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밤문화로 대표되는 홍대에는 밤과는 전혀 다른 얼굴의 낮이 존재한다. 번잡한 홍대 중심부를 비껴 상수역과 합정역 부근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조용한 주택가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카페들은 20, 30대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또 다른 홍대의 일상을 그려내는 중이다. 그 중 합정역 카페 골목은 한적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졌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도 들를 수 있는 곳이다.
홍대'에는 무엇이든 있다. 카페나 밥집은 말할 것도 없고 쇼핑센터, 영화관, 클럽까지.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이 누리고 즐길 수 있다. 무엇이든 있는 홍대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여유'다. 조용한 일상의 여유를 찾는 이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홍대를 벗어나 '홍대 옆 동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합정역 '솔내길'도 그 중 하나다. 합정역 5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첫번째 골목에서 몇 발짝을 내려오면 왼쪽으로 홍대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솔내길이 펼쳐진다. 작은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오래전부터 자리를 틀고 있던 카페들과 최근 새로 생긴 카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카페 골목이라 불리며 새로운 약속 장소로 떠올랐다.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를 다투고 선 것도 아니다. 요란한 치장 대신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한 외관을 한 카페와 숍들은 번잡한 일상을 피해 찾아든 이들에게 선뜻 여유로운 시간을 내어준다.
1 지난겨울 문을 연 수제 햄버거집 'FULLORISTAR'. 어느덧 찾아온 봄볕이 노란 벽위에 무늬를 새긴다. 2 한적한 길 위로 저마다 가게를 닮은 입간판들이 얌전히 줄을 맞춰 서 있다. 3 봄을 기다리는 어느 오후, 합정역 카페 골목에서 만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카페 골목이 시작되는 입구,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벽화를 지나면 로스팅 카페 'CAFE' MARO'를 시작으로 카페들이 펼쳐진다. 맞은편에 보이는 '게으른 고양이'는 고양이를 컨셉트로 한 공방 겸 카페다. 아담한 공간으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Page. A'를 지나 '후마니타스 책다방', Departure Lounge' 등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들이 이어지고 솔내길 중간쯤에는 보리밥 전문점 '보리울'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카페들이 들어서기 훨씬 이전에 생긴 곳으로 합정역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4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 'Page A'. 길을 마주한 테이블에 앉아 책 한 권 읽기에 좋은 곳이다. 5 'FULLORISTAR'의 두 사장님. 하얀이, 이경림씨. 각각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가방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이곳에서 또 한번의 새로운 계절을 맞고 있다.
요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수제 햄버거집 'FULLORISTAR'의 하얀이(30), 이경림(31) 사장은 홍대 토박이다. 대학 동기이자 11년 차 절친인 두 사람은 지난 12월 이곳에 수제 햄버거집을 열었다. 10년 넘게 홍대에 적을 두며 편안하고 익숙한 솔내길에 가게를 오픈하게 됐다고. 손님을 맞는 두 사람의 미소가 어딘가 이 길의 여유와 닮아있다. 카페들이 마주보고 선 큰길 사이사이 가지를 친 작은 골목 안을 파고들어 조그만 카페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6 산책하듯 걷다 문득 고개를 드니 아기자기한 간판들이 눈을 마주친다. 7 공방겸 카페 '게으른 고양이' 맛있는 커피와 귀여운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FULLORISTAR'를 끼고 돌아 오른쪽으로 난 작은 골목에 자리 잡은 'Coffee Seed'는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평일 오후 카페 골목은 유난히 한적하다. 발길이 닿은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조용한 걸음으로 골목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그림자가 길어져 있다. 커피 향 가득한 거리 위로 봄볕이 찾아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8 구석진 작은 골목, 보물처럼 숨어 있는 작은 카페 'coffee seed'. 바리스타 이영민이 바리스타 클래스를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9 문앞에서 서성이는 이들이 많았나보다. 친절한 메시지가 조용하게 말을 건넨다.
합정역 카페 골목 가는 길
● 지하철 2, 6호선 합정역 5번 출구로 나와 서교동 방면으로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30m쯤 직진하면 왼쪽부터 카페 골목이다.