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다른 지역 얘기를 먼저 해보자. 사람들은 ‘제주도’ 하면 다양한 해산물과 먹을거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진도 1년 농사로 제주도 3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옛날부터 땅이 기름져 ‘옥주’라 불렀고, 섬치고는 농산물이 많이 나는 풍요로운 섬이다. 게다가 남도답게 해산물이 차고 넘친다. 동해와 서해안 어종이 한꺼번에 잡혀 백령도에서 나는 꽃게며 동해 오징어까지 한곳에서 난다. 남태평양에서 밀려온 바닷물이 진도 앞에서 부딪친 다음 서해로 올라갔다 중국 앞바다에서 다시 돌아 내려오고, 동해도 그런 모양새로 흘러 내려와 이곳에서 만나는 까닭이다. 어쨌든 결론은 겨울 진도에는 해산물이 풍년이라는 얘기다.
이맘때면 간제미가 많이 잡힌다. 겨울이면 껍질 얇아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져서 남도 뱃사람들은 ‘한겨울 간제미는 껍질째 썰어 먹는다’고 했다. 진도 서쪽 바다 간제미가 특히 맛이 좋은데, 내륙 쪽으로 길게 뻗은 차진 갯벌이 육질을 쫄깃하게 해준다는 후문. 여기에 된장 풀고 팔팔 끓이면 진도의 대표 해장국이 된다. 이 동네에서는 꼭 살아 있는 간제미를 사용한다. 날개를 잘라내고, 내장을 전부 걷어낸 다음 몸통만 듬성듬성 썰어 무와 된장을 넣고 끓인다. 된장 간이 간제미에 적당히 배어들면 미나리를 넣는다. 맑은 국물이 담백하면서 시원하다.
간제미탕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서해안 쪽 사람들은 간제미탕에 주로 고춧가루를 풀어 매운탕처럼 칼칼한 맛으로 먹는다. 하지만 이곳은 전부 된장 풀어 낸 맑은 국물 위주다. 일부 주당들은 안주로 먹을 때는 서해식으로, 다음 날 아침에 속을 달랠 때는 진도식으로 먹기도 한다. 남도 스타일 간제미탕은 진도군청 근처, 읍내 뒷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바닷가에서 먹는 게 운치 있겠지만 군청 옆에 진도에서 제일 큰 수산시장이 있으니 재료의 신선도는 바닷가 못잖다. 주로 회무침과 같이 파는데 가격은 대개 탕 기준 2만원 내외다.
워낙 좋은 어종이 많이 잡혀서인지 간제미는 한동안 이곳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생선이었다. 하지만 스태미너에 좋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차진 육질에 식감이 괜찮다는 소문이 나면서 요즘에는 토박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진도에서 제철 간제미는 남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홍어회와 곧잘 비교된다. 이맘때 살이 바짝 오르는 통에 흑산도 홍어로 알려진 ‘참홍어’처럼 육질이 야들야들해 귀한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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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진관061-544-2419 막걸리에 씻은 간재미를 숭덩숭덩 썰어 각종 양념에 무쳐내는 손맛으로 유명하다. 28년 동안 간재미 요리만으로 버틴 조권의 할매의 솜씨가 일품. 막걸리의 유기산이 생선 단백질을 응고시켜 고깃살이 풀어지지 않고 쫄깃한 맛을 유지한다. 진도읍내 보건소 뒷골목에 숨어 있다. 두툼한 갈치 소금구이도 별미다.
사랑방음식점061-544-4117 남도식 한상 차림으로 소문난 집이다. 제철에 나는 해산물을 진도식으로 맛깔나게 요리해 내는데 간재미탕 역시 인근에선 유명하다. 다양한 일품 메뉴만큼이나 알찬 찬들은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도 토속음식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