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디드 위스키보다 더 진한 맛과 향을 선사하는 싱글 몰트위스키가 붐을 일으키면서 위스키의 종주국인 스코틀랜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하일랜드, 로랜드, 스페이사이드 등 지역에 따라 개성 넘치는 맛을 선사하는 스코틀랜드 싱글 몰트위스키의 모든 것.
HIGHLAND스코틀랜드를 상하로 나눌 때 높은 지역을 하일랜드라 부르고 낮은 지대를 로랜드라 칭한다. 스코틀랜드 내 위스키 생산 지역 중 가장 넓고 광범위한 하일랜드는 대륙성, 해양성 등 기후도 다양한 편. 위스키 증류소는 주로 내륙의 중앙 하일랜드Central Highland에 위치하며 주변은 계곡과 호수,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다른 지역보다 기후가 따뜻해 폭설이 내리는 때에도 눈이 잘 쌓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가벼운 꽃향기가 나는 위스키를 주로 생산한다. 특별히 개성 있거나 독특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다른지역 위스키에 비해 맛이 더 드라이하고, 향과 산도, 단맛의 밸런스가 뛰어나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글렉드로낙1826년 설립한 이후 연간 40만 병의 싱글 몰트위스키를 소규모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지난해 출시한 '글렌드로낙 코리아 에디션 1996'은 국내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제품으로 셰리 오크 통의 풍미와 스파이시한 풍미가 어우러져 한국 음식과도 잘 맞는다는 평을 받았다.
하일랜드 파크
원래는 밀주 업자로 이중생활을 한 목사 매그너스 언슨이 1798년 설립했지만, 정식으로 고급 위스키를 생산한 것은 1813년부터다. 대중에게 가장사랑받는 '하일랜드 파크 18년' 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피트 향과 꿀, 버터, 소금의 짠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글렌모렌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목이 긴증류기를 사용해 원액을 만드는 글렌모렌지. 1843년 공식 설립했지만 1660년부터 소규모의 불법 농장 증류소로 운영되어 역사가 길다.'글렌모렌지 오리지널'은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오크 통에서 10년간 숙성해 섬세하고 부드럽다.
LOWLAND하일랜드 남부에 위치한 로랜드는 끝없이 펼쳐지는 낮은 평야 지대에서 위스키를 만든다. 스코틀랜드 내 여러 지역 중에서도 가장 비옥한 편에 속하는 로랜드는 하일랜드에 비해 농업 기술이 발달했고 식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어 비교적 풍요로웠다. 재료가 풍부해 자연스럽게 증류소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척박한 환경 때문에 단 두 번의 증류를 거쳐 위스키를 만드는 하일랜드와 달리 지금도 세 번 증류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로랜드의 위스키는 이탄을 사용하지 않아 독특한 훈연 향이 없으며 가벼운 단맛이 나고 풀 냄새가 난다.
오큰토션1823년 설립된 오큰토션Auchentoshan 증류소는 게일어로 '들판의 가장자리'라는 뜻처럼 목초지와 초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보리를 발아 건조할 때 이탄 대신 석탄을 사용해 톡 쏘는 피트향이 아니라 부드러운 스모키 향을 풍긴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오큰토션 12년'은 캐러멜의 고소한 아로마를 기본으로 감귤, 라임 등 시트러스 풍미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글렌킨치
최초로 증류소를 소유했던 퀸시Quincey 가문에서 유래한 글렌킨치 증류소. 1825년 설립하고 1837년부터 정식으로 위스키를 생산했다. 연수대신 라메르무어 언덕에서 끌어온 물로 위스키를 만들어 위스키에 미네랄 풍미를 더하고, 피트 처리한 몰트를 사용해 약간의 요오드 향도 느껴진다. 부드럽고 섬세한 '글렌킨치 12년'은 초보자가 마셔도 부담 없는 정도의 달콤한 과일 향이 특징.
