소 거리가 먼 곳에서 찾아와도 좋을 정도로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곳이다. 오늘은 오랜 노포에서 맛난 닭요리로 회식해보는 건 어떨까. 그 옛날 부모님 세대의 추억까지 덤으로 느껴볼 수 있다.
<황평집> 서울시 중구 인현동 2가 135-13 (02)2266-6875
글·사진 송영민(케케케) 맛집 블로거 blog.naver.com/symin67
'케케케' 송영민씨는 네이버 맛집 5년 연속 파워블로거(맛짱 케케케의 Tasty Food)로 우먼센스, 쿠켄, 여자와닷컴, 한돈 등 여러 매체에 맛집 칼럼을 연재했다. 우리나라 식도락 동호회 1호 천리안 식도락동호회 시삽 및 네이버 식도락 카페 '행복한 만찬' 매니저를 역임하고 현재 네이버 식도락카페 '미식예찬'의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맛있는 곳에서 맛있게, 멋있는 곳에서 멋있게,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를 모토로 지인들과 함께한 맛있는 일상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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