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내면 낼수록 빵 맛은 깊어집니다" 르빵의 주인장 임태언 셰프는 어느 날 문득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바로 그런 사람이 되기로 했다. 매일 밀가루를 만지고, 효모를 키우며 빵을 만드는 즐거운 일터, 르빵은 그의 놀이터다.
테이블 하나 없이 주방과 빵 진열대가 전부인 작은 빵집.
1르빵에서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케이크 메뉴,
생크림 케이크.
2임태언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메뉴인 마카롱.
3단단하고 슴슴한 식사 빵이 이곳의 주메뉴다.
4발효종을 사용하다 보니 매일 산도 체크는 필수.
5간판에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발효종 레시피를 그려넣었다.
6르빵의 빵에 사용하는 세 가지 소금을 진열, 판매한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이면 르빵은 문을 걸어 잠근다. 밖에서 들여다보면 불도 환하게 켜 있고, 주방도 바삐 움직이지만 이날만큼은 손님이 아닌 온전히 르빵 주방 식구들을 위한 날이다. 이들은 이날을 '빵 연구의 날'이라고 부른다. 소금, 물, 밀가루 등 빵 맛을 좌우하는 재료를 모조리 구해 재료 하나가 빵 맛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직접 만들어 체험하거나 서로 고심한 신메뉴를 만들어 소개하는 작업을 한다. 빵집이 하루 영업을 쉰다니 매출을 따져보면 타격이 꽤 크지만, 임태언 셰프는 르빵이 동네 빵집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데는 바로 수많은 '목요일'이 쌓이고 쌓였기 때문이라고 자신한다.
임태언 셰프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그것이 그가 이토록 연구하길 즐기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가 서른을 넘긴 나이에 무작정 요리를 배우려 레스토랑에 취직한 용기는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자'는 확고한 마음 때문이다. 설거지 같은 허드렛일만 1년 넘게 하다 디저트 파트의 보조 일을 하게 되었고, 점점 제과·제빵에 매력을 느꼈다. 그 후로 요리 학원, 제과 학원, 제빵 학원 등 시간을 쪼개 하루에 학원 네 군데를 다니며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수년을 보냈고, 프랑스의 유명 제과제빵학교인 에콜
르노트르에 들어가 공부했다. 그리고 송파구 석촌호수에 있는 레스토랑 '더 다이닝 호수' 뒤편에 카페를 겸한 첫 매장 '호수 베이커리'를 열었다. 브런치 등 카페 메뉴도 함께 판매하는데, 빵에 더 집중하고 싶은 생각에 마련한 곳이 석촌역 근처의 르빵이다. 열 평짜리 공간이지만 임태언 셰프에게는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이다.
새벽 6시면 매장에 나와 반죽을 치고, 발효를 거쳐 구우면 오후 2시가 되어야 모든 메뉴가 진열대에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대부분이 발효 빵인 데다 당일 생산·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다 보니 아침에 만든 일정량만 판매한다. 오후 4시쯤 호수 베이커리로 자리를 옮겨 밤 12시까지 마감을 하고 나서 야 그의 하루가 끝난다. 빵집 문을 닫는 명절에도 하루에 두어 번씩 발효 종에 밥을 주러 들르니 1년 내내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셈이다. 르빵에는 그 흔한
단팥빵도 소보로빵도 없다. 바게트, 캉파뉴, 식빵 등 슴슴한 식사 빵이 주를 이룬다. 인기 메뉴도 당연히 플레인 바게트와 크랜베리 바게트, 통밀 브레드 등 단단한 빵.
오픈 초기에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뭐 이렇게 먹을 것이 하나도 없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과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슴슴한 빵을 좋아하는 임태언 셰프는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고집했다. 항상 일정한 맛을 유지하려 매일 물 온도, 습도, 반죽의 산도까지 꼼꼼히 체크해 기록한다는 르빵의 임태언 셰프는 '열정이 느껴지고, 변함없는 맛'을 내는 빵쟁이로 살고 싶다고 한다.
늘 연구하는 자세로 빵을 만드는 이가 있는 곳, 르빵의 빵은 오늘도 진화 중이다.
문의070-8973-7004
주소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