SPEYSIDE스코틀랜드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스페이사이드 강은 위스키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한번쯤 들어봤을 대표적인 증류소가 모여 있는 곳이다. 스페이사이드 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약 50km2 넓이의 스페이사이드 지역은 강을 끼고 있어 기후가 온화한 편. 맑은 물속에 침을 뱉은 듯한 미세한 거품이 보여 '침을 뱉다spit'라는 단어에서 강 이름이 유래했다. 강물은 위스키 양조에 사용하지 않으며 주변의 맑은 샘물이나 지류로 위스키를 만든다. 산과 바다 사이에 위치해 지대가 낮고, 토양이 비옥해 '스코틀랜드의 정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일조량이 풍부해 위스키 주재료인 보리 경작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이 지역의 위스키는 라이트 또는 미디엄 보디라 초보자가 마셔도 지나치게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며 향긋하고 기분 좋은 과일 향과 꽃향기가 지배적이다.
매캘란
1824년부터 고수해온 전통 생산 방식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매캘란. 생산량이 적고 값이 비싼 스페인산 최고급 셰리 오크통에 원액을 숙성해 위스키 맛이 무겁고 진한 편이다.'매캘란 18년'은 전문가들이 '싱글 몰트 위스키의 기준'이라고도 부르는 인기 제품. 말린 과일과 시트러스 향이 풍부하다.
발베니
1892년 설립한 발베니는 보리재배부터 병입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증류소다. 현재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 David Stewart가 생산 및 병입, 숙성 과정을 총괄한다. 추천연산은 '발베니 30년'. 오크 통과 셰리 통에서 숙성해 다크 초콜릿과 잘 익은 자두, 캐러멜의 향을 느낄 수 있다.
글렌피딕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글렌피딕 위스키. 가족경영 회사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1887년 창업했으며, 위스키가 불황이던 시대에 싱글 몰트위스키에 투자해 품질을 인정받았다. 3가지 오크 통에서 숙성한 원액을 혼합해 솔레라 방식으로 만드는 '글렌피딕 15년 솔레라 리저브'가 유명하다.
더글렌리벳1823년
조지 스미스가 설립한 스페이사이드 지역 최초의 합법적인 증류소. 잉글랜드의 왕이던
조지 4세가 방문한 뒤 찬사를 보낸 증류소로도 유명하다.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를 사용해서 만들며 '더글렌리벳 18년'은 잘 익은 배와 꽃, 셰리와 벌꿀 풍미가 진한 여운을 남기는 베스트셀러다.
ISLAY스코틀랜드 남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한때 1만6000명이 거주했을 만큼 많은 사람이 살던 지역이다. 현재 거주하는 약 3000명의 주민은 대부분 위스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동쪽의 섬과 남쪽의 비옥한 퇴적층으로 둘러싸인 아일레이는 이탄을 사용해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훈연향, 해초류와 요오드 향, 페놀과 피트 향이 강렬해 초보자보다는 위스키 애호가에게 권하고 싶은 증류소가 많다.
라가불린위스키 평론가 마이클 잭슨이 최초로 95점의 최고 점수를 매긴 '라가불린 16년'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위스키로 불린다. 설립 연도는 1816년. 금관악기처럼 생긴 2개의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만들며 셰리오크 통 숙성을 고집해 향기롭고 우아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짠맛과 요오드, 해초 등의 독특한 풍미가 강렬하게 이어지는'라가불린 16년'은 명불허전.
라프로익1815년 설립된 라프로익 증류소는 플로어 몰팅 방식을 고수하고 댐에 철조망을 설치해 깨끗한 물을 고집한다. 1994년 영국 찰스 왕세자가 증류소를 방문한 뒤 왕실 보증서Royal Warrant를 수여해 '왕실 위 스키'라고도 불린다. '라프로익 25년'은 연산에 비해 피트 향이 섬세하고 복합적이다.
디캔팅 또는 에어 브리딩을 통해 천천히 마셔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아드벡 피트향이 강한 아일레이 지역의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향을 지닌 아드벡은 1815년 맥두걸 가문이 증류소를 매입하며 정식으로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초기에 환기 시설이 없는 건조실에서 몰팅 작업을 진행해 유독 몰트향이 짙은 위스키를 생산했으며, 위스키 원액은 아메리칸 버번 오크 통과 유럽산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기자/에디터 : 이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